츄잉~ chuing~
츄잉 신고센터 | 패치노트 | 다크모드
공지&이벤트 | 건의공간 | 로고신청N | HELIX
로그인유지
회원가입  |  분실찾기  |  회원가입규칙안내
[갓게문학] 아바타라 리메이크 ㅡ 56.5화
멸망의노래 | L:33/A:602
3,206/3,390
LV169 | Exp.94% | 경험치획득안내[필독]
추천 5-0 | 조회 894 | 작성일 2023-05-27 13:40:57
[서브캐릭구경ON] [캐릭컬렉션구경OFF] [N작품구경ON]
*서브/컬렉션 공개설정은 서브구매관리[클릭]에서 캐릭공개설정에서 결정할수 있습니다.
  [숨덕모드 설정] 숨덕모드는 게시판 최상단에 위치해 있으며 언제든 설정할 수 있습니다.

[갓게문학] 아바타라 리메이크 ㅡ 56.5화

저번화: https://m.chuing.net/zboard/zboard.php?id=whigh&page=1&sn1=1&db_sel=&r_type=&num=&divpage=13&best=&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64136

 

삐죽거리는 머리카락의 마족이 무릎을 꿇은 채 양손으로 검 한 자루를 내밀었다. 그의 앞에는 수많은 신들이 모여 있었고, 신들의 중심에 서 있던 '여래'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마족을 내려다보았다.

 

"솔직히 놀랍군, 제천대성. 요괴들에게 반격의 희망으로 취급받던 자네가 이렇게 찾아오다니..."

 

"뒤늦게라도 위대한 여래의 힘에 감복한 것 뿐입니다."

 

"짐에게 바치려는 이 검은 무엇인가?"

 

"제 동료였던 자들 48000의 목숨을 바쳐 만든 검입니다. 무지했던 제 과거와의 단절을 상징하니 부디 받아주시길..."

 

여래는 검을 받아들고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갑자기 크게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하!! 좋다. 내 그대의 귀의를 받아주마. 다들 들어라!! 지금부터 제천대성은 우리와 동등한 천계의 일원으로 취급할 것이며, 또한 그에게 투전승불鬪戰勝佛의 칭호를 내리겠노라!!"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다들 미쳤어? 너희가 성공할 것 같아?! 아니, 성공한다 쳐도 여래가 없는 천계에 무슨 의미가 있다고 이러는 거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일 뿐입니다. 여래는 이미 지혜를 잃었으니, 천계에는 새로운 질서가 필요합니다."

 

"그대가 들어온 뒤로 천계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어. 간신이 눈과 귀를 가리도록 두면 안된다고 몇 번이나 조언했건만, 여래는 오히려 나를 내치려 들었지. 이제 더는 두고 볼 수 없다."

 

※ 1천계 주신 ㅡ 투전승불 & 옥황 & 환웅

 

"더러운 날파리 새끼... 예전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어디 그 날파리한테 목이 썰리고도 그렇게 나올 수 있을까?!"

 

※ 1천계 주신 ㅡ 미카엘 & 벨제부브

 

"감히 그 풍선근육으로 힘의 천사인 나를 상대하려는 거야 묭?"

 

"허어... 오딘은 어디가고 뜬금없이 망나니 같은 여자가 내 앞에 서는 것이냐?!"

 

※ 1천계 주신 ㅡ 우리엘 & 제우스

 

투전승불이 들어오고 7년이 지난 어느 날, 천계는 반으로 갈라져 내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조금씩 쌓이고 쌓인 갈등이 마침내 터져버린 것이다.

 

반란군은 수적인 우위를 바탕으로 충성파의 군세를 꺾어버렸고, 옥황과 환웅은 투전승불을 죽인 뒤 여래의 처소로 곧바로 쳐들어갔다. 그러나 그들은 이 반란이 본질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 이유는 오직 하나, 여래와 나머지 신들의 '격차'였다. 수적인 우위도, 전략적 우위도, 압도적인 힘 앞에서는 의미가 없던 것이다.

 

"이 버러지들이... 어찌 짐의 은혜를 이런 식으로 갚을 수 있는가!!!"

 

여래는 순식간에 옥황과 환웅을 찢어발긴 뒤 전장을 돌아다니며 반란군을 무자비하게 학살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얼마 가지 못해 멈춰설 수밖에 없었다.

 

"투전승불, 짐의 유일한 벗이여...!!"

 

투전승불의 시체를 목격한 여래는 허겁지겁 '윤회의 서'를 꺼낸 뒤 온 정신을 집중해 주문을 외웠지만, 의미없는 짓이었다. 그는 애초에 죽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

 

여래는 도무지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분명 투전승불의 시체는 땅에 엎어져 있는데, 어디선가 또다른 투전승불이 튀어나오더니 봉을 내질러 그의 머리를 궤뚫은 것이다.

 

'그럼 이 시체는 분신... 아니 환술인가? 투전승불이여, 대체 왜 이런 짓을...'

 

아무리 여래라도 천계에 내전이 발생하고 유일한 벗(이라고 믿었던 자)의 시체를 목격해 혼란에 빠진 상태에서, 부활 주술에 온 정신을 집중한 틈에 기습까지 당했으니 도저히 대응할 방법이 없었다.

 

물론 무방비한 상태라고 해도 여래는 여래다. 어지간한 공격으로는 그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없었겠지만, 투전승불이 내지른 봉은 무려 '고룡의 용골'이었다. 여래에게 거짓으로 귀의하기 전에 용궁을 찾아가 슬쩍한 것을 지금까지 숨기고 있던 것이다.

 

'고룡, 알고 있나? 우리는 같은 어머니를 두고 있다. 내게 힘을 빌려준다면 여래를 죽이고 천계를 파멸시켜 주지. 남매가 힘을 합쳐 어머니의 복수를 하는 거다.'

 

"약속은 지켰다, 고룡."

 

투전승불, 아니 제천대성은 그렇게 중얼거린 뒤 용골을 뒤틀어 여래의 머리를 짓뭉개기 시작했다. 여래가 영원히 눈을 감기 전에 마지막으로 본 광경은, 9마왕의 군세가 천계의 혼란을 틈타 몰려오는 모습이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사실 이 사태는 처음부터 끝까지 제천대성의 계획대로였다. 천계 측이 전력의 대부분을 어이없이 잃어버린 탓에 천상대전은 마족의 압승으로 마무리 되었으며, 결국 천계는 마계의 식민지로 전락했다.

 

여기까지는 좋았지만 문제가 조금 있었다.

 

제천대성은 '거짓 항복 계획'을 다른 마왕들과도 미리 상의하지 않고 몇몇 측근에게만 귀띔해 준 뒤 멋대로 진행했던 것이다. 물론 업적이 너무 컸기에 그 정도라면 눈 감아줄 수 있지만, 48000의 목숨을 앗아갔다는 사실까지 쉽게 넘어갈 수는 없었다.

 

"솔직히 거부감이 드는군... 멋대로 그런 짓을 저지르는 자를 계속 형제로 두는 게 맞을까?"

 

"그럼 어쩌게? 우리 힘으로 녀석을 어떻게 할 수 있긴 한가? 기습이었다지만 그 여래를 혼자서 죽일 정도인데."

 

"제천대성이 여래를 죽인 건 고룡의 원념을 빌린 덕이고, 그녀는 여래의 죽음을 확인한 뒤 성불했으니 너무 걱정할 건 없소이다."

 

"천계를 무너뜨린 공을 생각해서 녀석의 목숨은 건드리지 말고, 9마왕에서 추방하는 정도로 마무리하는 게 어떤가?"

 

"으음..."

 

다른 마왕들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만 있던 가루다는 문득 제천대성과의 첫 만남을 회상했다.

 

'인사드립니다. 저는 혼천대성 가루다. 각종 마술을 익혔으며 환각, 최면 쪽에 특히 능합니다.'

 

'그거 굉장하군... 혹시 나한테도 그 마술을 가르쳐 줄 수 있을까?'

 

'아... 영광입니다, 형님!!'

 

제천대성은 그의 우상이나 다름없는 존재다. 직접 만나기 전부터 그래왔고, 직접 만난 뒤에는 그에 대한 존경심은 점점 커져만 갔다. 그러니 이야기가 이렇게 흘러가는 것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다들 무슨 소리지? 여래 같은 미치광이를 속이려면 어쩔 수 없었던 것 아닌가? 오히려 우리와 상의했다면 '여래의 검'은 절대 만들지 못했을테고, 여래의 신임을 얻지도 못했겠지.

 

그리고 형님이 아니었더라면 과연 48000으로 끝났을까? 형님의 신묘한 계책이 없었다면 천계를 뒤집기 위해 그보다 몇 만 배는 더 큰 희생이 필요했을 거라는 걸 정말 모르겠는가?"

 

가루다가 그렇게 제천대성을 옹호하자 용왕이 마치 타이르는 듯한 투로 말을 받았다.

 

"이보게 혼천대성, 나도 제천대성의 공이 누구보다 크다는 것은 부정할 생각이 없어. 다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런게 아니야. 혹시 그가 48000의 생명을 거둘 때 어떤 표정을 하고 있었는지 들은 적이 있는가?"

 

"왜, 웃기라도 했나?"

 

"아니, 평소와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더군. 수백년 동안 함께했던 부하들을 자기 손으로 몰살하면서 아무 감정도 느끼지 않은 거지. 대체 녀석이 남의 생명을 뭐라 생각하는지 궁금..."

 

"용왕!!! 이 이상 더러운 말로 아우의 명예에 흠을 내려 한다면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모."

 

"우마왕 자네마저... 그러고보니 요즘 자네가 밤마다 제천대성의 처소를 몰래 들락거린다는 소문이 있었지. 이제 녀석의 애완용 소가 되기로 한건가?"

 

"도마뱀... 지금 뭐라고 했지 모?"

 

"그만들 하시오!! 이러려고 모인 자리가 아니지 않소이까!!"

 

잠깐 소란이 있었지만, 붕마왕에 이어 우마왕까지 가세하자 결국 의견은 제천대성을 받아들이자는 쪽으로 기울었다. 그러나 이 날 회의에서 생긴 9마왕 사이의 균열은 다시 아무는 일이 없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결국 용왕이 옳았다. 제천대성은 9마왕마저 이간질해 분열을 일으키더니 적당한 기회를 노려 그 중 여섯이나 제거해버린 것이다. 가루다는 일이 터지기 얼마 전부터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눈치챘지만, 제천대성에 대한 믿음으로 눈이 흐려진 탓에 막을 시기를 놓쳐버렸다.

 

한편 우마왕은 이미 맛이 간 상태였다. 제천대성은 철저히 계산된 상황 조작과 여래마저 구워 삶은 언변을 이용해 서서히 그녀의 심리를 잠식한 것이다.

 

"여섯 마왕들은 인간계의 어둠의 단체인 NOX의 꼬드김에 넘어가 분열을 조장한 죄로 처형되었다. 이에 대해 인간족의 수장 웅녀에게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

 

제천대성은 마계를 장악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가만히 있던 NOX에게 죄를 덮어씌운 뒤 그것을 빌미로 인간계마저 침공해 신계, 마계, 인간계를 아우르는 제천국齊天國을 건설했다.

 

"동지들이여!! 언제까지 세 종족으로 나뉘어 유치한 싸움을 이어갈 것인가? 우리의 가족과 친구가 얼마나 더 죽어야 하는가?! 피와 절망의 시대는 이걸로 족하다!! 비록 세 종족의 전쟁에서 마족이 승리했지만, 앞으로 제천국의 모든 국민은 종족과 관계없이 평등한 취급을 받을 것이다.

 

동지들이여!! 나는 절대악 여래의 머리를 궤뚫었고, 타락한 마왕 여섯을 베었으며, 인간계를 어지럽히던 NOX를 제거했다. 이 모든 것은 오직 원대한 꿈을 위해서였다. 바로 모두가 하나되어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이끌어가는 꿈이다!! 이것이 과연 이루어질 수 없는 헛된 꿈일 뿐인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비극이 되풀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그리고 효율적인 발전과 번영을 위해서는, 통제가 필수적이다. 이제부터 동지들은 국가가 정해주는 일을 하며, 국가가 나눠주는 음식을 먹는다.

 

완전한 통제와 규율 아래에서 우리는 최대의 효율을 발휘할 것이다!! 그러니 제천국의 모든 국민은 긴고아를 착용해 국가의 통제를 받아들이도록 하라."

 

제천대성의 분신 군단은 온 나라를 돌아다니며 긴고아를 나눠주었다. 거부하는 이들은 거의 없었으며, 설령 있더라도 강제로 씌워버리면 그만이었다. 또한 우마왕과 가루다는 선전을 위해 '대관식'에서 제천대성에게 직접 긴고아를 하사받게 되었다.

 

"큰형님께 영원한 충성을 맹세합니다."

 

가루다는 그렇다쳐도 우마왕마저 제천대성을 '큰형님'이라고 불렀다. 앞으로 모든 국민은 제천대성을 큰형님Big Brother이라 부른다는 규칙이 생겼기 때문이다. 친근감을 줌과 동시에 위아래를 확실히 나누는 용어였다.

 

우마왕은 하루아침에 역전된 형제 관계에도 전혀 신경쓰지 않고 영광이라는 듯이 긴고아를 착용했지만, 가루다는 양 손으로 긴고아를 받쳐든 채 떨고만 있었다.

 

'어쩌다 일이 이렇게... 형님은 대체 무슨 존재가 되려 하시는 건가.'

 

슬쩍 고개를 든 가루다는 제천대성과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끔찍한 진실을 알아차리고 말았다. 그 역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제천대성의 장기말이 되어 있던 것이다. 우마왕과 다를 바가 없었다.

 

제천대성이 그의 앞에서 보인 모든 언행은 철저히 계산된 것이었고, 지금까지 그는 정확히 제천대성이 원하는 대로 행동해 왔다.

 

'막을 수 있었다. 기회는 넘치도록 있었는데 내가 미련한 탓에... 이 모든 것이 나의 업보다. 이 긴고아는 먼저 떠난 여섯 형제들이 나에게 내리는 벌이다.'

 

지금이라도 저항할까 생각도 했지만 늦어도 한참 늦은 뒤다. 결국 가루다는 자신의 미련함을 탓하며 긴고아를 천천히 머리로 가져갔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제천국의 모습은 마치 어떤 소설의 오세아니아*를 방불케 했다. 아니, 민주주의라는 개념이 등장하지도 않았던 세계인데다가 초자연적인 힘으로 국민을 통제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오세아니아 쪽이 자유의 천국로 보일 정도였다.

 

* 조지 오웰의 1984의 배경이 되는 가상의 국가

 

초자연적인 통제의 대표적인 예시가 도로, 건물, 옷, 가구 등 사방팔방에 새겨져 있는 푸른 십자 문양이다. 그 문양은 통합 감시 시스템 화안금정火眼金睛과 연결되어 제천대성이 국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볼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모든 국민은 화안금정의 빅데이터를 토대로 '맞춤형 교육'을 받아 국가의 우수한 부품이 될 수 있도록 했으며,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물론 작은 표정 변화나 몸짓까지 철저히 통제되었다.

 

이렇게까지 해도 체제에 의문이나 반감을 품는 자들은 항상 생겨났지만, 모든 국민은 태어날 때부터 긴고아를 착용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저항은 시작조차 불가능했다.

 

이러한 철저한 통제로 인해 제천국은 점차 전체주의의 이상향으로 변해갔다. 개미 사회처럼 '개인'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으며 집단 자체가 거대한 생물이 되어 움직이는 경지에 도달한 것이다.

 

그렇게 170년이 흐른 어느 날, 제천국 건국 이래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났다. 바로 제천대성의 궁이 미지의 침입자에 의해 초토화 된 사건이었다. 그 침입자는 제천대성과 너무 닮은 나머지 가발을 쓰고 옷을 갈아입는다면 결코 구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진짜... 숨 막힌다 숨 막혀. 뭐 이런 세상이 다 있는지..."

 

침입자 '진모리'는 제천대성의 동상과 벽화를 눈에 띄는 족족 박살내며 순식간에 '큰형님 제천대성'의 방까지 들이닥쳤다. 그는 잠시 놀란 표정으로 진모리를 쳐다보았으나, 순식간에 침착함을 되찾고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그래. 뭐가 불만인가?"

 

"몰라서 물어? 나라를 이딴 식으로 운영하면서..."

 

"흠... 자네는 어디서 왔지? 이 세계가 자네랑 무슨 상관이 있나? 자네는 지금 전혀 관계없는 세계에 일부러 찾아와 놓고, 마음에 들지 않으니 뒤집어 버리겠다는 건가?

 

자네 세계에 고유의 규칙이 있듯이 이곳에는 이곳만의 규칙이 있네. 자네에겐 이럴 권리가 없어. 부디 나의 걸작 제천국을 망가뜨리지 말고 조용히 떠나 주시게, 또다른 제천대성."

 

그러나 진모리는 대답 대신 손을 살짝 휘저었다. '큰형님 제천대성'은 이미 진모리에게 힘으로는 대항할 수 없다는 계산을 끝냈기에, 풍압에 몸이 박살나기 직전까지 그를 가만히 노려볼 뿐이었다.

 

'독한 놈...'

 

진모리는 '큰형님 제천대성'의 파편을 내려다보았다. 그에게는 여의도, 용포도, 화안금정(눈동자)도 없었기에 무력은 천상대전 당시의 진모리에게도 못 미쳤지만, 지금껏 만난 자들 중 가장 끔찍한 존재가 확실했다. 현세의 여래도 이렇지는 않았다.

 

더욱 기분나쁜 건 그의 마지막 말이 딱히 틀리지도 않았다는 사실이다. 진모리가 여기까지 와서 세상의 일에 마음대로 영향을 끼칠 '권리'는 없었다.

 

 

아니, 정말 없을까?

 

2차 라그나로크가 끝난 뒤 진모리는 '마이트레야 제천대성'과의 약속(48화)을 지키기 위해 수많은 세계를 돌아다니는 중이었다. 처음에는 현세와 어느정도 비슷한 세계가 많았지만, 점차 뭔가 이상한 것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모든 천체가 가이아처럼 자아를 지니고 있는 세계, 테무진이 여래를 흡수해 다중우주 스케일로 깽판을 치는 세계, 제천대성과 여래가 카드게임으로 결판을 짓는 세계, 여래와 제천대성이 동일한 존재이며 인류의 수호신인 세계...

 

그러나 경험을 쌓으면 쌓을수록, 현세의 여래가 남겼던 '그 말'이야말로 어떤 세계에서든 통용되는 몇 안되는 진리에 가깝다는 것이 느껴졌다.

 

'권리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차지하는 것이다.'

 

"후..."

 

진모리는 짧게 한숨을 쉰 뒤 다음 세계를 향했다.

 

다음화에 계속...

개추
|
추천
5
반대 0
신고
    
  [숨덕모드 설정] 숨덕모드는 게시판 최상단에 위치해 있으며 언제든 설정할 수 있습니다.
GOHKJNMC
https://www.youtube.com/watch?v=g9ugGI-UG3Y
"권리는 주어지는 게 아니라 차지하는 것. 내겐 그걸 차지할 힘이 있다."
이 대사는 원작 477화에서도 나오는 박무진의 대사였지요. 원작의 박무진, 여기서의 여래 같은 악역들이 자신의 행적을 정당화하기 위한 말이니까 반감이 생길 수야 있겠지만 사실 저도 생각해 보니 내용 자체야 부정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인 듯합니다.
지금이야 태어날 때부터 누구나 '하늘로부터 부여받기에' 감히 침해하거나 양도할 수 없다는 인권도 사실 '주어진 권리'가 아니었으며 실상은 민초가 왕후장상(王侯將相)들을 상대로 싸워 이겨서 '차지한 권리'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죠. 민주공화정, 민족자결주의, 참정권, 여성인권, 노동자 복지 등 현대 사회에서 가장 존엄한 기본권이라고 평가받는 권리들 중 '차지하는 방식으로 얻은 것이 아닌 권리'는 없다시피 하죠.
권리는 차지하는 것이라는 논리는 악인들의 자기정당화에도 쓰이는 위험한 논리지만, 누구나 가장 숭고하다고 긍정하는 인류 발전의 상징인 권리들조차 사실 전부 '차지한 권리'였으니 발언자의 인성에 따라 문제가 될 여지가 있다는 도덕적 가치판단을 배제하자면 주장 자체는 우주적인 진리에 가장 가까운 것이 정말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권리를 굳이 차지할 필요가 없이 처음부터 모두에게 주어지는 것이 정말로 가능하려면, 모두가 이기심을 추구하지 않는 이타적인 성격이고, 싸움과 차별을 혐오하고, 우주의 모든 생명체들이 공장에서 찍어낸 양산품들처럼 능력(권력, 무력, 지성)의 차이가 조금도 없어야 겨우 가능한 일이겠죠. 불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게다가 이 소설의 설정은 무수한 우주에는 절대신들이 무수히 많고 자신도 절대신이 아니라면 절대신을 이길 수 없다는 설정이었으니, 그 설정대로라면 모든 우주에서 각자에게 능력의 차이가 있다는 전제일 수밖에 없으니 차지한 권리가 존재하지 않고 처음부터 모든 권리가 주어져서 모두가 행복하게 사는 유토피아는 존재하는 것이 이 작품 설정으로 따져도 거의 불가능하겠군요.
진모리도 당연히 그런 우주들밖에 못 봤을 테니까 여래의 말이 어느 곳에서든 통용되는 보편적 진리에 가장 가깝다는 사실을 부정할 방법이 없었겠고 말입니다.

이번 '큰형님 제천대성'은 물론 이 소설의 진모리나 원작의 마이트레야 진모리와 같은 최상급 절대신들은 고사하고, 원작의 사주(四柱)에게도 못 미칠 것 같지만 얘보다 강한 제천대성들보다도 훨씬 위험해 보이고 '현실에 있다면 소름끼칠 만한 군상'을 잘 표현하셨다고 생각합니다. 필력에 극찬을 보내고 싶은데, 제가 필력이 그닥 좋지 못한 관계로 더 나은 호평을 못할 뿐입니다.

그리고 눈길을 사로잡은 표현이 '제천대성과 여래가 카드게임으로 결판을 짓는 세계'였는데... 보아하니 유희왕과 비슷한 우주인가 보네요. 상자 하나 그린 후에 상자 안에 양이 있다는 어린왕자처럼 저도 이 문구 하나만으로도 어떤 내용일지 여러 상상을 하게 되는군요. 저도 필력이 좋았다면 하나 써보고 싶은데 그럴 만한 필력이 없다는 사실이 늘 아쉽습니다.
2023-05-27 18:02:58
추천1
[L:33/A:602]
멸망의노래
현실과 달리 개인이 사회 시스템과 법을 넘어선 초자연적인 힘을 휘두를 수 있는 창작물이라면, 무봉이의 그 논리는 더더욱 진리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무력이 중시된다는 점에서는 현대보다 고대에 더 가까운 사회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과학 기술력과는 관계 없이 말이죠

큰형님 제천대성은 '강하다' 보다는 '끔찍하다'는 느낌을 주려 했는데 그 의도가 잘 전달된 거 같으니 다행입니다. 자신을 위협할만한 강자들은 온갖 방법을 써서 처리한 뒤, 신인마계를 통채로 손에 넣는 재주는 박무봉이 보면 굉장히 부러워할 것 같네요

카드게임 세계는 유희왕을 생각하고 적은 게 맞습니다 ㅎㅎ 후반에 예시로 나왔던 세계들은 나중에 만에 하나 여유가 있다면 외전이든 뭐든 작성해 볼 생각도 있지만.. 슬프게도 제가 유희왕에는 완전 문외한이라 카드게임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들이 그 대상이 되겠네요
2023-05-27 22:37:49
추천0
[L:57/A:96]
반도의서민
진모리는 지금 광기의 멀티버스를 진행 중이군요. 하지만 지금의 진모리라면 빅브라더 제천대성은 물론이고 시니스터 제천대성같은 게 나타나도 별 문제는 아니겠네요.
2023-06-01 17:30:40
추천1
[L:33/A:602]
멸망의노래
난이도만 보면 천축 여정보다 훨씬 빡쎄지만, 지금의 진모리라면 할만 하죠 ㅎㅎ
2023-06-01 22:01:31
추천0
의견(코멘트)을 작성하실 수 없습니다. 이유: 30일 이상 지난 게시물, 로그인을 하시면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츄잉은 가입시 개인정보를 전혀 받지 않습니다.
  
즐겨찾기추가   [게시판운영원칙] | [숨덕모드 설정] |   게시판경험치 : 글 10 | 댓글 1
번호| | 제목 |글쓴이 |등록일 |추천 |조회
정보공지
2018년 박용제 작가님 인터뷰 녹음본 [5]
GOHKJNMC
2022-01-01 4 2896
정보공지
스포 제13화「GOD/GOD」줄거리 공개 [13]
GOHKJNMC
2020-09-23 4 8497
정보공지
모두가 함께 수정하는 갓 오브 하이스쿨 전투력 서열표 [6]
고수잼잼
2018-12-30 0 19621
정보공지
(2018.01.15 업뎃) 갓오하 캐릭들에 대한 갓게인들의 평가를 분석해보았다. [62]
그린나래
2017-01-08 18 34161
59713 일반  
[갓게문학] 아바타라 리메이크 ㅡ 61.5화 [5]
불가사의부적
2024-04-22 6-0 90
59712 일반  
주신들
원나블테코
2024-04-21 0-0 21
59711 일반  
더 킹은 정말 특이한 캐릭터라고 할 수 있음..
난앓아요
2024-04-20 0-0 42
59710 일반  
옥황 여래 [2]
こいひめ
2024-04-19 0-0 76
59709 일반  
[갓게문학] 아바타라 리메이크 ㅡ 61화 [5]
불가사의부적
2024-04-16 7-0 252
59708 일반  
박무진
원나블테코
2024-04-10 0-0 43
59707 일반  
다 끝난 마당에 '박무봉의 패인 분석' [3]
마시멜로우
2024-04-10 0-0 153
59706 일반  
[갓게문학] 아바타라 리메이크 ㅡ 60화 [4]
불가사의부적
2024-04-09 7-0 249
59705 일반  
진태진
원나블테코
2024-04-07 0-0 54
59704 일반  
세계관
원나블테코
2024-04-03 0-0 59
59703 일반  
최강자? [1]
원나블테코
2024-03-30 0-0 108
59702 일반  
[갓게문학] 아바타라 리메이크 ㅡ 59화 [5]
반짝가루
2024-03-29 5-0 330
59701 일반  
2권의 인물 전기는 어디서 찾을 수 있나?
venxx
2024-03-22 0-0 109
59700 일반  
씹표>이수진 [1]
얼죽아
2024-03-15 0-0 183
59699 일반  
[갓게문학] 아바타라 리메이크 ㅡ 58화 [5]
반짝가루
2024-03-11 5-0 439
59698 일반  
옆동네에서 놀러왔어요. : )
천상의화원
2024-03-01 0-0 151
59697 일반  
여래진이나 진태진 나온다더니 진짜 나왔네 [8]
바사삭
2024-02-19 0-0 625
59696 일반  
뻑킹과 버거킹은 같은거 같아 [1]
탕후르츠
2024-02-09 0-0 351
59695 일반  
근하신년 [6]
GOHKJNMC
2024-01-01 2-0 734
59694 일반  
투신 진태진이랑 17살 진태진 여래 박태진 나옴 [5]
바사삭
2023-12-16 0-0 1009
59693 일반  
갓오하 재밌다
하하하하핫
2023-12-12 0-0 270
    
1
2
3
4
5
6
7
8
9
10
>
>>
enFree
공지&이벤트 | 접속문제 | 건의사항 | 로고신청 | 이미지신고 | 작품건의 | 캐릭건의 | 기타디비 | 게시판신청 | 클론신고 | 정지/패널티문의 | HELIX
Copyright CHUING Communication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chuinghelp@gmail.com | 개인정보취급방침 | 게시물삭제요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