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게문학] 세계 최고의 검사 (1)
분홍 머리의 아름다운 공주의 무도회가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시랼 자하드. 하이랭커이자 요새 촉망받는 유망주 공주.
그 무도회는 시랼 자하드의 멋진 칼춤이 주가 되었다. 상대를 맡은 자하드 근위대는 딸기시럽같은 피를 흘리며 쓰러졌고, 사람들은 열광했다.
허나 어딘가 거짓된 아름다움.
"재밌냐? 일부러 져주는 애들 괴롭히면?"
누군가 무도회의 흐름을 끊어먹었다.
시랼 자하드가 그쪽을 봤다. 한 흑발 머리의 검사가 있었다.
"어머."
다른 자하드 근위대가 그를 저지하러 갔다. 그때 시랼이 휘파람을 불어서 그들을 만류했다.
시랼이 빙긋 웃었다.
"그때 그 검사분이시네요?"
"흥, 너같은 녀석이 같은 검사라니 수치로군. 검의 품격을 더럽히지 마라."
"어머나, 나한테 검은 그냥 가끔 가지고 노는 장난감일 뿐인데?"
"..."
시랼이 광기를 비쳤다.
"꼬우면 니가 그리 좋아하는 검으로 한번 덤벼봐. 난 널 이 장난감으로 쳐발라줄테니까."
사람들은 따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결과가 너무 뻔했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하이랭커인 자하드의 공주가 변방의 이름없는 랭커에게 질 리가 있겠는가.
관객의 100.0%는 시랼의 승리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렇담 내가 악당이 되는건가...? 재밌군.'
둘의 대결이 시작되었다.
시랼은 폭풍같은 공격을 퍼부었다.
성난 독수리처럼 날카로웠고, 성난 황소처럼 힘이 넘쳤다.
하츠는 확실히 밀리는 듯 했다.
대부분의 관객들이 야유를 보냈으나, 일부 안목이 있는 검사 관객들은 반응이 달랐다.
그들은 조용히 경기를 지켜볼 뿐이었다.
그 검사 관객들은 속으로 같은 생각을 했다.
'저 소년... 정말 대단하군.'
시랼 또한 인정하긴 싫었지만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제길 이자식... 버거워.'
분명 검의 힘이나 속도는, 자하드의 공주인 시랼 자하드가 압도적이었다.
표면적으론 하츠가 일방적으로 밀리는 걸로 보였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하츠는 부족한 스펙을 기술로 무마하고 있었다.
한 검사관객이 생각했다.
'저 소년... 상대의 힘을 이용하는 능력, 그리고 기술과 기본기가 굉장히 뛰어나. 정말 엄청난 노력을 했음에 틀림없어.'
다른 검사 관객은 하츠의 검술을 보고 감동해서 울고 있었다.
하츠에게 야유를 보내던 검알못 관객들도 하나둘 몰입하기 시작했고, 어느덧 대놓고 하츠를 응원하는 관객까지 하나둘 나타났다.
조금씩 밀리는 시랼에게, 하츠가 감동적인 말을 했다.
"장난감이라고? 그럼 넌 나를 절대 이길 수 없을거다. 왜냐면 난 이것에 내 모든걸 걸었으니까."
하츠는 시랼이 생각지도 못한 시점에 그녀의 뒤로 돌아 등짝을 베어버리고, 이윽고 목에 검을 겨눴다.
시랼의 우아한 원피스가 베어져 흘러내렸고, 아름다운 등이 보였다. 피는 시간차를 두고 나기 시작했다.
등짝의 상처는 검사의 수치... 이건 상대를 확실히 압도했다는 증거였다.
"너의 패배다."
"..."
찰캉.
하츠는 검을 칼집에 꽂고 뒤돌아 갔다. 그때 시랼이 기괴한 웃음소리를 냈다.
"푸흐흐흡...크하하."
"?"
돌아보니 시랼은 어느새 등대와 인벤토리를 꺼내고, 니들을 쥐었다.
"푸흡흡, 변방의 이름없는 랭커 주제에 꽤 하잖아? 좋아, 나도 이제 제대로 상대해줄께. 아까처럼 기세등등하게 한번 덤벼봐. 이 샛기야."
"아니, 네 패배다."
"?"
"아까 넌 날 검으로 이긴다고 하지 않았나? 하지만 결국 내가 이겼지. 넌 패배자일 뿐이다."
다시 뒤돌아 걸어가는 하츠.
잠시 할말을 잃었던 시랼은 갑자기 또 기괴한 웃음소리를 내더니 하츠를 도발했다.
"푸흡흣... 왜, 쫄리시나봐? 그딴 하찮은 쇠막대기가 아니면 나한테 뭘 해도 이길수 없단걸 잘 아나보지?"
하츠는 어느새 이어폰을 꽂고 빠른 속도로 멀어지고 있었다.
"야!!!!!!!!!!!!!!!!!!!!!!!!!!!!!!!!!!!!!"
집에 돌아온 하츠. 우편함을 보니, 왠 편지가 와 있었다.
반갑네, 하츠군.
난 10가주인 아리에 혼일세.
자네에 대한 소문은 익히 들었네.
자네와 한번 대련해보고싶네.
낼모레, 아리에 궁궐로 오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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