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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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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0 | 조회 58 | 작성일 2021-01-16 23:5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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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가 2

짧다면 짧은 인생 27년을 살아오면서 대학에서나 직장에서 사적인 자리의 대화에서

누군가 귀신이야기를 한다면...

 

그리고 저에게 귀신을 본 적이 있냐고 묻는다면 전 미친놈 취급을 받는 한이 있더라도 자신있게

 

"봤다"

 

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그건 꿈도 아니었고 헛것을 본것도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전설의 고향이나 영화 링을 보면서 저대신 저 스크린 속에서

귀신을 본 역할을 하는 배우의 심정을 전 누구보다도 잘이해합니다.

 

그리고 귀신을 보기전엔 왜 하얀소복을 입고있는지 정말 궁금했고

또한 하얀소복의 귀신이야기는 우리나라에 내려오는 민화와 같은 것이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우습게도 제가 제 자취방에서 본 귀신은 하얀소복이었습니다.

 

저 또한 귀신을 보기 전까진 귀신이 있다면

나의 눈에 한 번만이라도 볼 수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했던 어리석은 인간이었습니다.

 

그 단 한번을 보려면 아마 일생을 살면서 겪어야할 모든 공포를 합쳐도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귀신의 행동보다는 약할테니까요 ...

 

인간이란 존재는 참 묘한 존재입니다.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진 그 어떠한 것도 믿지 않으려니 말입니다.

 

이제부터 저와 제 친구의 눈으로 목격했던 그 사건을 말하려합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

 


유체이탈 사건 이후 저와 제 친구는 하루하루를 불안하게 보내야했습니다.

 

부모님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3년 장학금을 받고

생전 처음 와본 곳의 고등학교를 가기는 했지만 귀신이 나온다고

계약기간도 아직 한참 남은 자취방을 옮겨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이젠 친구들마저도 저희 자취방엔 오지 않았습니다.

 

얼마 전 친구들 2명이 놀러왔는데 재미있게 놀다가 4명이서 잠을 잤습니다.

설마 남자가 4명인데 '무슨 일이야 일어날까' 라는 안도감과 함께 말이죠.

그런데 그건 내가 보고 싶은 현실만 보았을 뿐 이 집은 그날 우리를 가만히 두질 않았습니다.

 

한참 곤히 잠들어있는 새벽 지훈이라는 친구놈이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습니다.

곧바로 불이 켜졌고 나와 종석이 그리고 재민이는 이불을 박차고 벌떡 일어습니다.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지훈이는 이불 속에 머리를 묻고 계속해서 비명을 질러대었습니다.

 

비명을 지르고있는 지훈이의 엉덩이를 발로 차버렸습니다.

그리곤 무슨 일이냐고 묻자 그넘 고개도 안돌리고 손가락으로 밥솥위의 구석진 곳을 가리키며

 

어떤 남자의 머리만 떠다닌다고 했습니다.

 

 

화가 났습니다.

 

우리눈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이넘이 지금 우리에게 거짓말을 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친구를 진정시키고 그 날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학교에 갔습니다.

그 사건 이후 친구들도 이젠 우리 자취방에 오질 않았습니다.

 

 

그리고 여름방학이 찾아왔습니다.

 

 

우리 고등학교의 여름방학은 방학을 시작하자마자 곧바로 보충수업에 들어가서 14일간의 전반기

보충수업이 끝나면 1주일의 진짜 방학을 주고 다시 14일의 후반기 보충수업을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14일인지 몇 일인지 정확히 기억이 나질 않네요)

 

 

거짓말같이 아무일도 없이 지나갔습니다.

 

 

1주일의 진짜 방학이 되자 저는 곧바로 나주에서 목포로 내려왔습니다.

제 친구놈도 고향인 완도로 갔습니다.

1주일 후 정말 가기 싫었지만 어쩔 수 없이 내일 시작되는 방학 중

보충수업때문에 나주로 올라가는데 비바람이 장난이 아닌 것입니다.

 

뉴스를 보니 태풍이라고 하더군요.

 

그래도 버스를 타고 가는거라 별 어려움없이 자취방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종석이가 오지 않는것이었습니다.

 

 

핸폰도 없던 시절...

 

그리고 자취방에 전화기도 없고 전화를 하려면 밖에서 몰아치는 비바람을 뚷고

약 300미터의 논길을 걸어 가야하는데 더구나 날도 어두워지고 있었습니다.

 

태풍 때문에 못오는가보다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 녀석의 고향은 완도에서도 배를 타고 들어가야하는 청산도라는 섬이었습니다.

(참고로 청산도는 영화 서편제를 촬영한 곳입니다)

 

날이 어두워지고 점점 겁이나기 시작했습니다.

 

이집에서 이젠 혼자 보내야할 판입니다.

밀려오는 두려움을 잊기 위해 라디오를 이빠이 크게 틀었습니다.

(그 당시 자취방엔 티비가 없었습니다. 있으면 공부 안한다고 안사주셔서 -_-)

 

그리고 집에서 바리바리 싸준 김치며 갖가지 밑반찬을 냉장고에 넣고 밥을 하고

김치찌게 (제가 할 줄 아는 유일한 요리)를 끊였습니다.

 

그 모든 것을 다 했을땐 이미 밖은 어두어졌고 비바람은 더욱 심해졌습니다.

문득 친구집에 갈까 했지만 이 비바람을 뚷고 친구집까지 가기가 힘들었고

더군다나 그 거리 또한 장난이 아니었죠.

 

도시처럼 택시가 다니길하나, 가로등이 있어 길거릴 밝혀주기를 하나, 또한 상당한 논둑길을 걷고

지석강의 다리를 건너 가야하는 그 길이 너무 멀어서 포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내일 배울거 예습하고 평소처럼 문제집을 펼쳐놓고 공부를 했습니다.

그런데 공부를 하다보면 자꾸 머리가 쭈삣하고 뒷덜미가 서늘한게 기분이 묘해진다고 할까요?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 창문밖을 보았습니다.

 

 

마당과 연못이 보였고 아무도 없었습니다.

창문은 방충망과 투명 유리창 그리고 한지로 바른 창이있는 구조의 3중창입니다.

 

비가 심하게 내리고 바람이 강해서 투명 유리창을 닫아 놓았습니다.

근데 자꾸 창가에서 누군가 날 보고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시각이 11시쯤 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여러분들도 아실겁니다.

사람많은 길거리에서도 누군가가 자신을 노려보거나 자신만을 보고있다면 그런 느낌있잖아요...

 

평소같았으면 새벽1시까지 공부를 했을테지만 그 날따라 기분이 착 가라앉는 것이 도통 머리에

아무것도 들어오질 않았기에 오늘은 빨리 자야겠다는 생각으로 이불을 펴고 자리에 누었습니다.

 

 

고개를 위로 꺽어 창문을 다시 한번 보니

천둥과 번개가 치는지 밖이 번쩍 거리고 쿠쿠쿵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최악의 날씨죠...자취방에 들어온 이래...

 

 

불을 껐습니다. 몸을 이리뒤척 저리 뒤척 거리며 잠을 청했는데

도저히 무서워서 잠이 오질 않았습니다. 또한 방이 더욱 차가워진 것 같았습니다.

 

참고로 친구들은 저희 자취방을 냉장고라고 부릅니다.

 

'비가 와서 그러나?' 하며 보일러를 켤까 하다가

 한여름에 춥다고 보일러를 돌린다는게 조금 이상해 그냥 두었습니다.

 

도저히 무서워서 잠을 못잘 것 같아

다시 일어나 불을 켜고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 찬송가 테입을 카셋트에 넣고 틀었습니다.

 

찬송가가 흘러나오니 조금은 기분이 나아진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혹시 모르니까 또 하나의 예방책으로

제 머리맡에 성경책을 놓아두고 자면 아무일 없겠다 싶어 성경책을 제 머리맡에 두었습니다.

 

참 어리석은 생각이었죠...이런다고 아무 일 없기를 바랬으니...

 

불을 끄고 카셋트에서 흘러나오는 찬송가를 입안에서 옹알 옹알 따라부르다 잠이 들었나 봅니다.

.

.

.

.

한참 자다보니 다리가 아파왔습니다.

쥐가 난건가? 하며 조금있으면 괜찮아지겠지 해서 일어나지 않고 계속 잤죠.

 

조금 있으니 다리가 더욱 아파왔습니다. 왼발 이었습니다.

안그래도 피곤해 죽겠는데 오늘 많이 걸어서 그런가보다 하며 제 왼발을 이쪽저쪽으로 움직였더니

조금 괜찮아지길래 다시 잠을 잤습니다.

 

 

저와 종석이는 잘때 서로 오른쪽 벽에 붙어서 자려고

이불을 눕자마자 후다닥 벽옆에 누우려고 하거든요..

 

그래서 그때도 혼자자는 전 분명히 오른쪽 벽에 붙어서 잤습니다.

잠이 다시 들려는데 왼발이 빠질정도로 아파왔습니다.

 

 

'아이씨 오늘 왜이래 자꾸 왼발에 쥐가 나려나' 하며 눈을 떠서 완존히 상체를 일으키기가 귀찮아

양팔꿈치로 상체를 지탱하며 비스듬히 일으킨 자세를 취했습니다.

 

그때 그 어둠속에서 허여멀건 것이 제 왼발 옆에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눈꼽이 끼여서 사물이 흐릿하게 보이나 싶어 눈을 꿈벅거리며 다시 보았습니다.

 

맞습니다. 하얀색이었습니다.

 

근데 저게 뭐지? 내가 지금 잠이 덜 깨 헛것을 보고 있나 싶어

왼팔꿈치로 상체의 무게를 지탱하며 오른손으론 제 눈을 비볐습니다.

 

정확하게 보이는데 그건 하얀 것뿐이었습니다.

 

밖엔 비가 오고 바람에 흔들리는 소나무의 그림자가 창에 어른거렸습니다

완전히 일어나 앉지 않고 그 자세로 내 왼발 옆에 있는 그 하얀 것을 보기 위해 눈에 힘을 주었습니다.

 

입이 바짝 바짝 말라왔습니다.

 

그 초조함이란...

 

 

뭘까? 뭘까? 뭘까? 무서워서 몸을 일으켜 앉을 생각도 잊고 계속 그 하얀 물체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하얀 물체가 움직일 때마다 제 왼발이 아파오는 것 같았습니다.

왔다 갔다 할때마다 통증이 밀려왔습니다.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는지 아니면 흐릿함이 없어지는지

이제 그 히끄무레한 실루엣의 실체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순간 번개가 쳤는지 번쩍 하면서 아주 잠시 방안이 환해졌습니다.

그리고 보았습니다.

 

너무도 자세히 말입니다.

 

심장이 멎고 턱이 덜덜 떨려서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어서 헉헉 거렸습니다.

온몸의 피가 타버리는듯한 공포,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것과는 비교도 할수 없는 두려움.

 

양의 기운을 가진 인간과 절대적 음의 기운을 가진 그것과의 대면.

머리속이 텅비어 오는 듯하고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진공의 상태...

그리고 저에게 하고 있는 행동...

 

지금이니까 이렇게 자세히 글을 쓰지만

그땐 마치 그 장면 하나하나가 마치 파노라마처럼 한장한장 제눈에 각인되듯이 그렇게 보여졌습니다.

 

 

계속되는 번쩍거림속에 방안의 장면을 아주 또렷이 볼수있었습니다.

 

 

하얀 색 옷인데 그게 소복인지 모르겠습니다.

한복같은데 그 여자가 앉은 자세가 사극에서 보면 조선시대 여인들이 앉는 그 자세였거든요..

 

한쪽 발을 세우고 앉으니까 치마가 펑퍼짐하게 보였습니다.

그리고 가슴께에 묶여있는 저고리 고름과 그 하얀 옷에 너무도 극명히 대비되는 아주 검은 긴 생머리!

 

제 쪽을 보고 앉아 고개를 숙여서 그 여자의 얼굴은

그 칠흑같이 검은 머리카락에 가려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또한 그 여자의 겨드랑이에 껴있는 제 왼발...

그 여자가 몸을 뒤로 젖히면서 제 왼발을 당길때마다 밀려오는 통증

 

귀신영화에서 보면 귀신은 손톱을 세우며 널 죽이겠다 너의 피가 필요해 라는 등의 대사가 있지만

이 귀신은 도무지 아무 말도 없이 계속 제 왼발만 붙잡고 뒤로 당기려 했습니다.

 

그리고 그귀신이 몸을 뒤로 젖힐때마다 일렁거리는 검은 생머리 얼굴이...

그 얼굴이 보일것만 같아 미칠것만 같았던 그 날 새벽...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오늘 여기서 난 죽는구나 라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도망가면 밖엔 폐가의 할머니 귀신이 있을것이고

더욱이 비바람과 번개가 치는 이 논둑길을 달려야한다는 건...

 

한참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계속 바라보았습니다.

 

그 통증을 꾹참으면서 그 귀신이 하는 행동을...

이젠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귀신영화에서 보면 가장 처참하게 죽는건 항상 도망가는 자의 몫이었습니다.

 

 

오기가 났습니다.

 

신발 내가 대체 무슨 잘못을 했길래 나에게 이러는건지 나하구 무슨 원한이 있다고 이런 젠장 젠장!!

 

눈물이 났습니다. 무서워서가 아니라 정말 화가나서

왜 도대체 왜 내가 아니 나만 이렇게 당해야하는지 억울하고 분했습니다.

 

내가 받은만큼 돌려주고 싶었습니다.

눈물이 내 두볼을 타고 흘렀습니다.

주먹을 꽉 쥐고 이를 꽉 다물었습니다.

(어릴때부터 쌈판에서 익은 자세임다. 물론 귀신에게 통하지는 않겠지만)

 

 

싸우고 싶었습니다.

죽을때 죽더라도 도망가면서 뒤에서 당하기보다는 칼이든 손톱이든 제 등이 아닌 제 배를 찢고

제 뱃속의 내장들이 쏟아져 나와도 두눈 부릅뜨고 노려보고 싶었습니다.

 

극도의 공포속에서 무서움보다는 열이 받았습니다.

 

전 크리스챤 이었습니다.

성경에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자세히 기억나진 않지만...

 

'사망의 계곡에서도 주님이 나를 지켜주시고~~' 라는 뭐 그런 내용이죠..

 

전 지금 사망의 계곡에 있었던것입니다.

모든 것을 주님께 맡기자라는 결심과 함께 조용히 누었습니다.

 

그리고 주먹을 풀고 꽉 다물었던 입을 열어 나즈막히 기도를 시작하기 전에

나에게 이런 고통을 주는 저 더러운 귀신에게 뭔가 복수를 해주고 싶어서 귀신이 당기고 있는

그리고 빼려고 지랄을 하는 제 왼발을 공중으로 차버렸습니다.

 

그리고 귀신이 앉아있는 곳을 향해 누운 상태에서 왼발로 무쟈게 빨리 찼습니다.

뭔가가 맞는 느낌은 없었지만 그래도 내 다리 잡아봐라 라는 식으로...

그리고 조용히 속으로 기도하던 것을 이제 악을 써가며 기도했습니다.

 

 

이제 사생결단의 순간이었습니다.

 

 

귀신이 절 죽이러 달라든다면 죽는 것이고, 제 기도가 먹혀서

오늘밤만 넘기면 학교를 때려치우더라도 절대 이곳 나주에는 오지 않을 것이라는 그런 각오로

생의 에너지를 다 끌어모아 방안이 쩌렁쩌렁 할 정도로..

 

그 조용한 새벽이 제 목소리 때문에 깨져도 좋으니 그렇게 소리라도 질러서 살고 싶었습니다.

 

그 때 기도 했던 내용은 뭐 이런 내용이었을 것입니다.

 

"나의 주 예수그리스도여 제가 오늘 곤경해 처해 당신의 이름을 부르며 기도하고 당신의 힘을 빌어

저 추악하고 더러운 귀신을 내쫒고자 하니 당신의 권능으로 저것을 사하여"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그때 제 모습을 지금 생각해보면 졸라 웃깁니다.

 

 

누운상태에서 두 손은 꼭 잡고 악을 빼락빼락 질러가며 기도하는 중에도 왼발은 허공에서

열나게 이리저리 휘젓고 도저히 귀신이 제 왼발을 못잡게...

(상상해보시길 바람...)

 

그렇게 몇 시간을 보냈는지 모르지만 제 풀에 꺽여 쓰러졌나 봅니다.

작은 창문은 지붕 바로 밑에 있기에 비가 마니 와도 비가 들치는 일이 없어 열어 두었습니다.

 

지붕에서 마당으로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스르륵 눈을 떠 방안의 풍경을 봅니다.

해가 떳나 봅니다.

날씨가 좋아졌나 봅니다.

 

비도 오지 않고 햇살이 작은 창문을 통해 자취방에 가득히 들어옵니다.

물방울이 마당에 떨어지는 그 맑고 경쾌한 소리를 몇 번 더들었습니다.

 

천당인가 봅니다.

죽어서 천당에 왔나봅니다.

 

새들의 지저귐소리도 들려오니...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누워있습니다.

손가락하나 까딱하지 않고...

그래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제가 죽다니...흑흑

누운 상태에서 가만히 손을 들었습니다.

 

이런 망할!!! 종석이란 놈이 있어야 내가 죽은건지 안죽은건지 알수있지 불러서

그넘이 내 목소릴 못들으면 그땐...그땐 죽은건데 그러다 살짝 제 허벅지를 꼬집어 봤습니다.

 

누운 상태에서...

 

아파옵니다. 고통이 통증이 느껴집니다. 더 세게 좀더 세게

(나중에 보니 제가 제 허벅지를 꼬집어서 피멍이 들었더군요)

 

눈물이 날 만큼 아파옵니다.눈물이 날만큼 기뻣습니다.

 

살았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용수철 처럼 팔딱 일어나 츄리닝 차림으로 걸어논 옷에서

지갑만 빼서 부엌에서 신는 슬리퍼만 신고 쫒기듯 달려나왔습니다.

 

정말 태어나서 그렇게 빨리 달려본 건 첨이었습니다.

 

머리 위엔 파란 하늘과 논에선 물을 빼는 아저씨들이 보이고

그들에게 소리치고 손을 흔들며 열나게 달렸습니다.

(아저씨들은 아침부터 왠 미친넘 했을 겁니다)

 

 

숨이 차오고 허파가 터질 것 같았지만 상관없습니다.

그 집... 그 집으로부터 해가 떠있는 동안 최대한 멀리 도망가야합니다.

 

그렇게 버스정류장까지 달려가서 나주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해서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

버스 기다리는 사람들을 본 순간 그들이.. 안면도 없는 그들이 얼마나 미워보이던지...

난 어젯밤 죽을 뻔했는데도 그들은 그들에게 평상시처럼 찾아온 아침을 별 의미 없이 맞이하는

그런 사람들을 보는 순간 얼마나 밉던지...

 

그렇게 목포까지 도망갔습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총알같이 제 방으로 들어가

아무 말도 하지않고 어떤것도 먹지 못한채 부들부들 떨기만 했습니다.

 

집에선 난리가 났습니다.

 

분명히 나주에서 학교에 있을놈이

지금 이 시간에 집에 와서 아무말도 안하고 방에 들어가 이불속 에서 벌벌떨고 있으니 말입니다.

 

왜 그러냐고 물어도 대답없이 부들부들 마치 경기들린 넘처럼 떨기만하고 있으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말해도 믿지 않을것이니 말입니다.

그러다 저녁 무렵이 되고 그래도 자초지종을 말해야 되지 않나 해서 부모님께 말했습니다.

 

간밤에 귀신을 봐서 여기까지 도망쳤다고 그랬더니

울 아부지 한동안 멍하니 절 쳐다보시더니 피식웃으시더니 나중엔 박장대소를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얌마 공부가 하기 싫으면 싫다고 말을하지 그런 거짓말치면 못쓴다는 겁니다.

 

그리고 내일 당장 짐싸서 가라고 합니다.

저는 때려죽여도 거기는 안가겠다고 버티고

그러다 종석이 생각에 아버지가 부르는 것도 잊어버리고 전화기 앞으로 튀었습니다.

 

재빨리 완도 지역번호를 누르고 종석이의 집으로 전화를 해서

가지 말라고 난 여기 목포에 있으니 가지말란 말을 하려고 전화를 했습니다.

 

종석이의 아버지가 받으시길래 종석이 있냐구 물었습니다.

 

그런데 종석이는 오늘 오전에 잠시 바람이 잔잔해져 그래도 배가 안뜨자

종석이 아부지가 사비로 배를 구해 사선을 타고 완도로 갔다고 하더군요.

(섬사람들은 파도가 높아 배가 도저히 항해할 수없는 날씨여도

육지에 급한 일이 있어 꼭 가야만 한다면 배를 띄우는데 그 배를 사선이라고 한답니다.

즉 목숨걸고 육지로 가는 것이라서 그렇게 불리운다고 하네요) 

 

우리는 길이 엇갈렸습니다.

 

종석이는 나없이 혼자선 그 집에서 절대 못자는데...

우리 종석이 아부지의 불타는 교육열...정말 감탄스럽습니다 -_-;

 

그런데 그게 평상시라면 괜찮지만

지금 종석이는 아무도 없는 자취방에 가고 있는지 아니면 벌써 도착했을것입니다.

 

우리는 정말 좋은 시대에 살고있습니다. 지금 같았으면 핸드폰으로 전화해서

 

"야 가지마 귀신나와 너 죽을수도 있어"


라고 말을 해줄 수도 있으련만 ...

그 시절엔 핸폰도 또한 자취방에 전화조차 없었으니 이건 눈뜨고 당하는 꼴입니다.

 

뉴스를 보니 오늘의 날씨가 나옵니다.

 

잠시 소강상태였던 태풍이 다시 활동하며 오늘 저녁 전남지역에 많은 비와 강한 바람이 일고

지역에 따라서는 천둥과 번개가 칠거라는 일기예보를 보며 종석이가 있는 곳도

이 좁아터진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그것두 전라남도이고 나 또한 같은 곳에 있는데...

차이라면 벽이 가로막아 있다는 것인데 누구는 오늘밤 귀신을 보고 죽을지도 모르고

누구는 가족들과 함께 저녁을 먹고 티비를 보며 일상의 생활을 누린다는 것입니다.

 

 

걱정이 됩니다.

 

"내가 걍 나주에갈까"

 

하다가 만약 갔는데 그넘이 내가 없으니까

친구집이라도 갔으면 또 혼자서 보낼것을 생각하니 절대 가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또다시 길이 엇갈리면...

 

그렇게 갈팡 질팡 하다가 저녁 12시가 되었고 전 좋게 긍정적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래 내가 본 건 헛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내가 진짜로 봤다고 해도 오늘 종석이에게 나타날 것이라고는 장담할 수 없다.

안나타나겠지!

또한 귀신을 본다는게 동네 슈퍼 아저씨 보는것처럼 매일 볼 수도 없는 일일거구

그래 종석이는 괜찮을거야 아무일 없을 거야"

 

라고 생각하며 겁없이 또 제 방에서 저혼자 잤습니다.

 

(여동생방에서 동생하구 같이자고 싶었는데 도저히 쪽팔려서...

안그래도 귀신보구 목포까지 왔다구 이가시나가 무시하는 와중에 베개들고

'하룻밤만 재워줘 제발~~부탁이야' 할 수는 없는노릇이니까요;)

 

그러나 그건 저의 착각이었습니다.

나중에 안사실이었지만 그집은 흉가였습니다.

 

흉가엔 귀신이 나타나는게 아니라 귀신이 사는 집을 우리가 빼앗아 사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귀신 또한 그 집에서 사는거라는 걸 우리는 몰랐던 것입니다.

 

나의 그 착각때문에 종석이는 목숨을 잃을뻔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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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저와 제친구의 자취방 마지막 이야기를 하려합니다.

그 친구로부터 그가 겪은 일들을 전해 듣기까진 3일이라는 시간이 더 걸렸습니다.

그 친구 역시 친구집으로 도망가서 학교에 안와버리다가 저희집으로 전화가 와서 학교에서

(또 엇갈릴까봐)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학교에 갔습니다.

 

우리에게는 전쟁터에서 살아돌아온 전우처럼

뜨겁게 포옹하고 어케 살아났는지 묻고 대답할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학교에 가자마자 담임 선생님에게 끌려가 체육실 문잠궈놓고 그날 하루 종일 터졌으니까요 ...

 

첫 빠따 때리기 전 담임선생님 잠시 망설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저와 제친구는 담배도 안피고 그동안 야자나 보충수업 한 번

제껴보지 않은 이른바 완전범생이었습니다.

 

담임샌님의 고민하는 표정이 역력합니다.

 

때리기에는 저와 제친구의 성적이 너무도 월등합니다.

전교1등과 2등을 둘이서 바꿔치기하고 3등과의 차이는 하늘과 땅이니까요

 

그러나 지금 이자리에 우리가 아닌 재민이나 지훈이가 서있었더라면

문 잠그는 소리가 남과 동시에 죽었을것입니다.

이것이 범생에 대한 특별대운가보다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담임선생님의 수사가 시작됩니다.

 

담임 : 요누무 시키들 느그들 왜 핵교를 3일씩이나 제꼈나?

 

범생의 피는 거짓을 말하지 않습니다.

 

솔직히 말했습니다.

 

저와 종석이가 이구동성으로...

 

"귀신을 봤습니다."

 

그 말을 하고 난 후 저와 종석이 우리가 더놀랬습니다.

 

"어! 종석이에게는 전화로 만나자는 말만 했는데 이시키가 어케 알고있지?"

 

그 놈도 안그래도 큰 눈이 왕방울만해집니다.

 

둘다 벌벌 떨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제 머리를 강타한 쇠뭉치.

너무 아파 담임샌님의 손을 보니 교무실에서 쓰는 열라 큰 호치케스가 들려있었습니다.

 

그 날 우리는 샌님 우롱죄로 100대 맞을거 1000대 맞았습니다.

우리 담임께서 그랬습니다.

 

"둘다 공부 잘해서 그럴싸한 핑계만 대면 속는척 봐주려했는데 귀신을 봤다?

요 시키들 나랑 장난하자는 거야?!"

 

라며 정말 죽지 않을만큼 맞았습니다.

 

억울했습니다. 아~썅 정말봤는데 -_-...

 

우리가 첨 만난건 교무실이었고 다른 선생님들 그렇게 많은 곳에서 어케 둘이서 짤수가 있겠습니까?

그러나 맞아도 행복했습니다.

울 담임샌님에게 맞는거니까요.

 

만약 그 귀신이 담임이 들고있는 저 pvc파이프를 들고 있었다면 헉 생각만 해도 싫습니다.

 

그렇게 오후5시까지 쉬는 시간마다 체육실에가서 맞고 왔습니다.

절뚝거리며 서로를 부축하고 다른 친구의 집으로 갔습니다.

서로의 엉덩이에 물파스를 발라주려고 보니 이건 사람의 피부에다가

피카소의 그림을 그려놓은 것 같았습니다. 발바닥부터 목까지...

 


그리고 제가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꽃뱀아 너 아까 귀신봤다는데 어떻게 생겼든? 정말 봤냐?"

 

라고 물으니 종석이도 제게 묻는것이었습니다

 

"재희야 너도 봤냐? 그 흰옷 입은 여자?"

 


거기까지 듣고 우리 주위에 있던 지훈이랑 철민이가 열라 쫄았습니다.

 

그놈들 하는 말이..

 

"느그들 지금 짜고 말하는거쥐? 잉 ? 그치?"

 

차근차근 설명을 해줬습니다.

 

"나와 종석이가 짰다면 시간이 필요한데 우린 오늘 아침에 교무실에서 첨 만났고

느그들도 알다시피 우리가 쉬는 시간마다 체육실에서 얻어터지고

또 지훈이 느그집에 오는길에 우리가 서로 말하는거 봤냐 이 시키들아"

 

그러자 이놈들 무서워서 떠는 꼴이란..


그리고 우린 학교에서 스타가 되었습니다.

구신본 놈들이라고...

 

 

어떤 친구넘들은 한참 인기있었던 '이야기속으로'에 우리의 이야기를 보내라고 하더군요

 

해볼까 하다가 티비나가면 전국적으로 쪽 당하고 족보에서 제명시켜 버린다고

울아부지 그러시고 또 공업샌님이 울학교 이미지 망가진다고해서

오늘날까지 이야기가 묻혀있던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경품이...;;

 

어쨌거나 그 날 친구집에서 종석이로 부터 그넘이 겪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제 친구 종석이의 이야기입니다...

 

제가 귀신을 보고 놀라 혼비백산하여 나주에서 목포로가는 버스 안에 있을때

종석이는 완도에서 나주로 오는 버스 안에 있었습니다.

 

우리는 완벽하게 길이 엇갈렸습니다.

 

그 순간 흰옷의 여자귀신은 우리 자취방에서 웃고있었겠지요...

 

 

........오늘밤 또다른 놈이 올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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