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 마이어는 사악한 위선자입니다.
최근화와 미리보기를 보면서 웃음을 참지 못했습니다. 제가 생각한게 딱 맞았거든요.
다만, 소설이나 만화, 영화 등의 매체에서 주인공이 선할 필요는 없기에 이는 작품 자체에 대한 비난은 아닙니다. 그냥 앤마이어라는 위선자에 대한 고찰입니다.
나이트폴부터 지금까지 앤 마이어의 행적을 보면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나이트폴에서의 행적. 가무르에서의 행적. 루인에게 맞서면서의 행적. 이 세가지가 모두 위선으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우선 나이트폴의 경우, 입으로는 균형을 지켜야 한다니 뭐라니 했지만, 실제로 앤 마이어는 노골적으로 AL의 편을 들었습니다. 경계를 폭주시킨 리아를 죽이고, 아발론을 작동시키려는 가로우를 간접적으로 죽였습니다. 둘 모두 구 기사단측의 결정적인 카드들이었습니다. 한곳에 모인 적들을 경계 폭주로 제거하고, 아발론을 작동시켜 AL의 중심부를 날려버리는 작전이었죠.
앤 마이어의 활약상이 어찌나 컸던지, 카심 왈 '앤 마이어 너의 덕에 이길 수 있었다'라고 합니다. 행적만 보자면 AL의 조커카드, 그 이상이었죠. 그런데 앤 마이어는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합니다. 나쁜 건 다 AL이고, 자기는 전쟁을 막으려고 했지만 실패한 선의의 피해자로 포장합니다.
바로 이게 앤 마이어와 다른 AL 인물의 다른점입니다.
개인적으로 AL의 사상 싫어합니다. 하지만 AL의 수장인 드라이 레온하르트는 자기가 무슨 짓을 하는지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그에 대해 책임을 지려고 합니다. 그런데 AL의 승전을 결정적으로 도운 앤 마이어는? 나쁜건 다 AL이고 자기는 올발랐지만 실패한거라고 주장합니다.
앤 마이어가 작중에 말합니다. "너희가 그렇게 만들었잖아."
맞는 말입니다. 일방적으로 구 기사단에게 '우리 밑으로 들어와라'고 했고, 평화적으로 아발론을 봉인하려고 한 칸을 죽이면서 먼저 선전포고를 했습니다. 이전에는 리아 자일이 평화적으로 해결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것 때문에 전쟁이 터져버린겁니다.
앤 마이어는 이걸 다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AL의 조커카드로 활동했다면, 자기가 AL을 도왔다는걸 분명하게 자각하고 AL이 만들어갈 세상에 대해 책임을 져야합니다.
하지만 앤 마이어는 책임을 져야 할 때가 되자 도망가버립니다. 나쁜건 다 AL이고, 자기는 선의의 피해자일 뿐이라고.
두 번째 가무르에서의 행성입니다. 가무르 행성에서 앤 마이어는 단지 자기 마음에 안든다는 이유로 국가원수를 살해하고 전복시킵니다. 단순히 인명을 구하려고 했다는 앤 마이어의 주장은, 가무르 상황을 보면 얼마나 말도 안되는 소리인지 여실히 드러납니다.
어떤 나라가 있습니다. 이 나라의 왕은, 위험하다는 이유로 어디서도 받아주지 않는 난민들을 나라에 받아주었습니다.
어라라? 그런데 이 난민들이 나라의 왕을 살해해버리고 나라를 차지해버립니다. 배은망덕하기 짝이 없지요.
부모가 눈앞에서 살해당하는걸 본 딸은 힘을 길러 난민(이미 지금은 난민이 아니라 지배계급이지만)들에게 복수하고 권력을 되찾습니다. 난민들은 이 딸의 국가에 계속해서 테러를 가하며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일단 이게 현재까지의 가무르 상황입니다. 이건 누가봐도 샤미르가 잘못됬다고 할 수 없습니다. 물론 샤미르가 완전무결한 것은 아닙니다. 자타족 테러리스트가 숨어있는 시가지를 지도상에 지워버린다는, 너무나 과격한 대응을 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잘못된걸로 치자면 자타족이 훨씬 잘못되었습니다. 샤미르가 잘못된 부분은 분명 존재하지만 이는 고쳐가야 할 일이지, 샤미르와는 비교할 수 없이 잘못된 자타족에게 정당성을 줄 것은 아닙니다.
인간적으로 봐도 샤미르가 이해가 안되는 것도 아닙니다. 아니, 오히려 절절하게 이해가 가는 수준입니다. 난민을 받아줬더니 배신때리고 부모를 살해했다. 이런데 세상 어떤 사람이 그 난민들에게 원한을 안가지겠습니까. 앤 마이어같은 정신 이상자나 원한을 가지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앤 마이어는 자타족 편을 드느라 샤미르를 죽여버립니다. 뭐... 죽진 않았지만, 그녀의 생존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죽인거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자타족이 국가전복을 해버리고 또 수많은 피해자가 나옵니다.
샤미르가 죽이려고 했던 사람보다 더.
이건 공리주의 측면에서도, 윤리적인 측면에서도 옹호할게 못됩니다. 공리주의 측면에서는 샤미르가 죽이려고 한 사람보다 더 많은 사람이 죽었습니다. 윤리적인 측면에서는, 가해자인 자타족의 잘못은 따지지 않고 피해자인 샤미르의 잘못을 힐난하다 자기 말을 안들으니까 죽여버립니다.
인명이 소중하다. 네. 맞는 말입니다.
근데 자타족이 샤미르의 부모님을 죽일 때는 어디 외우주에 짱박혀 있던 인간이. 자타족이 테러하며 사람을 죽일때는 입 닫고 있던 인간이. 이제 샤미르가 뭘 하려면 기어나와서 '인명은 소중해욜! 내 말 안들으면 쓰러트릴 수 밖에 없어요!'하면 이거 안빡치겠습니까?
모라처럼 샤미르를 이해하려고 하면서 곱게 곱게 설득해도 모자랄 판에. '니 불쌍한건 아는데 그래도 착하게 안하면 너 나쁜년' 이러면 저같으면 야마돕니다.
자타족을 IS에 대입하면 아마 이해하기가 편하실겁니다.
개인적으로 가무르편 엔딩이 빡쳤습니다. 일방적으로 샤미르만 나쁜년되고 회개하는 엔딩이 되어버렸거든요. 서로에 대한 이해? 뭔 이해입니까. 샤미르는 장애인이되고, 자타족은 권력잡고 하고 싶은것 다 하는데.
결국 피해자였던 공주는 몸 장애되어 수녀원에 의탁하게 되고, 가해자인 자타족은 잘먹고 잘사는 엔딩이 되었습니다. 이거 연출을 감동스럽게 해서 그렇지 빼도 박도 못할 베드엔딩입니다.
가무르 에피소드에서 알 수 있는건 앤 마이어는 마땅한 사상이나 이념이 없다는겁니다. 나이트폴까지는 공리주의자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니였어요. 그리고 이 모순은 바로 뒤의 에피소드, 즉 현재 에피소드에서 여실히 드러납니다.
그리고 최근 에피에서 앤 마이어의 졸렬함이 여지없이 드러납니다. 이건 미리보기를 보면 확실하게 알 수 있습니다.
여태껏 다른 사람들을 희생시키다가 자기가 희생되는 쪽이 됩니다. 나이트폴에서 북부 기사단, 가무르에서 샤미르 입장이 된거지요. 세상의 공리를 위해 희생당해야 할 처지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자신들이 희생될 때가 되자 귀신같이 태세전환을 하며 자기합리화를 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을 자기 잣대로 '희생되야 하는쪽'에 몰아놓은 앤 마이어의 가치관에서는, 본인은 절대 희생되는 쪽이 되지 않나 봅니다.
앤 마이어는 이상주의자나 인도주의자가 아닙니다. 이상주의자는 드라이 레온하르트. 인도주의자는 모라 수녀입니다. 앤 마이어는 그냥 이기적인 정신이상자입니다.
이상주의자라 하기에는 분명한 사상도 없을뿐더러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합니다. 심지어 태세전환까지 합니다. 인도주의자라 치기에는 '내가 옳고 나에게 반대하면 죽인다' 같은 막나가는 언행을 하고 있습니다.
결론을 종합하면 이렇습니다.
1. 자기가 한 행동에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한다. 자기 합리화는 덤.
2. 일방적으로 특정 인물을 희생되야 하는 쪽에 몰아넣는다.
3. 자기가 희생되는 쪽이 되면 그런거 없고 테러준비.
이쯤되면 프레이 이상으로 사악한 인물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프레이는 괴수니까 앤은 인간중에 제일 사악해요. 요번 에피에는 졸렬함도 추가.
아린에서나 가무르에서나. 자기가 일으켜 놓은 사태를 보고 '내가 일으킨 사태니 책임을 져야해' 가 아니라 '난 잘하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었엉.'
가무르에서 앤 마이어 죽이고 모라수녀를 주인공으로 해야 했어요. 마약 좀 했으면 어떱니까. 맨정신에 마약한 것 같은 앤 마이어보다는 훨씬 인격자인데.
자기 아버지가 받아준 난민들이 아버지를 죽여서 빡돈 딸에게 '리아처럼 흐콰했다'라고 말하는 앤졸렬.
이제 자기가 세계의 위험요소가 되니까(중립기관인 산밥 어쩌구와 녹색머리 키메라가 인증했죠) 태새전환 테러준비하는 앤졸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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