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게문학] [단편] 하루
마지막 너의 손길은 처음 입에 대본 취하는 음료보다 독했어.
하지만
그 어둠으로 떨어지며 스쳐 간 너의 모습조차 내겐 꽃보다 아름다웠어.
라헬.
지금도 너를 생각할 때면 가쁘게 내 속을 드나드는 호흡조차 멈추고 너에게 집중해
.
라헬.
지금도 너를 떠올릴 때면 세계도 회전을 멈추고 내게 너와 같은 바람을 느끼게 해줘.
라헬.
네가 그리워.
언제나… 언제나 돼야 다시 너를 만날 수 있을까.
…… 보고싶어.
"아…."
따가울 정도로 내리쬐는 아침 햇살에 쥬 비올레 그레이스는 미간을 찌푸리며 한 손바닥으로 눈을 가렸다.
어제도 밤새 수련을 한 탓일까 정신을 차린 직후 바로 철근과도 같은 찌뿌듯한 몸을 일으키며 걷혀 있는 커튼을 친
비올레는 우선 옆의 테이블 있는 물컵에 입을 대어 먼지가 쌓여있는 입안과 목구멍을 청소했다.
그 후 비올레는 기지개를 한번 켜고 두둑- 두둑- 소리를 내며 목을 이리저리 꺾은 후 문으로 다가갔다.
언제나처럼 손잡이를 돌리기 직전 심호흡을 한번 했다.
그리고 손잡이를 돌려 밖으로 나갔다.
"안녕하세요. 쥬 비올레 그레이스 님. 오늘부터 시중을 들게 된 뮤아 라고 해요."
수련장에 도착하자 처음 보는 여자가 이리 말하며 비올레에게 예를 표했다.
처음치고는 조금 친근한 말투였지만 비올레는 어차피 스승님이나 화련씨가 쓸데없는 짓을 한 거라고 생각하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무언가 명령하실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눈웃음을 짓는 소녀의 앞에서 비올레는 냉정히 말했다.
"우선 수련에 방해돼니 이곳에서 나가주세요."
비올레의 말에 뮤아는 조금 당황한 눈치였지만
그의 말을 거스르지 않고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비올레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뮤아가 나간 직후 비올레는 수련을 시작했다.
온몸이 만신창이가 될 때까지 수련에 정진한 비올레는 간신히 몸을 움직이며 방으로 돌아가려 했다.
"수련은 마치셨나요?"
순간 흐릿해진 시야에
눈앞에서 다정히 말을 걸어주는 저 사람이 누구인가 잠깐 생각했다.
잠깐 정신을 차리기 위해 눈을 감은 비올레는 위로 쏠린 피가 다시 아래로 내려가는 느낌이 들자 눈을 뜨고 앞을 확인했다.
오늘 아침 수련장에서 내쫓았던 그 사람이었다.
필요 이상 퍼그에 정을 붙이기 싫었던 비올레는 대답 없이 목을 숙이며 인사한 후 다시 걸었다.
비올레의 눈치를 본 뮤아는 말없이 그 뒤를 따라갔다.
걷는 도중 중간에 비올레가 힘이 빠져 크게 휘청거리자 뮤아가 달려가 지탱했다.
비올레는 잠시 뮤아를 쳐다보고 말없이 감사를 표한 후 다시 걸었다.
그렇게 아무런 대화 없이 비올레의 방까지 도착했다.
비올레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문을 열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며 뮤아는 작게
"내일 뵙겠습니다."
그리 말했다.
씻지도 않고 방안 침대에 누워
비올레는 부어올라 잘 떠지지 않는 눈을 뜨며 그 앞에 아른거리는 라헬을 생각했다.
처음에는 그리움과 아련함 같은 부드러운 감정이 자꾸만 눈물이 흐르게 했지만
후에는 자신을 시궁창으로 몰아넣은 사실이 생각나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작게 분노하였다.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언제나의 밤처럼 비올레의 감정이 격렬해지고 복잡해졌다.
이쯤 되면 비올레는 어차피 지금은 알 수 없는 일이라고 수없이 되뇌며 잠이 들었다.
그리고 언제나 처럼 꿈속에서 처음의 상상으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