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가메쉬 서사시, 초야권 ]
*대충 읽고싶다면 길게 늘어뜨린 진한 문장만 읽으세요
우르크의 통치자 길가메쉬는 폭군이다. 신화적 존재에서
실존 인물로 인류 앞에 나타난 길가메쉬는 기록으로 본다면
최초로 초야권(初夜權, Ius Primae Notis)을 행사한 왕인 셈이다.
첫날밤, 새신랑 대신 새신부를 모두 다 차지하는 왕이다.
처녀들의 침대 속으로 기어 들어가 성욕을 채우던 왕이다.
거만하게 도시를 활보하던 거인이다.
중세의 영주나 귀족, 심지어 성직자나 승려들까지도 동참했다는
초야권의 시초는 수메르의 왕 길가메쉬에게 있었다.
여자가 일생에 한번. 결혼 전에 신전이나 사원에서 매음하는
종교적 관습은 서아시아에서 인도에 이르는 지역에 걸쳐 널리 행해졌다.
길가메쉬는 신의 대리인일 뿐만 아니라 그 자신 스스로도 3분의 2는 신이다.
초야권은 우르크라는 거대한 도시에서 처음부터 신들이 정해준 길가메쉬 혼자만의 권리다.
신들의 대사제이자 왕인 그들의 대리인에게 부여했던 초야권은
'가진 자'의 권리로 변질되어 '가지지 못한 자'의 딸들을 농락해왔다.
그러나 신들이 부여했다던 길가메쉬의 초야권도 '신성하지만은 않다.'
그는 연일 밤낮을 가리지 않고 무자비한 성폭행을 휘두른다.
젊은 우르크 왕은 초야권을 남발한다.
길가메쉬는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외치면서 자유를 위해
목숨을 초개처럼 버리는 영웅이 아니다. 오히려 초야권으로 자기 백성들을
괴롭히는, 우르크 사람들에게 자유를 주기보다는 자유를 억압하는 '철부지 통치자'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존재는 단지 신들뿐이다. 그리고 길가메쉬의 폭정에 견디다 못한
우르크 사람들의 한탄을 들은 신들조차도 곤혹스러워한다.
신들은 어머니 아루루에게 길가메쉬의 '맞상대'를 만들어서 우르크에 평화를
심어달라고 간청한다. '처음부터 서사시의 주인공을 영웅이 아닌 폭군으로 묘사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라는 의구심은 또 다른 주인공 엔키두가 탄생하게 된 동기를
부여하는 것으로 일단락된다.
길가메쉬의 초야권은 신성하지 않다. 그는 아직 '사랑다운 사랑'을 모르는 젊은이일 뿐이다.
성욕을 채우기 위해 쉴새없이 밤낮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청년일 뿐이다. 그럴 뿐이다.
그분(니어촉수님)이 보면 참 좋아하실 내용
짧아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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