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태까지 호형에 나온 산해경의 짐승들.

구망

동방에 나무의 신 구망이 있다.

그는 새의 몸에 사람의 머리를 하고 있으며

두 마리 용을 타고 다닌다.

구미호

다시 동쪽으로 삼백리를 가면

청구산(靑丘山)에 이른다.

이 산에는 꼬리가 아홉 개 달린

여우처럼 생긴 짐승이 사는데

아기 울음소리를 내며

사람을 잡아 먹는다.

​

이 구미호의 살점을 먹으면

안전하고 길운이 들어와

요사스런 기운에 빠져들지 않게 된다.

난조

여상산(女床山)에 난조(鸞鳥)가 산다.

긴 꼬리를 가진 야생닭처럼 생겼으나

오색 깃털이 나 있다.

봉황과 같은 종류인 난조는

오음(五音)을 내며 우는데

그 소리가 매우 듣기 좋다.

​

주나라 성왕 때에 서융(西戎)이

난조를 바친 적이 있다.

난조가 나타나면 천하가 태평해지기 때문에

난조는 길조의 상징이었다.

독곡

여기 있는 짐승은, 그 모양이 범 같고,

흰 몸에 개의 머리를 하고 있으며,

말 꼬리에 멧돼지 갈기가 있다.

이름을 독곡이라 한다.

박

다시 서쪽으로 가면 중곡산이 나온다.

이곳에는 박(駁)이란 짐승이 산다.

​

그 모습은 말과 비슷하나 몸이

하얀 털로 덮여 있고 꼬리는 검다.

또 머리에 뿔이 하나 있으며

호랑이 같은 이빨과 발톱이 있다.

​

이놈은 북이 울리는 소리와 비슷한

소리를 내는데 호랑이와 표범을 잡아 먹는다.

​사람이 이 놈을 먹으면 병기로 인한

재앙을 피할 수 있다.

반모

다시 북쪽으로 삼백리를 가면

북효산(北囂山)이다.

이곳에는 반모라는 새가 있다.

까마귀처럼 생겼으나 사람 얼굴을 하고 있다.

이 새는 저녁에는 둥지에서 나오고

대낮에는 둥지에 숨어 나오지 않는다.

사람이 이녀석의 고기를 먹게 되면

더위 먹은 것이 낫는다.

비익조

비익조는 그 동쪽에 있으며,

그 새는 파랗고 붉으며,

두 마리의 새가 날개를 나란히 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남산 동쪽에 있다'고 한다.

서우

물소 비슷한데 돼지 머리에 다리는 짧고 뿔이 셋임

시

시(兕)는 순임금이 묻힌 곳의 동쪽,

상수(湘水)의 남쪽에 산다.

그 모습은 소처럼 생겼으나

온 몸에 까만 털이 나 있으며

뿔이 하나뿐이고 체중은 삼천 근쯤 된다.

이령시

신이 있는데, 얼굴은 인간이고 몸은 짐승이다, 이름을 이령시라 한다. 

적유

청구산에서 흘러나오는 물줄기를

영수(英水)라 하는데 남쪽 즉익택으로 흘러든다.

그 물 속에는 적유어가 많이 산다.

이 물고기는 사람 얼굴을 하고 있으며

원앙새 비슷한 울음소리를 낸다. ​

짐조

 짐새는 크기가 독수리 같으나

자록색으로 목이 길고 부리가 붉으며 

살모사의 머리를 먹는데 수컷을 운일이라 하고 암컷을 음해라고 한다.

청조

파란 신조가 세 마리 있는데

머리는 붉고 눈은 검다.

한 마리는 대려,

또 한 마리는 소려,

나머지 한 마리는 청조라고 한다.

추오

임씨국에 진기한 짐승이 있는데

크기는 호랑이만하고

다섯 가지 채색을 다 갖추었으며

꼬리는 몸보다도 길다.

이름을 추오라고 하며

그것을 타면 하루에 1000리를 갈 수 있다.

필방

서쪽으로 이백팔십리를 가면 장아산이 있다.

이곳에는 필방(畢方)이라는 새가 살고 있다.

​

모습은 흰 학과 비슷하지만

다리가 하나 뿐이고 몸에는 붉은 털로

이루어진 무늬가 있으며

몸통은 청색이지만 부리는 하얗다.

​

필방는 나무의 정령이기 때문에

모습이 새와 비슷하며

다리가 하나인 것처럼 날개도 하나다.

​

이 새는 항상 불을 물고 있어서

가는 곳마다 원인 모를 불을 낸다.

할조

중앙의 두 번째 산줄기는

제산(濟山)이라 하며

첫 머리에 휘제산(煇諸山)이 있다.

산 속에 새가 많은데

할조가 제일 많다.

싸움을 잘하는 할조는 절대 물러서지 않으며

죽을 때까지 싸운다.

옛날 무사들은 모자에 할조의 꼬리를

좌우에 꽂아 죽을 때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내었다.

전국시대 초(楚)나라 사람 하나가

산에 은거하면서도 할조의 꼬리를

모자에 꽃고 다녔으니

그를 관자(冠子)라 했다.

효

유차산에 원숭이처럼 생겼지만

팔이 무척 길어서 돌멩이며 물건들을

잘 집어던지는 짐승이 산다.

이름을 효(囂)라고 하는데

어떤 이들은 미후(獮猴)라고 부르기도 한다.

흠원

이곳의 어떤 새는 생김새가 벌 같은데 큰 것은 원앙새와도 같다.

이름을 흠원(欽原)이라고 하며

벌침으로 새나 짐승을 쏘면 죽고 나무를 쏘면 시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