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응기편 감정 묘사가 참 좋네요
고수를 보면서 인물의 내적 감정 묘사에 놀란적이 두 번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강룡이 내선향으로 향하던 도중 만나게 되는 왕응기였는데,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질투심이 공존하던 모습에서, 진정으로 삶의 의미를 깨닫는 심리적 변화가 인상적이네요 ㄷㄷ
내선향 향주의 제안에 따라 자신과 같은 처지의 아이들을 돌보며 삶의 의미를 찾으려고 하지만,
강룡과 싸울때까지만 해도 스스로 말했듯 그 의미를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강룡과 싸울 때는 이전에 향주가 말했던 '과거의 모습보단 지금의 모습이 중요하다'는 말로 그를 옹호하고,
나중에 강룡에게 기절한 뒤 깨어났을 때도 가장 먼저 한 생각은 내선향에 먼저 도착해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생존만을 위해 살아오던 자신에게 새로운 삶의 모습을 보여준 향주를 지키고 따라야 한다는 마음을 보여주죠.
아이들에 대해서는, '그 아이들은 어차피 죽을 운명이었다', '나로 인해 더 잘 살았으니 불만은 없을 거다'
라는 말도 안되는 소리도 하지만 강룡이 진짜냐고 되묻자 닥치라면서 괴로워합니다.
또한 아이들을 포기하려고 하면서 '그래도 네녀석들은 나보단 행복한 놈들이야', 라며 스스로를 정당화하거나,
막상 집이 불타는 모습을 보자 달려가서 아이들을 구하려는 모습을 보면
자신의 어릴적 모습과 비슷한 처지였지만, 살기위해 악행을 일삼던 자신과 다르게 화목하게 살고 있는 아이들에 대한 질투심과,
아이들과 함께 살면서 처음으로 느끼기 시작한 사람간의 정이나 행복이 뒤엉켜 있다는 느낌이 드네요.
결국 아이들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된 이후에야(살아있었지만),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 사는 삶에 의미가 있었다는걸 깨닫게 된 것 같습니다.
이런 간접적인 심리 묘사가 참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