바뀌기 힘든 파워밸런스라는 것도 분명히 있다.

배틀물에서 작가들이 매번 정확하게 모든 파밸을 연출하는 건 아니라지만, 반드시 정확하게 연출하는 파밸도 작품마다 있을 수 있는 법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지금의 쟁점인 박무진이나 제사여 같은 절대신급과 한대위 같은 비절대신급의 격차 설정이다.

절대신급(제사여)과 나머지 아랫것들의 파밸은 지금까지 항상 압도적으로 그려졌다.

사탄이 천계 전체를 3분컷하고, 제천대성이 지친 몸으로도 주신들을 7분컷하고, 박무진이 천계 전체를 1초컷하며 심지어 천계 병력들에게 "알아둬라. 너희 전부 합해도 사탄 단 한 명에게도 못 미치는 전력."이라고 확인사살까지 한다거나 하는 것으로 비절대신과의 격차를 언급으로만 넘기지 않고 전투에서 직접 증명하며 절대신이라는 거창한 위명에 걸맞는 묘사를 여러 번, 일관되게 보여줬다.

만전의 상태에서 제대로 싸움에 임하는 절대신급과 비절대신급들의 격차가 크게 묘사되지 않았던 장면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다.

(※ 진모리가 모든 힘을 잃은 6부 내용, 사탄이 힘을 모두 잃은 6부 내용은 제외하고 각자가 만전의 상태일 때를 말한다.)

만전의 상태인 절대신급과 비절대신이 '직접 싸워서 비등하게 묘사되었던 내용'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면, 직접적인 전투 묘사를 하나라도 가져와 봐라. 없으니까 찾으려고 헛수고하지도 마라.

그리고 지금의 쟁점이 뭐냐? 절대신급인 박무진과 비절대신급인 한대위의 대결이 이루어질 경우에 어떻게 될지 아니냐?

버프 없는 현 한대위는 박무진의 상대가 안 된다는 건 이번에 당사자인 한대위와 박무진 모두가 시인한 내용이니까 여기에는 일개 독자들이 이견을 제기하는 일은 있을 수 없고, 한대위가 주연으로서 미지의 버프를 받는다면 어떨지 하는 문제 아닌가?

물론 버프가 생긴다면 한대위도 '어느 정도는' 선전할 수도 있겠지. 주연에게 버프가 생긴다면 그렇게 그려지는 경우도 많기도 하니까.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의 선전'이지, 반드시 한계는 존재할 것이고, 애초에 한대위는 박무진에게 괄목할 만한 선전을 할 만큼이나 성장할 수 있을 만한 캐릭터가 절대로 아니다. 한대위가 버프를 받았다고 풀파워 박무진에게도 비빈다고 묘사될 가능성은 앞으로 확실하게 없을 일이지.

박무진의 역할이 지금 어중이떠중이도 아니고, 최종 보스급 위치인데 무릇 한 작품에서 최종 보스를 맡는 놈은 완전히 끝장이 날 때까지 포스를 유지하게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

오직 한대위만을 위해서 이 작품의 최종 보스인 박무진이 (진모리와 싸우기 전에) 위신이 깎여 버리는 전개가 나올 가능성이 높을까?

주연인 한대위가 버프를 받으면 천하의 박무진에게도 크게 한 방 먹일 만큼 강해질 테니까(?) 한대위의 저력을 믿으라느니, 뻑킹이 뭐가 어쨌다느니, 파워밸런스로 깐깐하게 판단하지 말라고 주장하는 건 결국 지금으로서는 주장을 뒤받침할 근거가 전무한 게 사실이지.

실제로 절대신과 나머지 아랫것들의 격차라는 것은 작품에서도 몇 번이고 보여주면서 최상위권과 비최상위권의 파워밸런스가 실존한다는 게 밝혀졌는데, 그 타당한 파워밸런스에 맞춰서 생각해 보자고 말하는 사람들의 의견은 과연 '틀린 의견'이냐?

연출에 따라 파워밸런스는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라는 의견이 '하나의 의견'이듯이, 그런 불분명한 가능성의 영역을 떠나서 파워밸런스로 판단해 보며 앞으로의 내용을 점치는 사람들의 의견도 비논리적인 의견이 되는 건 아니다.

전력을 다하는 한대위와 대충 상대하는 박무진의 격차조차 크다는 내용이 몇 번이고 묘사되었는데, 한대위가 여기서 설령 버프를 받는다면 '박무진이 당황할 수준'으로 갑자기 단번에 뛰어오른다는 게 과연 가능할까?

진모리와 한대위라는 인물의 차이도 있지.

진모리는 무려 주인공인데도 작가님은 진모리가 그냥 바로 박무진에게 덤비게 만들지 않고 무기를 얻으러 간다거나, 어쩌면 성배의 힘이 풀릴지도 모른다는 밑밥을 깔면서 확실하게 버프의 복선을 보여주면서 예고했지만, 유미라나 찾아 다니면서 시간을 보낸 한대위는 도대체가 무슨 버프 떡밥이 있다는 거냐? 진모리처럼 직접적으로 버프의 근거를 하나하나 보여준 캐릭터도 아니잖아.

한대위는 앞으로 버프가 있으면 안 된다는 얘기가 아니다. 그런 의견은 아니다. 하지만 그 버프라는 게 있다고 한들 그래도 상대하기 어려운 파워밸런스라고 보이는 게 사실이니까 한대위로서는 힘들다는 얘기다. 이게 그렇게까지 이상하고, 구시대적이고, 편파적이고, 일차원적인 해석인가? 다음 내용이 전개되기 전이니까 지금까지의 내용만으로는 진짜로 그렇게 보이잖아. 이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은 무조건 틀렸다고는 할 수 없지 않을까 싶다.

전력을 다하는 한대위가 대충 상대하는 박무진에게도 열세인데, 그 혼란스러운 전장에서 갑자기 지금까지 밑밥도 없이 새로운 버프가 생기는 한대위라면 박무진을 놀라게 할 만큼 강해질까?

그래, 정말 대단한 버프라서 박무진이 놀랄 수도 있겠지. '모든 가능성을 열자면' 그럴 수도 있기야 하겠지. 하지만 그게 유효한 타격으로 이어질까? 주인공인 진모리의 활약도 있어야 하는데?

한대위는 진모리와 박무진이 싸울 때 진모리를 서포트해 주는 역할 정도만 하고 끝나도 시시한 역할이 아니라 이 전쟁에서는 충분히 밥값을 하는 거다.

뭐, 마지막에는 진모리가 박무진을 무력화시키고 "얘들아, 모두 총공격하자!"라고 하면서 진모리와 동료들 전원이랑 함께 박무진에게 최후의 공격을 가하는 역할도 있을 법도 하네.

솔직히 나는 한대위에게 이 이상의 큰 성과는 힘들다고 본다.

그리고 한대위 수준에서 낼 수 있는 '이 이상의 큰 성과'라는 게 애초에 도대체 뭔지 상상도 안 된다. 

진모리가 오기 전에 한대위가 박무진을 홀로 상대하면서 박무진의 팔 하나를 자른다거나 하는 사탄이나 전성기 제천대성조차도 전력을 다해야 간신히 할까 말까한 그런 큰 성과조차도 한대위가 혼자서 낼 수 있을까? 5부 사탄보다 성장한 6부 사탄이 분신술과 제아봉침까지 쓰고 목숨과 맞바꿔서 간신히 만든 성과인데?

원작자님 공인으로 6부 이전까지 전체 스펙 최강자가 5부 사탄인데, 5부 사탄보다 한참 뒤떨어지는 뻑킹이라는 태생적으로 열등한 놈의 힘을 이어버린 불운한 한대위가 최종적으로 5부 사탄이나 넘을 수 있을까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