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게문학] 화라설
어떤 손(客)이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어제 저녁엔 아주 처참(悽慘)한 광경을 보았습니다. 어떤 작가가 작은 타블렛을 들고 길잡이 화련을 그려 작붕냈는데, 보기에도 너무 참혹(慘酷)하여 실로 마음이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맹세코 화련의 눈이나 몸매를 까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 말을 듣고,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어떤 작가가 커다란 타블렛을 끼고 앉아서, 라헬를 그려서 작붕내어 남자처럼 만드는 것을 보고, 나는 마음이 아파서 다시는 라헬을 까지 않기로 맹세했습니다."
손이 실망하는 듯한 표정으로,
"라헬은 박색이 아닙니까? 나는 예쁘고 참한 여캐가 작붕나는 것을 보고 불쌍히 여겨서 한 말인데, 당신은 구태여 라헬을 예로 들어서 대꾸하니, 이는 필연(必然)코 나를 놀리는 것이 아닙니까?"
하고 대들었다.
나는 좀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를 느꼈다.
"무릇 X염색체와 X염색체가 있는 것은 유리로부터 마스체니, 이화, 미생이, 고생이, 린넨, 규리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한결같이 예쁘기를 원하고 작붕나기를 싫어하는 것입니다. 어찌 예쁜 년만 작붕나기를 싫어하고, 못생긴 년만 작붕나기를 좋아하겠습니까? 그런즉, 화련와 라헬의 작붕은 같은 것입니다. 그래서 예를 들어서 예쁜 년과 못난 년을 적절히 대조한 것이지, 당신을 놀리기 위해서 한 말은 아닙니다. 당신이 내 말을 믿지 못하겠으면 당신의 열 손가락을 깨물어 보십시오. 엄지손가락만이 아프고 그 나머지는 아프지 않습니까? 한 몸에 붙어 있는 큰 지절(支節)과 작은 부분이 골고루 피와 고기가 있으니, 그 아픔은 같은 것이 아니겠습니까? 하물며, 각기 X염색체2개를 받은 자로서 어찌 저년은 작붕을 싫어하고 이년은 좋아할 턱이 있겠습니까? 당신은 물러가서 눈 감고 고요히 생각해 보십시오. 그리하여 달팽이의 뿔을 쇠뿔과 같이 보고, 메추리를 대붕(大鵬)과 동일시하도록 해 보십시오. 연후에 나는 당신과 함께 도(道)를 이야기하겠습니다."
원본 슬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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