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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그림자와 광휘의 이야기 - 광휘의 그림자 1~9화 몰아보기
에르온 | L:31/A: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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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1 | 조회 612 | 작성일 2020-08-18 22: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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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 그림자와 광휘의 이야기 - 광휘의 그림자 1~9화 몰아보기

망게 조짐이 벌써 보인다...

팬픽만 올리면 폭망게 되는건 당연한거고 며칠째 글 안올라오니 뭐라도 올려야겠는데 이슈 거리는 목요일에 겨우 몇개 생김.

차라리 1개씩 찔끔찔끔 올리는 것보다 걍 여러개 올리고 마는 게 나은 것 같음.

 

 

 

 

 

과거라고 하기에는 짧고 태초라고 하기에는 조금 긴 ‘고대’의 이야기.

절대자는 빛에서 만든 ‘광휘’와 어둠에서 만든 ‘군주’로 전쟁을 일으켰다.

어느 한 쪽의 멸망을 위해서가 아닌 자신의 유희를 위해서..

이를 알게 된 가장 찬란한 광휘는 그를 쳐서 군주들과의 전쟁을 끝내려고 하였다.

“주군.. 아니, 절대자는 전쟁을 겨우 유희거리로 보고 있는 자다.”

절대자의 속셈을 알아낸 이상, 가장 찬란한 광휘가 내릴 결정은 단 하나다.

“절대자를 죽인다. 그대들은 나를 도와줄 수 있는가?”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아무리 자신의 유희를 위해서라지만 그는 자신들의 주군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6명의 광휘가 협력을 약조했다.

하지만 광휘의 숫자는 총 8명.. 가장 용맹한 광휘이자 가장 찬란한 광휘를 위협할 수 있는 유일한 광휘, ‘아스본’만은 절대자를 지키자는 입장이었다.

“설령 그렇다 해도, 그 분이 우리의 주군인 것은 당연한 이치다.”

“아직도 모르는 건가? 그 자가 살아있다면 전쟁은 끝나지 않는다! 무고한 이들의 목숨이 계속 해서 사라져 갈 것이란 말이다!”

네 놈은 우리의 부하들을 죽이고 싶단 말이냐!!

분노에 찬 리더의 외침에 살기가 담기기 시작하자, 다른 광휘들이 막아섰다.

“.....그렇다 해도 우리의 주군이다.”

............................

“.....7일...”

“?”

“7일 후 거사를 진행하겠다. 어디 막을 수 있다면 한 번 막아봐라.”

그 후, 7명의 광휘가 자리를 떠났다.

아마도 그들과의 대화는 이번이 마지막이리라...

“주군, 방금 큰 소리가 나던데.. 이게 무슨 일입니까?”

총군단장 벨리온, 내 병사들의 리더이자 가장 신임하는 나의 친우였다.

“아아.. 녀석들이 주군을 친다더군..”

“그들의 의견과 다른 의견을 내셔서 이런 상황이 온거고요.”

피식.

역시 자신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그 덕분에 오랜만에 웃음이 새어나왔다.

“7일 후, 7명의 광휘와의 결전이 일어날 것이다. 준비해놔.”

“알겠습니다.”

벨리온은 항상 자신에게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보좌해왔다.

그런데 가장 무모한 길을 가는 자신을 그냥 묵묵히 봐주다니, 그답지 않았다.

“왜...라고는 묻지 않는건가.”

그러자 벨리온은 누구보다 친근하고, 그리워할 만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당신은 나의 주군, 올바른 길로 인도하되, 당신이 정한 길을 함께 걸어가며 사라지는 것. 그것이 바로 이 벨리온의 사명이니까..”

“네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 몰랐다.”

“실언이니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 참. 이그리트는 잘 적응 했나?”

이그리트는 뛰어난 무예로 발탁된 기사 학교 졸업생이다.

처음 그를 보았을 때 그의 잠재력을 보고 단숨에 제 1부대의 부대장을 맡게 했다.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자들과 부대장 자리가 탐나던 자들조차 그의 실력을 보고서는 입을 다물었다.

“곧 저와 비슷한 경지에 오를 가능성이 있는 녀석입니다.”

“그럼 그 녀석 며칠 간 빡세게 훈련시키고, 7일 뒤에 ‘그 곳’으로 와.”

"그 곳이라면?"

"알잖나... '그 곳'이 어딘지.."

어쩌면 이때부터였을까..

- 7일 후 -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오늘이야말로 절대자를 처단한다! 가자, 하늘의 병사들이여, 전쟁을 시작하는 것이다!”

오늘, 이 악연을 끊어내겠다. 각오해라! 절대자.

이 기세가 오래 가지 않는지 갑자기 주변이 고요해졌다.

“...뭐지?”

그 순간, 동쪽에서 엄청난 비명 소리가 들렸다.

“아스본인것 같습니다!"

".....제길..."

이 멍청한 친우는 결국 이 선택을 하게 된 것인가..

다른 광휘들도 비슷한 표정이었다.

자신들을 이끌고 (가장 찬란한 광휘가 군을 이끈건 맞지만 작전은 다 아스본 머리였다.) 누구보다도 용맹했던 아스본이 이제는 우리의 적이 되었으니까.

“... 아스본을 친다. 우리 7명이라면 녀석 죽이는 건 문제도 아니야.”

- 동쪽 전장 -

“주군! 가장 찬란한 광휘가 움직였습니다!”

“아직이다. 녀석이 도착할 때까지는 안 돼.”

그러자, 멀리서 마력이 담긴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스본!!!]

(이 곳에서 죽는 것은 두렵지 않으나, 주군을 지키지 못하고 떠나는 신하로서의 마음은 상당히 참담하군.)

얼마 지나지 않아, 광휘들이 도착했다.

가장 먼저 말을 꺼낸건 당연히 가장 찬란한 광휘였다.

“어리석은 녀석..! 무엇이 너를 이렇게 만들었느냐! 그는 우리를 배신했단 말이다!”

“몇 번을 묻는 거냐. 내 주군을 너희가 해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

그런데 문득, 가장 찬란한 광휘는 주변이 너무 고요하다고 느꼈다.

분명 전장이었던 이 곳이 어떻게 이렇게 조용할 수가 있을까?

그간 '파멸'과의 전투로 다져진 기감은 남들과 수백 배 차이가 난다.

그 '기감'이 본능적으로 경고를 외치고 있다.

“.....설마...!! 엎드려!!”

쿠콰콰콰콰쾅!!!!

굉음과 함께 충신 아스본의 목숨은 사라졌다.

고 광휘들은 믿고 있었다.

 

​절대자가 빛과 어둠을 창조하고도 최강자의 자리를 잃지 않고 빛의 리더라고 칭송 받는 이유가 과연 뭘까?

바로 절대자만이 열 수 있는 최악의 공간인 '판데모니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판데모니엄은 절대자를 제외한 자들이 들어갈 경우 영혼이 갈려서 결국에는 소멸에 이르게 된다는 말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감히 그 곳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해하지도 않았고, 그 곳에 대해 관심조차 가질 수 없었다.

그러나 가장 찬란한 광휘가 절대자에게 반기를 들기로 결심하기 전, 그는 우연히 판데모니엄의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판데모니엄>

 

"이 곳이 그 유명한 판데모니엄..? 그런데 이건 누가 보더라도..."

 

판데모니엄에 들어갔다 돌아오지 못한 자들 때문에 판데모니엄에는 무수한 소문이 나돌았다.

절대자의 공간이라느니 소멸의 공간이라느니 터무니 없는 말들이 들려왔지만 아무도 그 곳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지 않은 적이 없었다.

어느 순간에는 소문에 대해 말하고 있던 자들과 호기심을 가진 자들이 기억을 잃게 되었다.

그 중에는 군주와의 전투에서 도움이 많이 될 군단장들도 있었다.

가장 찬란한 광휘는 의심을 품으면서도 절대자의 의도에 순종했다.

판데모니엄은 그렇게 모두에게서 잊혀져 갔다.

그러다 우연찮게 들어온 판데모니엄은 완전 창고 같은 모습이었다.

 

"이딴 게 뭐라고 그런 소문이 만들어졌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군."

 

"그거야 당연하지 않은가. 여기서 나갈 가능성이 있는 자는 존재하지 않으니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천번이라고 할 정도도 모자란 정도로 이 목소리를 들었다.

절대자가 가장 찬란한 광휘의 뒤에 서있었다.

 

"나갈 수 있는 자가 존재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진실을 알게 된 그들은 미쳐버리거나 자해를 시도하거나 내게 충성을 바치겠다고 말하지. 나는 그들을 막지 않아. 자신의 명을 깎는 행위는 어리석지만, 그것도 그들의 선택이니까. 그러면 여기서 문제. 넌 진실을 알고 어떤 선택을 내릴까? 저기 왼쪽 위에 한 물체가 있을 거다. 그 물체에 버튼이 하나 있을텐데 그 버튼을 누르면 진실을 알게 될 것이다. 난 네 선택을 존중하겠다. 대신, 내 창고인 이곳에서 내가 말한 것 이외에는 만져서는 안된다. 그럼 가보도록 하지."

 

"명을 받들겠습니다, 주군."

 

절대자가 떠난 후 그의 명을 수행하기 위해 그 물체 앞으로 갔다.

그 물체의 이름은 '진실의 거울'이라고 했다.

절대자가 말한대로 진실의 거울 앞의 버튼을 누르니 진실을 알게 되었다.

광휘와 군주가 창조가 된 이유는 영겁의 세월을 홀로 살아가던 절대자의 재미를 위해서였고, 그 둘의 전쟁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거라는 진실을.

보통 사람이라면 그 진실을 알고 절망하고 울부짖을 것이었다.

자신이 판데모니엄에 들어갔다 왔고, 절대자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말한다 해도 믿지 않을 것이고 거기에 더해 절대자에게 찍혀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 때 내릴 선택은 단 두가지 뿐이다.

절대자에게 충성하여 연명하거나 자결하거나.

하지만 가장 찬란한 광휘의 선택은 달랐다.

그는 용맹한 하늘의 기사들을 이끄는 총사령관이자 최강의 광휘였다.

진실을 알게 된 이상, 두고만 볼 수 없었다.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라도 절대자를 죽여야했다.

 

<동쪽 전장>

아직 폭발의 여파가 가시지 않았다.

이 폭발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은 바로 하나뿐이었다.

신의 도구인 '파멸탄'일 가능성이 높다.

파멸탄은 강력한 폭탄이었지만 절대자가 사용 허락을 가뭄에 콩 나듯 허락해주는 바람에 이 폭탄을 제조하는 게 어렵다고만 느꼈었다.

하지만 판데모니엄 안에서 파멸탄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존재했었다.

즉, 전쟁이 끝나지 않도록 뒤에서 조율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 때 분노했던 감정이 속에서 끓어 올랐다.

 

"아스본의 마력을 추적해라! 녀석은 죽지 않았어! 이 폭발은 파멸탄의 폭발이니 그 녀석은 어딘가에 숨어있을 것이다! 절대자를 치기 전에 아스본부터 처단한다!"

 

"하지만 이 정도 폭발이면 아스본님은 죽었을..."

 

"이런 아둔한!! 그 녀석이 이 정도로 죽을 리가 있겠느냐! 분명 텔레포트 게이트로 도망쳤을 것이다. 무슨 짓을 꾸미고 있는지 모르는 이상 그 녀석을 먼저 잡는다!"

 

기껏 참아왔던 분노의 감정이 폭발했다.

이제는 친우고 뭐고 없다.

그리고 지금, 전우를 잃은 하늘의 병사들에게는 아스본이 명백한 적으로 인식되었다.

 

<판데모니엄 입구>

"텔레포트는 정상 작동 됐나 보군."

 

"실패했으면 저희는 뼈도 못추렸을 겁니다."

 

"난 영체라서 어차피 죽으면 뼈도 없어진다."

 

"그렇게 말하시면 제가 뭐가 됩니까..."

 

"다행히 제대로 작동했습니다. 어서오십시오 총군단장님, 주군."

 

판데모니엄의 입구에서 텔레포트 게이트를 작동시킨 자는 다름 아닌 1부대의 부대장인 이그리트였다.

7일간 벨리온이 전담하여 훈련시킨 것 때문인지는 몰라도 처음 봤을 때와 마력량은 심하게 많이 차이 났다.

 

"그런데 이곳에 온 이유는 무엇입니까? 여기 들어가면 소멸된다고 들었습니다만..."

 

"그건 소문일 뿐이고, 여긴 좀 특별한 창고라고 생각해도 된다. 나는 절대자님의 허락을 받았기 때문에 여기를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열쇠를 얻었지. 파멸탄을 사용했던 것도 이곳에서 꺼내갔기 때문이고..."

 

아스본의 말은 거기서 끊겼고 불편한 침묵이 감돌았다.

벨리온이 보기에 그는 아련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 같았다.

왜 그런 표정을 짓는지 물어보자 "너희들은 모르겠지만 앞으로 펼쳐질 역경에 너희들과 함께 있는다는 것이 미안한 마음이 든다."라고 말했다.

그러지 말라고.

당신은 우리의 주군이며 영원한 주군.

설령 당신이 죽더라도 의지를 이어나가겠다고 말하자 그는 옅게 웃었다.

사실 아스본이 이 말을 한 것은 깊은 이유가 있었다.

바로, 파멸탄을 가져오기 위해 판데모니엄에 들어갔을 때, 절대로 없어져서는 안될 최악의 무구인 '윤회의 잔' 이 사라져 있었기 때문이다.

아스본은 그걸 보고 직감했다.

가장 찬란한 광휘가 저지른 짓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와의 싸움의 끝은 노력해봤자 자신의 패배가 될 것이라는 것을.

하지만 승리할 일말의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그 사실을 부하들에게 차마 말을 하지 못했다.

 

"앞으로 어쩌실 생각입니까?"

 

"그 녀석이라면 아마 내가 도주했다는 것을 알고 있을테지만, 여기에 있다는 건 알지 못할 거다. 당분간은 이곳에서 쓸만한 무구를 찾아나설 수 밖에 없지."

 

끼이이이익

며칠 전에 왔었던 창고였지만 이 문을 열 때는 자연스럽게 긴장감이 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긴장감을 넘어 서늘함이 느껴졌다.

이윽고 문이 다 열리자 그 서늘함의 원인을 찾아낼 수 있었다.

 

"주군... 여기 원래 이렇게 무구가 없습니까...?"

 

"당했다..."

 

'역시 가장 찬란하다고 불리는 이유가 있군. 아군에게는 찬란하게 불리우겠지만 적의 상대로는 비열한 악마나 마찬가지야...'

 

절대자의 창고라 불리던 판데모니엄은 정확한 위치를 아는 자가 없다.

게다가 열쇠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입구를 통해 들어갈 수 없었다.

하지만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빛을 우롱하고 수많은 생명을 희생시킨 절대자여. 우리는 이제 너를 칠 것이다.]

 

마치 피로 쓰여진 것 같은 문장.

그 아래로 보이는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되는 광경.

신의 도구가 모여있는 절대자의 창고 판데모니엄은 적막만이 가득한 빈 창고로 변해있었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다.

분명 파멸탄을 사용하기 위해 이 창고에 왔을 때는 윤회의 잔을 제외한 나머지 무구들은 정상적으로 위치해 있었다.

그리고 파멸탄을 꺼내온 뒤로는 텔레포트 게이트 작동을 위해 이그리트가 판데모니엄의 입구에 있었다.

그러니 이 말을 종합하자면....

 

'설마 내가 환각을 본 건가... 하지만 그 무구는 절대자님의 힘이 없이는 사용되지 않을텐데..?'

 

의문은 오래가지 않았다.

가장 찬란한 광휘.

최초의 광휘의 파편.

최강의 기사.

판데모니엄에 들어갔다 나온 자.

가리키는 것은 한 가지였다.

 

"창조주의 힘을 가지고 있는 건가... 아니면 창조주의 힘을 '만들어낸' 건가..."

 

앞으로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는 모르겠으나, 이것 하나만큼은 확실했다.

절대자와 아스본은 광휘의 파편들에게 패배할 것이다.

윤회의 잔으로 시간의 주도권을 가져가고 '그 무구'로 공간의 주도권을 가져간 이상, 정면돌파 만이 유일한 방법이다.

아니, 사실상 정면돌파도 희박하지만 이길 가능성이 그나마 가장 높은 방법이기도 했다.

 

"벨리온."

 

"네, 주군. 명하십시오."

 

"군단 전원을 집합시킨다."

 

"그 말씀은..?"

 

"내일, 정면돌파로 끝장을 본다. 친위대고 뭐고 모든 부대를 다 집합시켜라.

적들에게 전열을 가다듬을 시간은 오래 줘서는 안돼."

 

"명을 받듭니다."

 

'이 불쾌하고 암울한 행동의 결과는 과연 무엇일까...'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아스본과 가장 찬란한 광휘는 절친한 사이에서 점점 거리를 두게 되었다.

아마도 시작은 그 때였을 것이다.

 

현재 상황은 군주들과의 전쟁이 냉전 상태로 지속되고 있었다.

서로에게 많은 피해를 입혔으며 회복의 시간이 필요했다.

광휘들은 이참에 군주를 압살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군주들 측에서 휴전을 제시해왔다.

애초에 부하들의 안전과 절대자를 지키는 것이 그들의 의무였기 때문에 긴장감 있는 냉전 상태가 지속되었다.

냉전 상태가 시작되기 전,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는데 바로 그 때 가장 찬란한 광휘와 아스본의 사이가 틀어졌다.

캉! 카강! 캉캉! 카가강!

 

“재미있구나! 찬란! 어디 한번 나를 더 즐겁게 해보아라!”

 

“너의 그 오만함은 제 명을 줄이게 될 것이다 파멸이여.”

 

찬란과 파멸은 서로의 숙적이나 다름 없었다.

하지만 서로가 직접적으로 전투한 적은 없었다.

그들의 전투의 여파는 양 쪽 군대에게 재앙이나 다름 없었기에 서로 치고 빠지고를 반복했다.

하지만 그 상황이 몇 백년 동안 이어져 오는 과정에서 가장 찬란한 광휘는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을 파멸의 군주에게서 잃었다.

전투에 돌입하기 전 보았던 그는 분노에 잡아 먹혀 눈에 뵈는 것이 없었다.

 

“네가 먼저 나에게 싸움을 걸어올 줄 몰랐다! 역시 네 놈과의 전투는 용맹 녀석보다 즐겁다!”

 

“닥치고 전투에 집중해!”

 

“그렇게 너의 연인을 잃은 것이 증오스러운가?”

 

!!!!!

공격 하나 하나가 치명타였기 때문에 파멸과 찬란의 전투는 긴장감 있게 흘러갔다.

하지만 파멸은 찬란에게 도발을 행했고, 분노에 휩싸여 있던 찬란은 한순간의 판단 미스로 치명적인 공격을 허용하는 바람에 공격과 방어의 균형이 깨지고 치명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크으윽!!”

 

“최강의 광휘의 파편도 결국 이 정도 수준에 지나지 않는가... 이제 그만 죽어라.”

 

절대자에게서도 느껴지지 못했던 흉악한 마력이 파멸의 입에 모여들었고 이내 구체로 변하여 내게 뿜어져 나왔다.

 

‘파멸의 숨결’

 

극한의 수련 속에서 드디어 만들어낸 광휘의 파편 전용 기술인 파멸의 숨결은 영체인 그들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다듬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제어하는 것은 힘들었고 영체를 공격하기 위해 만든 기술이라 육체를 가지고 있는 자들에게는 피해가 크지는 않겠지만 영체가 받는 피해는 막심했다.

영혼 자체를 소멸시켜버리는 기술이었기 때문에 가장 찬란한 광휘라도 끝났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눈 앞의 걸리적거리는 녀석 때문에 실패 했다고 느꼈다.

 

“네 리더가 내게 패배했다. 그런데도 나에게 대항할 수 있을거라 생각하나?”

 

“난 저 녀석보다 강해. 그리고 너의 기술 파악은 끝났다. 나 또한 네 놈과 전투할 때는 원래의 힘을 사용하지 않았지. 그러니 이제부터는...”

 

진심으로 간다.

검집에서 빛보다 더 밝은 검이 뽑아져 나왔고 빛의 속도로 파멸의 군주에게 접근했다.

끼리리리리릭

 

“그런가. 확실히 네 놈의 실력은 찬란보다 대단한 것 같구나 용맹!”

 

“여유를 부릴 생각하지 마라. 나는 찬란보다 강하다.”

 

빈말은 아니었는지 파멸의 몸에는 그와 전투가 지속될수록 상처가 늘어만 갔다.

그에 비하면 아스본의 몸은 상처 하나 없이 깨끗했다.

 

‘이대로면 밀린다.’

 

“영체화!”

 

거대한 붉은 색의 드래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눈은 마치 태양 같이 붉고, 태양같이 이글이글 불 타고 있었다.

피부는 용암과도 같은 상태로 몸을 뒤덮고 있었으며 어떠한 공격이라도 허용하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재미있구나, 용맹이여. 그럼 나도 진심으로 간다.]

 

‘파멸의 숨결’

 

영체화를 하기 전 사용했던 파멸의 숨결과 영체화 후에 사용한 파멸의 숨결은 차이가 많이 났다.

분명 아스본이라고 해도 소멸하여 없어졌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게 너의 전력인가 보구나.”

 

[너... 그 무구는! 네 놈따위가 그걸 쓰다니, 말도 안되는!!]

 

“말이 된다. 나는 판데모니엄에 들어간 적이 있으니까 말이지... 이제 이 싸움에 끝이 보이는구나... 발동 ‘리플렉터’”

[네 노오오오옴!!!]

 

키이이이이이이잉   

 

밝은 빛이 리플렉터에서 뿜어져나왔다.

절대자의 무구 중 가장 강력하고 가장 까다로운 무구 리플렉터.

최악의 무구라고도 불리는 리플렉터는 사용자에 따라 사용법이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절대자는 리플렉터를 사용하여 이 세상에 존재하는 진리와 사상조차 바꿀 수 있었다.

하지만 절대자와 달리 아스본의 힘으로서는 리플렉터의 최하위 능력인 공격의 흡수/반사의 능력만 사용할 수 있었다.

리플렉터는 다루기 까다로운 성질 때문에 가장 찬란한 광휘조차 사용할 수 없던 지고의 보배였지만, 지금 아스본에 손에서 맹렬한 빛을 자아내고 있는 것은 분명 리플렉터였다. 

 

[아스보오온!!!]

 

단말마와 같은 비명으로 파멸의 군주는 자신의 공격에 소멸했다-

라고 생각하기 전 빛보다 빠른 속도로 환계의 군주가 전투에 끼어들어 게이트를 형성한 후, 파멸의 군주를 차원의 틈새로 던지고 그들은 차원의 틈새로 도망쳤다.

찬란은 나를 괴물 보듯이 보고 있었다.

 

그의 두 눈에는 동요가 가득했다.

 

“아스본... 너는 내게 너의 진정한 실력을 숨기고 있었구나..”

 

“그래. 아무리 지기 싫어하는 네 성격 때문에 일부러 대련에서 져줬지. 그보다, 전투 중에 무리해서 강력한 공격을 하면 밸런스가 뒤틀어지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다. 아무래도 훈련을 제대로 받는 게 좋을거야. 감정 컨트롤도 해보고.”

 

“... 노력하겠다.”

 

이후에는 그냥 몇 가지 실없는 대화를 나누고 광휘의 영역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문제는 남아 있었다.

파멸과의 전투를 보고 사실 찬란이 용맹보다 약했으며 용맹은 찬란을 봐주고 있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찬란은 그 소문을 듣고서는 나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어언 100년이 흘러 결국 찬란은 용맹에게서 우정이라는 감정을 버리고 적대라는 감정을 택하게 되었다.

자신의 자존심이 짓밟히고 자신을 구해준 게 항상 자신에게 지기만 했던 아스본이 자신을 우롱하는 존재가 되었다.

분노가 이성을 지배해버렸다.

결국 그와는 사이가 완전히 틀어져버렸고, 이 상황까지 오게 되었다.

 

<판데모니엄의 숨겨진 입구>

 

‘이제 더 이상 패배란 없을 것이다.’

 

절대자를 치기로 결심한 찬란에게는 눈에 뵈는 것이 없었다.

그는 윤회의 잔을 꺼내오며 최악의 무구라고 불리는 리플렉터와 함께 파멸탄을 제외한 모든 무구를 판데모니엄에서 빼왔다.

아스본이라면 이곳에 들어와서 파멸탄만 가져갈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파멸탄만 남겨두었다.

그리고 리플렉터를 발동시켜 아무 것도 없는 공간을 가득찬 공간으로 바꾸어 놓았다.

단 하나, 윤회의 잔만큼은 사라지게 하여 자신이 이곳에 들어왔고 윤회의 잔을 가지고 갔다는 사실만큼은 남겨두었다.

과거, 가장 소중했던 친우인 그에게 해줄 수 있는 마지막 배려였다.

 

내가 생각해도 완벽히 미친 짓이었다.

창조주의 힘을 훔친다는 것은 죽지 않고 영겁의 세월동안 고통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절대자를 치기 위해서는 창조주의 힘이 필수불가결 했다.

그래서 가장 찬란한 광휘는 절대자의 틈을 노리고 있었다.

대외적으로 절대자는 호위를 들이지 않는다고 알려져있지만 사실은 다르다.

아스본은 절대자의 숙면 시간에 그를 호위하는 호위 대장 역을 역임하고 있었다.

그러니 창조주의 힘을 취하려면 아스본을 뛰어넘어야 했다.

그러나 아스본은 강하다.

자신의 전력으로 부딪힌다 하더라도 이긴다는 보장은 없었다.

아니, 전력을 다해도 아스본만큼은 이길 수 없을 것이다.

즉, 창조주의 힘을 빼돌릴 수 밖에 없는데 방법은 하나 뿐이었다.

파멸과의 전투를 통해 그를 전장에 불러내는 방법이 유일했다.

그래서 그는 무턱대고 혼자서 차원의 틈새로 건너가는 만행을 저질렀다.

 

"호오, 그새 실력이 는 것도 아니고 단신으로 이곳에 넘어오다니 대단한 자신감이군."

 

아니나 다를까 차원의 틈새에 들어오자마자 파멸의 군주가 기다리고 있었다.

 

"넌 내 거사를 위한 인형일 뿐이다. 이곳에 온 것은 거래을 하기 위함이다."

 

"거래? 네 놈이 이제 와서 우리에게 거래를 제안하는 이유가 뭐지? 우린 거래고 뭐고 여기서 네 놈을 박살낼 수 있다."

 

"훗. 내가 여기서 박살나면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지? 당장 아스본이 리플렉터를 들고 이곳으로 쳐들어오겠지. 그럼 그 때 너희들은 그 녀석을 막을 수 있을까?"

 

"겨우 네 놈이 죽는 것만으로 그 녀석이 이곳에 온다는 확신을 가지는 이유가 뭐지?"

 

"... 그와 나는 친우니까."

 

사실 지금은 친우라기 보다는 대립자라고 봐도 될 정도로 반목하고 있었다.

하지만 과거에는 그와 친우였었고, 얼마 전까지 친우였었기 때문이다.

 

"재미있군. 그럼 거래 내용을 알려주겠나?"

 

그 말에 나는 거래 내용을 그에게 전부 말해주었다.

진실을 알게 된 나는 절대자를 처단할거고 그 때 사용할 창조주의 힘을 훔칠것이라고.

자신을 도와준다면 앞으로 공격을 멈추겠다는 말까지 덧붙혔다.

조건은 이곳에서 자신의 생명이 사라진 척을 하게 해주고 휴전하자는 내용이었다.

 

"창조주의 힘을 가지고 우리에게 덤비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는 한 너를 도와줄 수는 없다."

 

"절대자를 소멸시키기 위해서는 창조주의 힘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그 힘은 내가 감당할 수준이 아니다. 그러니 절대자를 죽임과 동시에 그 힘을 내게서 지울거야."

 

"... 재미있군. 그럼 어디 한번 판을 깔아보지."

 

<절대자의 궁 앞>

 

!!!!!!!!!

 

방금 사라져서는 안될 강렬한 빛이 세상에서 사라졌다.

 

"설마 찬란이 당한건가!!"

 

고민할 시간이 아까웠다.

아스본은 판데모니엄으로 들어가 리플렉터를 꺼내고선 차원의 틈새로 향했다.

 

"파멸!!!!!!"

 

"역시 바로 왔구나 용맹이여. 찬란이 패배한 지금 네가 이곳에 올거란 생각은 들었다만 이렇게 빠르게 올줄 몰랐군. 절대자의 호위 역할도 때려치우고 말이야."

 

"너 그걸 어떻..."

 

빠악

 

둔탁한 소리가 머리에서 울렸다.

뒤를 돌아보니 찬란이 자신을 공격했다는 것을 알았다.

 

"어떻..게... 네가... 왜..."

 

털썩

 

"뒤는 맡기마."

 

"친우라면서 적들에게 맡기고 가는데 일말의 불안감도 없군."

 

"죽여버리면 창조주의 힘을 얻은 내가 너희들을 심판할거니까."

 

"살벌하군... 요그문트라면 아스본의 기억 정도는 지울 수 있다. 시간은 얼마 정도 필요하지?"

 

"10분이면 충분하다."

 

그 후에는 기억이 완전히 끊겨있다.

창조주의 힘을 훔치는 과정에서 무언가 몸에 이상이 생겼기 때문이다.

아스본은 환계의 군주가 기억을 조작했기 때문에 내가 어떤 짓을 했는지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절대자도 창조주의 힘이 사라져있는지 파악하지 못했다.

그리고 나는 곧장 판데모니엄으로 향했다.

가장 처음 발동시킨 무구는 리플렉터였다.

아니나 다를까 진리와 사상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은 사용하지 못했다.

창조주의 힘은 완전히 자신의 것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다루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없었다.

창조주의 힘이 사라진 걸 알게 된다면 이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리플렉터만을 가지고 판데모니엄에 나간 후 광휘의 파편 회의를 소집했다.

 

"절대자를 친다."

 

어둠과 빛의 입장이 역전되기 시작했다.

 

<현재>

 

"아무리 생각해도 무모합니다, 주군."

 

"아니, 이 방법 밖에 없다. 각개전투는 지금 우리에게 완전히 불리한 상태야. 그렇다고 소수 정예로 덤비는 것도 안돼. 전력면에서, 전략면에서, 속도면에서, 시간면에서... 아니, 모든 면에서 우리가 불리하다. 판데모니엄이 비어있다는 것은 그 말이다."

 

"그렇다고 해도 정면돌파는 무모합니다. 군사들의 통솔력 또한 낮아질테고, 배신하는 병사들이 속출할 겁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 애초에 우리에게 승산이 없는 전투다. 그리고 이건 명령이 아니라 부탁이다. 제발... 내 작전에 따라다오..."

 

사정하듯이 말하는 주군의 모습에 벨리온은 차마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이윽고 결전의 날이 밝았다.

 

<하루 전>

 

“아직도 아스본의 위치가 파악되지 않는 건가?”

 

“예. 아직 아무 반응도 잡히지 않습니다. 이 정도면 다른 차원에 있다고 봐도 무관한...”

 

“반나절이 지났다! 녀석은 겨우 텔레포트로 이곳에서 빠져나간 것 뿐이다. 명심해라. 우리가 우위에 있다고 해도 파멸탄을 소지한 이상 얼마든지 역전이 가능하다는 것을! 오늘 회의는 여기서 마치겠다.”

 

가장 찬란한 광휘의 말이 끝나자마자 각 군대의 군단장들과 광휘의 파편들이 자리를 비웠다.

단 한 명, 가장 지혜로운 광휘을 제외하고는.

 

“저를 이렇게 따로 남기신 이유는? 제가 여기서 제일 바쁘다는 건 찬란님도 알고 계실텐데요?”

 

“화내지 말아줬으면 좋겠군... 지혜, 용맹에게 대응하려면 작전을 제대로 짜야지. 작전 수행력이야 창조주의 힘이 있는 이상 충분히 수행 가능하니 이제는 작전이 중요하다.”

 

“... 우선 판데모니엄의 무구들을 저희 측이 가지고 있는 이상 바보가 아니고선 각개전투, 소수정예 전투는 벌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용맹님은 정면 돌파를 시도하시겠죠. 파멸탄이라는 무구가 용맹님 측에 존재하는 이상 정면 돌파를 저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럼 어쩌자는거지? 그리고 아까부터 님 님 거슬리는데 용맹은 우리를 배신한 놈이다. 님을 굳이 안 붙혀도 돼.”

 

“제가 편하자고 붙이는 것이니 신경 쓰진 말아 주시죠. 어쨌든 용맹님은 정면 돌파할 가능성이 제일 높습니다. 그러니 차라리 뚫려 주는 게 나을 것 같군요.”

 

이어진 지혜의 설명에서는 파멸탄의 정확한 작동 원리와 폭발의 범위와 위력 같은 것을 설명하면서 정면 돌파의 저지는 무의미하다는 것을 일깨워주었다.

물론 중간중간에 반박을 하긴 했어도 괜히 지혜로운 광휘가 아닌지 모든 반박에 반박을 행했고 후반으로 가서는 말을 꺼내지도 않고 그녀의 말을 조용히 경청했다.

정면 돌파 해오는 용맹을 죽이려면 일부러 뚫려준 뒤에 부하와의 거리를 늘려 놓고 내가 그와의 전투로 이기는 방법이 최선이라 했다.

 

“녀석은 그 정도로 멍청한 놈이 아니다. 판데모니엄의 무구가 우리에게 있는 이상 우리가 져준다는 느낌은 분명 받을테지. 그런데 과연 거기서 밀고 들어올거란 보장이 없다.”

 

“왜 없다고 생각하십니까? 판데모니엄의 무구가 우리에게 있다면서요? 찬란님도 창조주의 힘을 가지고 계시니 리플렉터를 사용하실 수 있지 않으십니까? 물론 진리와 사상을 바꾸는 능력을 사용하시지는 못하겠지만 단일화 능력은 사용 가능하시지 않습니까?”

“단일화 능력을 이 전투에서 사용하기에는 리스크가 크다. 잘못하다가는 파멸탄을 난사시키게 만들 수 있어.”

 

“리플렉터의 공격 흡수/반사 능력을 사용하면 해결됩니다. 애초에 용맹님과의 전투에서는 창조주의 힘의 최소한만 사용하려는 것 아닙니까? 그래서 파멸탄을 1개 1개씩 사용하는 전략에는 리플렉터를 사용할 수 없겠죠.”

 

“너는 나를 잘 아는군... 그래, 네 말대로 한 번 해보도록 하지. 군단의 정비는 2시간 정도면 되겠나?”

 

“맡겨 주십시오.”

 

가장 찬란한 광휘는 지혜가 막사의 밖으로 나가자 리플렉터의 능력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보았다.

일단 가장 최하위 능력인 공격의 흡수/반사 능력.

창조주의 힘이 가장 적게 쓰임과 동시에 전투에서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는 능력이다.

그리고 단일화 능력.

리플렉터의 사용자를 이기지 못하는 이유 중의 가장 큰 능력이다.

능력은 모든 것을 ‘단일화 시킬’ 수 있는 능력이다.

쉽게 말하자면 상대가 가진 전략이 여러 개이고, 수단과 무기가 여러 개라 할지라도 단 1개만 사용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만약 마검사의 경우 마법과 검 중 하나만 사용할 수 있게 되는데 이를 토대로 흡수/반사의 능력을 사용하면 리플렉터의 사용자에게 공격이 전혀 통하지 않게 된다.

그리고 버서커 능력.

자신의 모든 신체 능력과 마력을 일정 시간동안 비약적으로 상승시킨다.

일시적으로 불사의 힘을 얻게 되고 상대를 일격에 소멸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지만 창조주의 힘을 너무 많이 잡아먹기 때문에 절대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이 능력이 존재한다는 것도 모르고 있다.

물론 나의 경우 창조주의 힘을 거의 흡수한 덕분에 이 능력의 존재를 알게 되었지만 어차피 사용하지 않을 능력이었다.

마지막으로 현실 조작.

진리와 사상마저 바꿀 수 있는 최악의 능력이다.

절대자는 창조주에게 리플렉터를 받고 딱 한 번 이 능력을 사용했다.

그리고 그가 조작한 현실은 ‘창조주를 제외한 자들은 생명을 창조할 수 없다.’ 라는 현실을 ‘창조주와 절대자를 제외한 자들은 생명을 창조할 수 없다.’ 라는 현실로 조작하고 광휘와 군주들을 창조했다.

영겁의 세월을 살아가고 있는 그에게는 가벼운 일탈이었지만 리플렉터의 최상위 능력인 현실 조작을 사용하는 바람에 그에게 남겨진 창조주의 힘은 거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창조주의 힘을 채우기 위하여 숙면 시간을 늘렸고, 창조주의 힘을 보관해놓는 장치에 아무런 관심을 주지 않았다.

창조주의 힘을 완전히 채우지 않은 상태로 그 장치를 열어버리면 기껏 모아 놓은 창조주의 힘이 모조리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찬란이 창조주의 힘을 빼돌리기가 쉬웠다.

찬란이 빼돌린 창조주의 힘은 겨우 장치의 20% 였다.

하지만 찬란은 그 정도의 힘을 가지고도 정신을 잃을 때가 많았다.

창조주의 힘을 취하고서는 자주 정신을 잃었는데 지금은 그 주기가 그나마 짧아졌다.

만약 20%의 힘이 아니라 21% 였었으면 찬란은 그 자리에서 즉사했을 거라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기회는 지금 밖에 없었다.

창조주의 힘을 사용하여 광휘와 군주를 만들어낸 그라면 다음에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르는 일이었다.

 

“내일이면 모든 것이 끝날지어니...”

 

내전은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들의 전력이 낮아지는 행위이며 군주들의 이득이 되는 행위였기 때문이다.

때문에 자주 대립했던 아스본도 자신에게 별로 자극 하는 행위를 하지 않았다.

나도 아스본에게 자극적인 행위를 행하지 않았다.

그러나 절대자는 이미 선을 넘은지 오래고, 아스본도 파멸탄을 사용하면서 선을 넘어버렸다.

 

“선을 선이라고 믿으면 선해지지만 악을 선이라고 믿으면 악이 된다... 아스본, 이제 너는 악이다. 악은 내가 단죄해주마.”

 

곧 다가올지도 모르는 자신의 죽음을 각오한 가장 찬란한 광휘는 전열을 가다듬은 하늘의 군대에게로 향했다.

“전군, 출정한다.”

 

최후의 결전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어제와는 다르다. 이번에야 말로 가장 용맹한 광휘의 파편을 쓰러트리고, 우리를 지옥에 빠트린 절대자를 심판할 것이다. 나를 따르라!”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스본의 영지>

 

“지금까지 나를 잘 따라와주었다. 우리의 주군을 위해서,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 나는 싸울 것이다. 다들 나와 끝까지 함께 가자!”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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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자를...”

 

 

“반역자를...”

 

 

“처단한다.”

 

척척척척척척척척

 

분명 누군가가 보았으면 장관이라고 말을 해도 모자라지 않는 광경이었다.

날개 달린 빛의 천사들과 그들을 이끄는 8명의 찬란한 빛의 파편들.

각각 군단을 거느리며 절대자를 죽이기 위한 행진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도착한건가?"

 

"네. 이곳이라면 용맹님을 꾀어내기 적절한 위치라고 봅니다."

 

"모두가 작전을 전해들었나?"

 

"네. 전원 작전에 찬성하였습니다. 찬란님은 때에 맞춰 단일화 능력을 사용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알았다."

 

'이곳이 네 무덤이 될거다 아스본.'

 

곧 펼쳐질 치열한 싸움을 예견하듯 고요한 분위기가 전장을 맴돌고 있었다.

지난 밤, 드디어 아스본의 위치를 추적하는데에 성공했다.

그는 아니나 다를까 자신의 영지 내에서 군사들과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군사를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아침에 돌격할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그렇게 긴장감이 유지되던 중, 아스본이 군단을 이끌고 이동하기 시작되었고 그에 맞추어 8개의 광휘의 군단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투가 벌어질 협곡은 한 번 들어오면 절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포위할 수 있는 협곡이었다.

먼저 아스본이 이곳에 접근하면 그도 모르게 단일화 능력을 사용한 다음 가장 쾌활한 광휘가 이끄는 군단이 아스본과의 전투에 들어가고 후미를 가장 지혜로운 광휘의 군단이 친다.

예상이 맞다면 부하들이 있는 곳에서 아스본은 절대로 파멸탄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앞뒤로 그들을 찢어 발긴다면 아스본은 심리적으로 위축될테지만 무리한 돌격을 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 분명했다.

그 때 쾌활이 당하는 척 뒤로 빠져들면 단일화 능력에 사로잡힌 아스본은 그를 추적할 것이고, 이 협곡에 들어오자 마자 나는 그와 전투함으로써 승리할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변수가 있다면 아스본의 군단의 총군단장인 벨리온이다.

그는 광휘의 파편이 아님에도 광휘의 파편에 걸맞은 힘을 지니고 있다.

아무리 아스본을 자신이 혼자 처리한다해도 그가 이끄는 군단은 자신에게 위협이 될터.

그러니 아스본과 벨리온을 군단에서 완전히 격리시키고 전투에 들어가는 것이 이번 전투의 핵심이다.

 

"찬란님. 용맹님이 접근하고 있습니다."

 

"좋아. 전군 전투 태세에 돌입한다."

 

척척척척척척척척척척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합니다, 주군. 저희 군단이 이렇게 편하게 그들에게 접근이 가능할리는 없을텐데..."

 

"그 녀석들도 바보는 아니다. 아무리 절대자의 무구를 지니고 있다고 할지언정 사용할 수 있는 놈은 찬란, 많이 쳐줘서 지혜와 명랑 정도일테지. 차라리 그럴바에는 매복을 해놓는 선택을 하겠지."

 

"그 말은 함정 속으로 들어가겠다는 말 같습니다만..?"

 

"바로 그거다. 녀석들은 몰라. 내가 함정에 들어가서 어떤 짓을 행할지 말이야. 난 한번도 전장에서 나의 전력을 다하지 못했다. 절대자님은 나의 힘이 가장 군주의 힘과 가깝다고 했지. 내 힘을 무리하게 쓴다면 빛의 날개가 전부 타버리고 군주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했다. 즉, 이번 전투에서 나는 빛이 아니라 어둠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거지. 두렵지는 않은가?"

 

"이미 광휘를 막았다는 것만으로도 어둠과 손 잡은거나 마찬가지죠. 주군께서 군주가 된다하더라도 저희를 잊지 않는 한, 저희는 주군을 따를 것입니다."

 

"... 고맙다..."

 

휘이이이이이이이이잉

 

수천의 바람의 화살이 군단으로 날라오기 시작했다.

한 발 한 발이 섬광 같아 보이는 화살은 마치 우리를 목표로 삼은 유도 마법처럼 보였다.

 

"전군, 방어막 전개!"

 

빛의 방어막이 군단의 위에 전개되었다.

다행히도 화살로 인한 피해는 없었지만 그 뒤가 문제였다.

 

"폭!"

 

콰과과과광

 

빛의 장막이 깨지며 순식간에 군사들이 불에 타 죽었다.

 

"쾌활!!"

 

"여어. 용맹씨, 난 당신과 한번 붙어 보고 싶었는데 이 기회에 이렇게 되네."

 

쾌활은 그 말을 끝으로 등에 매달아 놓은 활을 꺼내고 손에서 빛으로 화살을 만들어내 장전 했다.

 

"자, 다들 공격 들어가자!!"

 

다시 수천의 바람의 화살이 아스본의 군단을 향해 날라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바라본 아스본은 검집에서 검을 꺼내고 빛의 속도로 휘둘렀다.

꽈아아아아아아아아앙!

최강의 검사라고도 일컬어지는 아스본의 발도술!

바람의 화살을 풍압으로 튕겨내며 격렬한 폭파음이 전장에 울려퍼졌다.

그 때, 뒤에서 거대한 게이트가 펼쳐졌다.

 

"용기롭고 지혜로운 병사들아, 우리의 적에게 멸망을 선사하자!"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오직 마법사들로만 이루어져 있는 지혜의 군단이 후미를 습격했다.

아스본은 가장 위험 요소인 지혜를 막으려 등을 돌였지만 맹렬한 공격이 그가 이동하는 것을 방해했다.

 

"어이 어이, 가장 용맹하다는 광휘께서 적에게 등을 돌리고 도망가다니? 이름 값 못하는구만!"

 

콰광

 

"네 놈따위 벨리온 혼자만으로도 충분한 상대라서 그런거지."

 

"뭐야?"

 

쾌활은 말그대로 쾌활한 성격을 가졌지만 빈 말로 말해도 모든 것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며 도발에 잘 말리는 스타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를 자극하여 한시라도 빨리 그를 정리하고 지혜의 군단을 공격해야 했다.

 

"오냐, 그럼 제대로 시작해주마!!"

 

그의 왼손에 들린 활이 빛으로 변하더니 양손과 융합되어 석궁이 완성되었다.

이윽고 석궁에서 자동으로 화살이 생성되더니 인지조차 불가능한 속도로 그에게 쇄도했다.

하지만.

 

'계획대로군.'

 

"지배자의 권능."

 

일순간 쾌활에게서 자신에게로 쏘아지던 모든 화살이 소멸했다.

주변 마나를 사용하여 화살을 만들어 사용하는 게 그의 능력이었기 때문에 마나를 다루는 데서 한 수 위의 능력을 얻게 된 아스본에겐 쾌활의 공격이 전혀 먹히지 않았다.

그러나 자신의 마나로 화살을 만들어 쏘는 것이라면 얘기가 달랐다.

아무리 마나 제어권이 더 뛰어나더라도 쾌활의 화살은 지배자의 권능으로 막기에는 아직 다루기가 미숙했다.

절대자에게 반란 사실을 알리고 이 권능을 받은 것이 하루 전.

그나마 이정도면 꽤나 잘 구사하지 않는가?

역시 쾌활은 당황하여 움직임이 멈춘 상태였다.

 

"너... 너.... 어째서 절대자의 권능을 사용하는 것이냐!!"

 

"내가 아무런 대책도 없이 정면 돌파를 시도할 생각이었을 것 같나?"

 

'제길... 이곳에서 벨리온과 아스본을 제외한 녀석들은 거의 처리하는 게 계획이었는데... 이건 너무하잖아!'

 

오직 마나로만 모든 기술을 사용하는 쾌활에게는 지배자의 권능이 그의 역린이었다.

아스본은 그 권능을 얻은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그의 생각에는 오로지 '후퇴'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후퇴해서는 안된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지금 후퇴하면... 저 놈의 검은 지혜의 군단에게 향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윽고 쾌활의 양 팔에서 활이 사라지고 허리춤에서 두 자루의 단검을 꺼내 손에 쥐었다.

아스본은 속으로 놀라고 있었다.

 

'저 녀석이 단검을 쓸 수 있던가?'

 

분명 자신의 기억 속의 쾌활은 단검은 커녕 근접전 최악의 광휘였다.

궁수였기 때문에 마법사인 지혜보다 자신을 방어할 수단이 없었고 궁수였기 때문에 근접전 또한 젬병이었다.

 

슈우우우우우우

콰광!

 

"!!!!!!!!"

 

"내가 언제까지고 근접전을 신경쓰지 않을거라 생각한거지?"

 

방심하는 바람에 예상외로 큰 데미지를 입었다.

 

'오호라, 마나로 신체 능력을 강화시킨건가? 이거는 찬란과의 싸움에서 유용하겠군.'

 

"용맹. 이번에야 말로 너를 꺾겠다!"

 

"나도 경의를 다해 전력으로 상대하겠다."

 

쾌활의 단검과 용맹의 장검이 부딪히며 엄청난 굉음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쾌활은 기세등등하던 초반에 비해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뭐야... 도대체 이게 뭐냔 말이다!!'

 

싸움이 계속 될수록 아스본의 공격 속도와 공격력이 점점 올라갔다.

마치 드디어 호적수를 만난듯한 그의 눈빛은 누구보다도 밝게 빛났지만...

 

'왜 저 녀석에게서 파멸의 힘이 느껴지는거냔 말이다!!'

 

아스본에게서 불길한 어둠의 마력이 뿜어져나오고 있었다.

 

파파파파파팟

 

"뭐지? 벌써 끝인가?"

 

"크윽..!"

 

아스본에게서 어둠의 마력이 뿜어져 나오는 것을 자각한 뒤로 전혀 공격이 통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스본은 자신이 어둠의 마력을 뿜어내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의 눈빛은 오로지 살기만을 품고 있었다.

오랜 세월 함께 지내던 그의 눈빛과는 완전히 다른 눈빛이었다.

같은 전장에서 전투를 벌일 때도 저 눈빛은 하지 않았다.

실시간으로 상처가 점점 늘어났다.

 

'이런 젠장... 한계인가...'

 

그의 칼날이 자신의 몸에 닿기 전...

 

콰과과광!!!

 

"!!!"

 

뒤쪽에서 어마어마한 폭음이 들려왔다.

이윽고 먼지가 거치자 광활한 절벽이 생성되있었다.

후퇴의 신호이자 단일화 능력이 사용되었다는 증거이다.

아스본이 한 눈을 판 지금이 유일한 기회였다.

 

"근력 강화, 신체 강화!"

 

투우우우우웅

 

"제길! 놓칠 것 같으냐!!"

 

엄청난 속도로 후퇴하는 쾌활의 앞을 쾌활의 군단이 막아섰다.

아스본은 검을 검집에 집어넣고 다시 한 번 발도함으로써 쾌활의 군단을 쓸어버렸다.

 

"지배자의 권...능!!"

 

우우우우우우우우웅

지배자의 권능이 3쌍의 날개를 감싸기 시작했다.

초고농도의 마력이 날개에 응집되자 벨리온이 말을 걸어왔다.

 

"주군! 저희는 어떻게할까요?"

 

"이곳에서 지혜가 도망치지 못하도록 잡고 있어라."

 

피슈욱

마지막 말과 함께 빛의 속도라고 말하면 실례가 될 정도의 어마어마한 고속으로 앞을 향에 날아가기 시작했다.

몇 초 밖에 지나지 않았으나 날개에 엄청난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분명 지배자의 권능에 버티지 못한 날개가 타고 있으리라...

 

'찾았다!'

 

그러나 통증도 잠시, 빠른 속도로 후퇴하던 쾌활의 군단을 마주쳤고, 그들의 앞에서 멈춰섰다.

 

콰광

 

굉음과 함께 엄청난 먼지가 전장을 감싸버렸고 시야가 완전히 제한되었지만 마력으로 어느 정도 위치를 파악했다.

그리고 이어서 검을 뽑아 그대로 쾌활에게 돌진했다.

 

"수고했다, 쾌활. 후에 명계에서 만나도록 하지."

 

카가앙

 

"?!"

 

분명 쾌활의 목을 일순간에 벨 생각으로 덤벼들었다.

그의 힘이 온전하지 못한 상태에서 덤벼들었으니 반응도 못하고 목을 벨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강렬한 철의 마찰음이 울렸고 검의 부딪힘으로 인한 풍압이 마치 폭풍의 눈과 같은 현상을 연출했다.

이윽고 눈 앞에 포착된 나의 검을 막은 자..

 

"꽤나 아파보이는구나, 아스본."

 

"오랜만이라고 해야할까... 찬란."

 

자신의 영원한 라이벌이자 빛의 군단의 총사령관인 가장 찬란한 광휘가 서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는 5명의 광휘의 파편들과 각각 그들의 군단이 전원 집결해있었다.

지혜의 군단이 빠져있긴 했어도 쪽수만 보더라도 수억의 군사들이 있는 것 같다.

용맹한 자를 완전히 무릎 꿇리기 위해 쳐놓은 역사상 최고의 덫이었다.

 

"환영 인사치고는 너무 과한거 아닌가?"

 

"여기서 널 환영하는 자는 없다. 네가 어제 파멸탄을 사용하고 나서는 너를 존경하는 자들도 이젠 너를 괴물로 바라보지. 이게 네가 말한 신념이며 정의인가?"

 

"그렇다. 절대자님을 지키는 것 만이 나의 정의이며 우리의 정의이다. 아니, 이제는 나와 내 군단만의 정의가 되겠군."

 

"거짓된 정의가 생명을 앗아갔다.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마. 지금 당장 모든 것을 포기하고 우리 편에 붙으면 이때까지 일어난 일을 전부 모른 척해주겠다. 어떤가? 우리와 같이 가겠나?"

 

고민할 필요조차 없는 대답이었다.

승산이 없는 싸움이라도 항복과 회유에는 넘어가지 않는다.

그것이 최초로 자신이 탄생되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쌓아놓은 '신념'이었다.

 

"몇 번을 말하는 지 모르겠군. 난 내 주군을 지키는 것 뿐이다. 내 사명을 위해서라면 어둠과 손을 잡는 것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그 대단하신 주군이 한 말을 잊었나보군. '선을 선이라 믿으면 선이 되지만 악을 선이라 믿으면 악이 된다.'고. 그게 정확히 우리의 상황이다. 우리는 선, 너는 구제불능의 악이다."

 

"아니지. 내가 선이고, 네가 악이다..."

 

카아아아앙

 

"말 끊는 건 네가 제일 싫어하는 행위로 알고 있었는데..?"

 

"문답무용. 이제부터는 너를 척살하겠다."

 

"할 수만 있다면 말이지."

 

끼리리리리릭

 

검으로 힘싸움을 하며 철의 마찰음이 끊임 없이 울렸고, 한 순간에 용맹과 찬란이 튕겨져나갔다.

하지만 튕겨져 나간 것을 예의치 않는다는 듯이 다음 공격을 준비하여 고속으로 서로에게 접근하였다.

 

캉! 카강! 캉 캉! 카가강! 캉! 카각! 캉!

 

굉음이 끊임 없이 울렸고, 엄청난 밀도의 마력이 전장을 휩쓸었다.

결국 군단 중 마력을 견디지 못하고 토를 하며 쓰러지는 자들이 발생했고, 그것을 본 찬란은 잠시 공격을 멈추고 뒤로 후퇴했다.

 

"왜 그러지, 겨우 이 정도인가? 나를 덫으로 끌어들였다면 이 정도는 각오한걸로 알았는데 아닌가보군?"

 

".. 네 상태나 똑바로 봐라. 너의 날개는 완전히 타버려서 먼지로 되기 일보 직전이다. 불쌍해서 멈춰주었건만 자기 상태도 모르는 머저리였나?"

 

".........."

 

말이 끊기고 침묵이 감돌기 시작했다.

찬란은 이상함을 느꼈다.

아스본과의 검을 부딪힌지 수백년, 그런데 오늘 그와 싸우면서 느낀 그의 마력은 완전한 어움의 마력이었다.

날개가 타버려서 그런가보다 하며 도발했지만 그게 오히려 아스본의 역린을 건드린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생각은 완전히 맞았다.

아스본은 그대로 공격할 의지가 사라진 것만 같아보였다.

이대로면 승리를 가져올 수 있을거라 생각하여 발을 움직였지만...

 

'뭐..뭐야!'

 

그의 살기 어린 눈빛에 감히 움직일 생각조차 사라졌다.

그의 눈빛은 마치 파멸의 군주... 아니, 절대자의 눈빛과도 같았다.

 

"... 그렇군. 내 날개가 타고 있는지도 모르고 힘을 무자비하게 해방하여 싸운게 문제였어..."

 

그 말이 의미하는 바를 몰랐던 나는 자연스럽게 그에게 의문을 던졌다.

 

"그게 무슨 말이지?"

 

"알 거 없다."

 

"..."

 

'자칫하면 완전히 어둠에 집어삼켜질 뻔 했다.'

 

보통 평소 같았으면 무의식 중에서 힘을 제어했을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무언가에 의해 자신의 의식이 지배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생각이 듬과 동시에 잃어버렸던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다.

찬란이 파멸과 손을 잡고 절대자의 힘을 훔칠 작당을 한 기억.

그 기억이 지금, 갑자기 돌아왔다.

왜 이걸 잊고 있었을까라는 생각도 잠시, 자신이 의식을 잃고 들린 이름에 의해 이해되었다.

환계의 군주 요그문트.

그라면 분명 완벽하게 기억을 삭제시킬 수 있을 것이었다.

아마 빛과 상극인 어둠으로 내 기억을 막아놓았겠지만 날개가 다 타버린 지금, 아스본을 구성하고 있던 빛 중 일부가 어둠보다 더 검은 어둠으로 변해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 기억이 떠올랐고, 자연스레 이 상황이 어떻게 가능한지 알게되었다.

 

"언제 단일화 능력을 사용했는지 몰라도 여기까지 나를 밀어붙일 줄은 몰랐군."

 

"단일화 능력을 자각했나? 그러면 리플렉터에 사용하고 있는 창조주의 힘은 회수해야겠군."

 

무형의 기운이 찬란에게로 뻗어나갔고 찬란의 마력이 더욱 짙어졌다.

 

"왜 그런거지?"

 

"무얼 말이냐?"

 

"파멸과 작당하여 환계의 힘으로 내 기억을 지운 것 말이다."

 

"!! 무, 슨 말도 안되, 는 소리를"

 

'저 녀석이 어떻게 기억하는 거지? 분명 일전까지 아무런 낌새도 눈치 못챘는데!!'

 

"감히 어둠과 내통하다니... 이제부터는 제대로 간다."

 

그 말을 끝으로 그는 5개의 파멸탄을 전방으로 던졌다.

 

콰과과과과과광!!!!!!

 

"오늘은 여기까지다. 원래 여기서 끝내려했지만, 아쉽게도 내 날개를 회복시켜야 해서 말이..."

 

말을 잇기도 전 빠른 속도로 대검이 내 목을 노리고 접근해왔다.

파멸탄의 영향권에서 자유로운 자는 찬란을 포함한 다섯의 광휘일 뿐이고 이런 속도는 찬란밖에 내지 못할 것이니 나는 검을 빼들어 그의 공격을 막아냈다.

 

카앙!

 

"대단하군... 설마 파멸탄이 데미지 1도 못 넣을 줄이야... 역시 창조주의 힘은 대단해. 그치?"

 

"닥쳐라....! 도대체 어딜 가는 것이냐... 너는 오늘 이곳에서 죽는다!"

 

"훗. 그럼 나도 최선을 다해 상대해주마!"

 

카앙!

 

"미래의 운명을 통채로 바꿔버릴 장대한 싸움의 막이 올랐다..."

 

전장에서 아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가장 지혜로운 광휘와 그의 군단, 그리고...

 

"이제 와서 당신이 저희를 도울 줄은 몰랐군요..."

 

벨리온과 이그리트를 포함한 아스본의 군단이 전투를 바라보고 있었다.

 

때는 광휘와 군주가 창조되었던 머나먼 과거.

그들은 창조된지 얼마되지 않아 본능적으로 영혼의 성질이 다른 서로의 세력을 적대하기 시작했고, 이윽고 두 세력 간의 대규모의 전쟁이 발발했다.

전쟁이라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로 전투에 참여한 인원이 적었지만 그 소규모의 인원들의 전투는 그들이 살던 차원을 완전히 황폐화시키기 전까지 이어져 갔다.

그렇게 많은 시간이 흘러 광휘 8명과 군주 8명이 벌인 최초의 전쟁, 아니 전투는 절대자의 무구를 앞세운 광휘의 승리로 끝났다.

전쟁에서 패배한 군주들은 그들을 피해 차원의 틈새로 도망쳤고 그들은 자신들에게 부여된 위대한 권능을 합쳐 각자의 특징을 앞세운 종족들을 창조해내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대규모의 인원들이 창조되었고 그들이 지낼 공간인 '혼세'도 차원의 틈새에서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이 만들어낸 것들에게 아이스 엘프, 용인, 오우거와 같이 종족명을 내려 그들의 세력을 나누었고 각각의 종족 중 최강의 존재가 군단장이 되어 군주들의 군단이 탄생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다시 광휘에게 도전했다.

광휘들은 이번에도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데려온 군대를 보고 난 뒤 자신들이 얼마나 오만했는지를 알게 되었다.

소규모 전투든 대규모 전투든 엄청난 물량 공세로 광휘들의 패배가 이어졌다.

그리고 광휘들도 마침내 결심했다.

그들도 무언가를 만들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전투가 계속해서 패퇴하면서도 창조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이윽고, 강력한 하늘의 병사 한 명이 창조되었다.

그 중 가장 최초로 창조되었으며 가장 광휘의 힘에 가깝게 창조된 병사가 바로 아스본의 군단의 총군단장인 벨리온이었다.

벨리온이 창조되고 나서는 일사천리였다.

그와 같은 성질을 가진 병사들을 절대자의 무구를 사용하여 더욱 빨리 만들어냈고, 군주들의 군단에 준하는 숫자의 병사들이 만들어짐과 동시에 절대자가 내린 가장 위대한 권능이 사라졌다.

그렇게 광휘들은 군주들과 같이 군단장 직책을 내려 군단을 정비했고, 판데모니엄까지 후퇴하는 바람에 열세에 처해있던 광휘들은 강력한 병사들과 함께 2번째 전쟁의 우위를 점해가기 시작했고, 가끔씩 그들의 본진인 혼세를 습격하면서 군주들과의 대등한 힘겨루기를 지속했다.

열세에 있었음에도 군주들을 패퇴시킬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하늘의 군단의 최초의 총군단장이자 최강의 하늘의 병사인 벨리온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는 용맹을 그 누구보다도 존경하고 따랐으며, 전쟁에서 우위를 점해갈 때쯤 스스로 하늘의 총군단장의 직책을 내려놓고 아스본 개인의 군단의 총군단장 직책을 맡게 되었다.

이 얘기를 왜 지금하냐면 벨리온은 광휘들에게서 창조되었지만 그들 정도의 힘을 지니고 있는 유일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옆에 가만히 서있는 여성은 그런 자신을 살려주었다.

도대체 왜?

뇌를 뜯어내서라도 물어보고 싶었으나 자신의 질문마다 애매모호한 화법으로 답변하는 바람에 의문점만 더 많아지고 힘도 빠졌기 때문에 입을 닫고 가만히 서있었다.

그녀가 자신을 살려준 이유는 더 가관이었다.

 

"난 지혜로운 자들을 위해서만 움직이거든. 이전에는 찬란님이 지혜로우신줄 알았는데 오늘 보니까 용맹님이 더 지혜로우신 분인 것 같아. 뭐, 그리고 원래 나는 찬란님보다 용맹님을 따르는 쪽인데 분위기에 휩쓸려서 이렇게 된거 같군. 어쨌든 내가 네 편으로 돌아선 건 엄청난 이득 아닌가?"

 

그건 맞았다.

병사 하나 하나가 중요한 전력이라고 될 정도로 아스본의 군단과 찬란을 비롯한 광휘의 군단은 전력 차이가 극심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고의 마법사 군단인 지혜의 군단이 아스본 측으로 왔다는 것은 승리의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는 얘기다.

물론 판데모니엄의 무구들이 찬란에게 넘어가 있는 이상 승리 가능성은 참담했지만.

그럼에도 벨리온은 무언가 꺼림칙했다.

과거, 가장 지혜로운 광휘와의 첫 만남은 그녀를 신뢰할 수 없는 자라고 인식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지혜님, 총군단장 벨리온입니다."

 

"어, 들어와."

 

가장 지혜로운 광휘

광휘의 파편의 머리를 담당하는 자이다.

찬란이 몸이라면 지혜는 몸을 움직이는 뇌와 같았기 때문에 비공식적으로 그녀는 광휘들의 최대 전력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그리고 몸인 찬란이 완벽히 처리하지 못한 일은 그림자라고 불리는 용맹의 것이 되었다.

결국 지혜가 사라진다면 몸과 그림자가 제 역할을 할 수 없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전쟁에서 완벽하게 패배하게 될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벨리온은 그녀가 어떤 인물인지 알기 위해 그녀를 개인적으로 만나고 싶다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찬란에게서 허락이 내려왔다.

가까이서 본 그녀는 아름다웠다.

지혜를 제외하고는 모든 광휘와 만나보았지만 그녀는 다른 광휘들과는 달리 진짜 광휘(光輝)처럼 보였다.

찬란한 빛으로 빚어진 듯한 금발과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이글이글 타오르는 적안, 그리고 여러 서류를 검토하면서 자신을 맞이하는 그녀는 여러 의미에서 아름다워 보였다.

 

"그래서 무슨 일로 나를 찾아온거지?"

 

지혜가 자신을 살펴보고 있는 듯한 눈을 하고 있는 벨리온에게 별 관심 없다는 듯이 툭 물어보았다.

 

"다른 광휘 분들과는 인사를 나눴습니다만, 총군단장 직책을 맡고 나서도 지혜님을 뵙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사실은 그것보다 광휘의 숨겨진 리더라고도 불리는 그녀가 총군단장인 자신을 왜 소규모나 대규모의 전투에서 활용할 작전 회의에 한 번도 불러주지 않아 도대체 어떤 생각인지가 궁금해서지만, 본심을 숨기면서 교묘하게 그녀의 신경을 살짝 건드리면서 대답했다.

그녀는 자신의 말의 의도를 파악한 것 같았고, 서류를 내려놓고 본격적으로 대화를 나눌 준비를 하였다.

 

"뭔가 오해가 있나 본데, 총군단장 벨리온 군? 당신이 아무리 광휘에 가깝다 해도 결국은 우리에게 창조된 존재지. 그러니 소규모든 대규모든 당신을 작전 회의에 부를 필요는 없어. 당신의 실력이 광휘보다 강하지 않은 이상 작전 회의는 광휘들끼리만 한다. 당신은 그저 우리의 명령을 이행하는 존재일 뿐이니 그렇게 감정을 가질 필요는 없다."

 

자신이 말하지 않은 본심을 전부 다 파악하고 그와 동시에 자신이 반박할 여지를 남겨두지 않게끔 말을 마쳤다.

벨리온은 속으로 분노의 감정이 끓어올랐다.

 

'내 실력이 약하니 가만히 짜져있어라고? 아무리 광휘라도 나를 이렇게 깔보다니, 어이 없군.'

 

"방금 자네, 속으로 왜 자기를 깔보고 있는 지 생각했나?"

 

"?!"

 

분노와는 별개의 감정으로 경악이라는 감정이 벨리온을 잡아먹기 시작했다.

분명 자신은 속으로만 생각했을 뿐이었다.

설마 생각을 읽는 건가라는 생각도 순간 들었지만 그런 광휘가 있으면 전쟁이 벌써 끝나고도 남았을거란 사실을 상기하고 그녀를 무의식 중으로 경계하기 시작했다.

식은 땀이 흐르며 그녀를 관찰했다.

이글이글 불타오르는 적안이 마치 자신을 불태워 죽여버릴 것만 같은 시선을 가지고 있었다.

이 어색함과 알 수 없는 공포가 싫어서 말을 이으려고 했으나...

 

"내 시선이 어지간히 공포스럽나 보군. 자네가 무슨 생각을 가지든 나는 자네를 해칠 생각이 없으니 떨지 말게. 아니, 떨지 마라. 나를 찾아온 이유는 알겠으니 이제 그만 물러나가 줬으면 좋겠군."

 

또다.

다시 한 번 자신의 생각이 눈 앞의 여성에게 읽혔다.

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서류에 눈을 돌려 업무를 보기 시작했다.

내가 말라붙은 고목처럼 끄떡이지 않고 서있어도 그녀는 내게 시선 한 번조차 주지 않았다.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나도 내가 자리를 비우지 않자, 놀랍게도 그녀가 다시금 내게 말을 걸어왔다.

 

"나를 믿지 않는건가? 어떻든 상관 없지만 이제 돌아가줬으면 하는군, 총사령관 군."

 

"... 실례했습니다."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찾아온 것이 오히려 배 이상으로 의문을 늘려버렸다.

몇 번 대화를 나눠보았지만 그녀의 마음을 읽는 신비로운 능력에는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리고 벨리온은 그녀를 군주들 보다 더 경계해야 되는 상대로 인식하게 되었다.

 

"이제 그만 경계를 풀 때가 된거 같은데?"

 

말 뜻을 해석하자면 경계를 풀어라는 것이다.

하지만 벨리온은 경계를 풀어라고 말해도 무의식적으로 그녀를 계속해서 경계하고 있었다.

 

"당신이 저라도 경계를 풀지 않겠죠. 솔직히 당신이 저희를 돕는 것도 믿기지 않습니다. 무언가 꿍꿍이가 있는 것 같고요."

 

"네가 그렇게 말하다니 내 인상도 완전 바닥인가 보구나. 하지만 말했다시피 나는 용맹님을 따를 예정이야. 그러니 곧 자주보게 될 상대인데 적의 좀 없애지 그러냐?"

 

그녀는 계속해서 경계를 풀어라, 적의를 없애라 등의 말을 건네고 있다.

바보가 아닌 이상 그딴 말을 듣고 경계를 풀리가 없지 않은가?

이 역시 무언가의 꿍꿍이를 동반했을 것이라 생각되어 나도 모르게 그녀를 째려봤다.

그러자.

 

"너 설마 아직도 내가 마음을 읽을 수 있는줄 알아?"

 

"!!!!"

 

당황.

이 상황을 당황이라는 말 말고는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과연 존재하기는 할까?

황당이란 단어도 있지만 그녀의 말은 당황 이라는 말로 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

 

"역시 당신은 마음을 읽을 수 있던거였군요."

 

그러자 그녀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말을 이었다.

 

"아니. 나는 너와 만났을 때 절대자의 무구를 사용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게 무슨..."

 

그 때 상황은 분명 뇌리에 깊숙히 박혀있다.

분명 무구라든가 마법이라든가 아무것도 발동된 느낌이 들지 않았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혜로운 자의 능력이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절대자의 무구라고?

 

"잠깐, 그러면 찬란님도 그 무구를 사용할 수 있다는 건가?"

 

"반말은 듣기가 싫은걸? 그래 맞아. 절대자의 무구라면 찬란님도 사용할 수 있겠지."

 

"!!!!!"

 

낭패였다.

만약 마음을 읽는 무구를 지금 찬란이 사용하고 있다면 작전이 다 까발려지는 것도 모자라 전투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0%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물론, 무구를 가지고 있어야 가능한거지. 마음을 읽는 무구는 내 방 그 자체야. 내 방에서 회의를 하는 것도 광휘들의 숨겨진 생각을 전부 알기 위해서지. 그러니 내 방 안에서 전투 하지 않는 이상, 그 무구가 사용될 리는 없어."

 

순간이지만 급박했던 마음에 단비처럼 평온이 찾아왔다.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면... 아니, 그녀의 말을 믿을 수 있을까?

그렇지만 자신들을 살려주었기도 했으니 그녀의 말은 신빙성이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마법을 사용하신 겁니까?"

 

지혜가 발동한 마법으로 그의 군단이 완전히 괴멸됨과 동시에 엄청난 절벽이 생성되었다.

당연히 모두가 죽었을 것으로 알고 있었으나 놀랍게도 지혜의 공격으로 사망한 아군은 단 1명도 없었다.

그래서 그녀를 바로 옆에 두고 협력한다는 말도 잠자코 듣고 있었다.

 

"아, 그거. 내가 만들어낸 간단한 마법이야."

 

설명은 간단했다.

 

연쇄 폭파 마법의 마법진을 여러개로 중첩시킨 뒤 용암 마법과 폭풍 마법을 섞어서 중첩된 마법진이 발동됨과 동시에 우리의 군단 전체에게 전신투과 마법과 투명화 마법을 걸었다고.

그녀는 별거 아니라고 말했지만 벨리온과 그의 군단은 입을 벌리고 멍청하게 그녀를 쳐다보기만 했다.

 

'과연, 그래서 가장 지혜로운 광휘였다는 건가.'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이런, 드디어 제대로 격돌하는군."

 

엄청난 폭렬음이 전장에 퍼져나갔다.

 

'주군...'

 

그의 주군은 무패를 자랑한다.

그라면 분명 무사할 것이다.

거듭 마음을 다졌지만 이미 불안이 마음을 잠식해버린 이상 긴장하며 최후의 전투를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쿠구구구구구구구

 

'큭... 무슨, 이런 괴물이 다 있는거지..!'

 

용맹의 날개가 거의 흩어지기 전의 상태를 인식하고 나서는 용맹의 공격패턴이 마치 다른 사람처럼 바뀌었다.

단 한 번도 대련에서 본 적이 없는 검술을 구사하며 공격속도 조절을 워낙 잘하는 바람에 방어에 집중을 잠깐이라도 풀면 엄청난 속도로 허점을 요격했기 때문에 제대로 된 공격을 할 수 없었다.

 

"왜 그러지, 겨우 이 정도인가? 창조주의 힘을 가지고 판데모니엄을 다 털었을텐데 왜 사용하지 않는 거지?"

 

또다.

지속적으로 그는 도발을 하며 창조주의 힘을 사용해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창조주의 힘을 사용할 경우에는 절대자와의 싸움에서 확연히 불리해지기 때문에 창조주의 힘을 완전히 억제하면서 싸우고 있다.

절대자의 무구 또한 창조주의 힘을 요구하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았다.

이유는 단순하다.

아스본의 힘 정도면 어떻게든 중상을 입혀 마지막 결정타로 창조주의 힘을 사용하여 영혼을 소멸하는 게 계획이었는데 예상을 초월할만큼 아스본의 전력은 강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아스본은 아직도 무언가 억제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창조주의 힘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는 것이다.

 

"시시하군. 제대로 박살내줘야겠어."

 

그 말을 끝으로 아스본의 신형이 완전히 사라졌다.

그의 최하급 스킬인 '신속'이었다.

 

"설마 신속마저 제대로된 속도를 보여주지 않았을 줄이야!!!"

 

눈은 따라가지 못해도 파멸과의 전투로 다져진 극도의 기감은 그의 공격 위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었다.

 

왼쪽! 오른쪽! 오른쪽! 위! 왼쪽! 아래!

 

캉! 카강! 카가강! 카가각! 칵! 카각!

 

눈은 반응늘 하지 못했으나 팔이 저절로 반응하여 모든 공격을 쳐내고, 흘리고, 반격했다.

그 순간 몸에서 무형의 사슬이 툭 끊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아스본의 모습이 드디어 눈에 잡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신속으로 높힌 그의 속도를 상회하는 속도로 접근하여 검을 휘둘렀다.

 

"큭. 역시 네 놈도 그게 있나보군."

 

휘두른 검을 어렵사리 피한 아스본이 신속을 해제하고 비어있는 한 손에 장검을 들며 말을 건넸다.

 

"그게 뭔지는 나도 모르겠다만 네 녀석과의 전투에는 도움이 되겠군!"

 

"펑."

 

"?!"

 

싸움에 너무 의식하고 있느라 그가 무슨 무기를 가지고 있는지 까먹었다.

그리고 동시다발적으로 파멸탄이 터지기 시작했다.

 

퍼버버버버버버벙!

 

폭발 속에서도 그의 기척을 놓치지 않기 위해 동체 시력이 극한까지 올라간 상태로 그의 동작 하나하나를 눈에 담았다.

 

"난도!"

 

"뭔..!"

 

카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각!!

 

신속 스킬을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엄청난 속도로 가까이 접근해 쌍검을 휘둘렀다.

도저히 한손검으로는 막아낼 수 없는 빠르기라 몸에 상처가 점점 늘어났다.

그 와중 그의 공격 패턴을 분석하는데 성공했다.

왼쪽은 검 2개가 동시에 들어온다.

오른쪽은 검 하나를 검날로 내리치면서 튕겨낼 때 다른 검으로 공격한다.

위쪽은 아래쪽을 공격하듯 아래쪽에 잔상을 남기고 위를 공격했다.

그리고 잔상이란 것을 인식했을 때쯤 아래쪽에서도 공격이 들어온다.

그의 공격의 패턴 파악이 끝난 후, 찬란은 방금 힘 겨루기에서 얻어낸 기술인 '섬광'을 발동시켰다.

순식간에 난도질의 속도를 따라잡고 대등하게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아스본은 검 한 쪽을 버리고 하나의 검에 마력을 집중했다.

 

"하압!"

 

동시에 뒤로 튕겨져 나가고 다시 한번 크게 도약하여 난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카가가가가가가가가각!!

 

'도발이 너무 심했던건가? 벌써 이 정도까지 힘을 끌어올리다니..!'

 

"왜 그러냐, 아스본? 아직 끝은 아니겠지? 네가 자신만만한 이유가 있을 것 아닌가!"

 

말은 내뱉었지만 사실 찬란은 아스본을 더 이상 감당 못할 것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제길. 그래도 역시 최강의 광휘라는건가... 그렇다면!'

 

타닷.

 

찬란이 빠른 속도로 후퇴했다.

어이가 없었다.

분명 자기가 먼저 싸움을 걸어놓고 도망치다니?

그리고 다른 광휘들은 왜 싸움에 끼어들지 않았을까?

분명 군주들도 파멸과 다른 군주들과의 실력 차이가 극심한 것처럼 찬란과 아스본도 다른 광휘들과 격을 달리했다.

하지만 전투에 못끼어들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왜 가만히 있던걸까...

 

'설마...'

 

최악의 가정이 떠올랐다.

그 가정만은 아니길 바라는 마음에 더욱 조급해졌다.

 

"지배자의 권능."

 

다시 한 번 날개에 지배자의 권능이 감싸졌다.

한 번 사용해서 날개가 초토화 당했으니 두 번 사용하면 날개가 완전히 사라질 것이지만, 지금 상황은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그리고 앞으로 튀어나가려고 할 때!

 

"여기서부터는 못지나간다."

 

지혜와 찬란을 제외한 모든 광휘들이 집결해있었다.

 

"이런, 설마 내 최악의 가정이 맞아떨어지려 하는군."

 

"최악의 가정이 뭔지는 모르겠으나, 지금 지혜가 연락두절이기 때문에 5명이서 너를 상대하게 되었다. 그거 하나는 네게 주어진 유일한 행운일 것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묻지. 찬란이 가지러 간 것... 지혜의 방 맞지?"

 

지혜의 방은 상대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절대자의 무구로 지혜의 사무실 그 자체라 무기로 사용할 수 없었다.

리플렉터가 없는 한.

 

"잘 아는군. 그리고 우린 너를 막는 게 임무고."

 

"다섯이라 해도 날 막을 수 있을 것 같나?"

 

"당신 날개가 완전히 타버리면 우리의 승리, 그리고 찬란님이 도착하기 전까지 버텨도 우리의 승리. 과연 네가 이길 수 있을까?"

 

아무리 차이가 난다해도 광휘는 광휘다.

절대로 찬란이 오기 전까지 저들을 다 죽일 수 없다.

아니, 죽여서는 안된다.

군주들에게 이득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저들을 제압할 방법은 같은 광휘에게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같은 광휘에게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군주의 힘이라면... 저들을 제압하고 이 전투를 승리로 가져올 것이다.

하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자신이 군주가 된다해도 군주가 되는 순간 무슨 상황이 펼쳐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군주의 힘을 얻기 전에 죽어버릴 가능성도 있으니 자연스레 위축되는 것은 정상이다.

그렇다고 이들을 계속해서 상대하기에는 날개가 정상이 아니고, 마력 또한 거칠대로 거칠어져버려 제정신 유지가 점점 힘들어졌다.

 

"어이 어이, 정신 차려. 여긴 전장이라고?"

 

"크...윽!"

 

촤아악!!

 

쾌활이 단검을 들고 가장 먼저 돌진해왔다.

기감을 곤두세우고 있었기 때문에 바로 반응했지만 완벽히 방어하진 못했기 때문에 뒤로 튕겨나갔다.

 

"과연, 잔재주를 부리는구나."

 

위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거대한 창이 아스본에게 쇄도했다.

 

쾅!

 

잘못했으면 일격사 당할 뻔 했다.

머리카락 몇 가닥이 잘렸지만 이 정도면 잘 회피한거라 생각된다.

반격 자세를 취하려 했지만 광휘 한 명이 빠른 속도로 접근했다.

 

"연속 멸쇄권"

 

투두두두두두두두두두

 

마치 로켓과도 같은 주먹이 아스본의 급소를 자석의 s극과 n극이 만나듯이 딱딱 맞춰서 공격했다.

대부분은 검으로 쳐냈지만 미처 쳐내지 못한 공격은 치명상으로 돌아왔다.

 

"뭐야, 찬란님이 고전하길래 꽤나 쎈줄 알았는데 우리에게 이렇게 약한 모습을 보여주는거야?"

 

'역시 날개를 의식하고 나니 마력 제어에 집중을 해야해서 공격과 방어 둘 다 제대로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무형의 마나가 아스본의 전신을 덮었다.

 

"뭐야, 무슨 짓을 한 거지?"

 

의문스러워 하는 광휘들에게 아스본은 비웃음을 곁들여 대답했다.

 

"버틸 수 없는 공격을 할 것이기 때문에 내 몸을 보호한거다."

 

아스본의 방어력으로도 버틸 수 없는 공격.

무언가 시작될거라 느낀 광휘들은 그를 덮치려 했지만 그가 취한 행동이 더 빨랐다.

 

"파멸탄 연쇄 폭파."

 

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펑!!!!

 

아스본은 지금까지 숨겨놨던 모든 파멸탄을 동시에 폭파시켰다.

여파는 대단을 넘어 전설급이었다.

눈 앞의 협곡이 정확히 반듯한 평지로 변한 듯한 모습을 띄고 있었다.

그리고 하늘의 군단은 전원 게이트를 타고 도망친 것으로 보였고, 5명의 광휘들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그럼 이제 내가 물을 차례구나."

 

마치 사형선고를 내릴 듯한 냉철하고 차가운 목소리가 광휘들의 귀에 때려박혔다.

 

"내가 고전하길래 너희들이 쎈줄 알았는데... 왜 내게 약한 모습을 보여주는거지?"

 

광휘들은 대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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