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브릴리스와 아그니 생각을 늦게 알아차린건가

브릴리스가 태브릴로 각성했을 때는 한스러운 감정은 다 이해되어도 아그니를 향한 마음은 이해가 잘 안되었고

아그니가 태브릴과 백브릴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왜 진심을 말하려고 하지 않는건지에 대해서도 이해가 잘 안되었음

특히 처음에 태브릴 나올 때 '나'는 몰랐으면 했는데 하는 파트

처음에 태초인류 정보랑 아그니가 찾던 사람이라는 정보 나왔을 때는 거기에 더 신경썼고

그 다음에 임신한 사람 주위에 불타는 장면이라든가 아그니랑 입맞추기 전에 갑자기 이전 기억들 떠올리는거나 하는 걸 봤을 때도 그걸 아는게 너무 괴로우니까 몰랐으면 했다는 의미로 추측하면서도 뭔가 놓치는 기분이었음

한편으로는 아그니가 자기 진심을 못말하는 이유가 뭔데! 하면서 엄청 답답해 했단 말이지?

그런데 최근들어서야 좀 퍼즐이 맞춰지는게

태초인류는 이유없는 공격을 받아가면서 복수심이 너무 강해졌고 좀 많이 순하게 표현하면 삶에 지쳐서 인간성을 같이 잃어버리게 됨

태브릴은 태초인류의 마지막 생존자였기 때문에 태브릴의 기억으로는 중요한 가치를 못 지켜 굴레를 끊을 수 있는 낙원에 못 들어가게 되어버림

여기 분석글 중에 비슷한 글이 있었는데 브릴리스에 적용을 하면 그냥 브릴리스는 낙원에 갈 만한 인성이었다면 태브릴의 기억을 각성하는 순간 기억에 압도당해서 낙원에 못들어간다는 글이었던 걸로 기억함. 그래서 그 대사가 이전의 나에 대해 현재의 '나'는 모르고 삶을 보내길 바랐는데, 아샤에 대한 미련 때문에 이번에도 굴레를 끊어내고 낙원에서 아그니 만나는 걸 실패했다는 의미도 될 것 같더라.

그럼 아그니는? 사실 태브릴인 줄 몰랐던 수많은 전생들은 둘째치고 왜 지금은 진심을 말하지 않는거지? 에 대해서도 지금은 답이 확실해지는게 자신이 고의로 그런게 아니라고 해도 어쨌든 거의 완공된 기기로 태초인류 그리고 약혼자를 태워죽였잖아. 카사크가 감정동조화로 사람을 엄청나게 죽인 다음 고의가 아니었다고 말해도 당사자에게는 별반 차이가 없다고 했던가? 그거랑 비슷하게 설렁 본인을 찾아서 진심을 말해두더라도, 생존자이자 계속 신들의 저주로 불행한 삶을 살아온 기억을 각성한 태브릴에게 진심이 제대로 받아들여질 리가 없었기에 말을 안했던 것 같음.

한번쯤 시도해보지 라고 반론하기에는 단발머리 여자가 기억각성한 케이스 중 하나였는데 아그니가 간다르바 관련 질문을 했다고 하는 걸 봐서는...시도는 했던 거 같음 그런데 브릴리스만이 기억 각성 후 자살 안했다고 하는 거 보면 이 때도 진심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자살한 거 아닌가 싶어. 이 때의 사례 하나 또는 그거랑 비슷한 수많은 사례들을 겪은 다음에, 지금 브릴리스에게 자기 진심을 그대로 말하기에는 너무 아슬아슬해 보였던게 아닐까? 

그래서 간다르바 쪽으로 가기 전이 유일하게 자기 진심을 말할 수 있었던 때였다고 말한 거고, 태브릴이 기억을 잃어버린 연기를 할 때 연기인 걸 아니까 맞춰주는 척 '혼약'을 했고 그래서 자기가 진심으로 마음을 주지 못했다고 겉으로 말하면서 그나마 속뜻까지 최대한 전한 듯함

뭔 개소리냐고 하면 서로가 상대를 가장 사랑해야 한다는 혼약 조건이 있고 태브릴은 그 조건을 기억하고 있잖아? 태브릴 기억 잃은 걸로 생각하는 척 하면서 나는 혼약자만을 바라보고 있다, 그래서 백브릴 때 (그리고 그 이전의 전생들에 대해서) 마음을 충분히 주지 못했다고 태브릴이라면 알 만한 말을 한거지

그런데 나만 몰랐던건가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