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 눈사람
나는 눈사람입니다.
이 하얀 눈처럼 깨끗한 마음을 가진 아이들이
장갑을 낀 손 사이로 들어온 한기에 따뜻한 체온 후 후 불며
오랜시간 눈덩이 굴려와 만들었습니다.
추워보이는 내가 안쓰러웠던지
그 갸냘픈 목에 둘러있던 목도리 풀러
나의 이 두터운 목에 둘러줍니다.
하나의 몸뚱아리밖에 없던 나의 몸에
옷단추를 달아줍니다.
나뭇가지팔을 달아줍니다.
웃는 입을 달아줍니다.
재미있게 생긴 기다란 당근코 달아줍니다.
지금 나는 너무나도 따뜻합니다.
차가운 눈으로 만들어진 이 내 몸이
너무나도 따뜻합니다.
추위에 부르터진 아이들의 손길로 만들어진 내 몸에
그 체온이 맴돕니다.
점점.... 따뜻해집니다.
봄이 오고 점점 더 따뜻해집니다.
벙 뚫린 눈에 나를 만든 아이들이 보입니다.
녹아버린 내 얼굴을 보며 눈물을 흘려줍니다.
그렇게 나는 점점 더 녹아내립니다.
아이들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흘릴 리가 없는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립니다.
없는 귀에 아이들의 가지말라는 외침이 들립니다.
들리지 않습니다.
아마도 없는귀마저 없어졋나봅니다.
나도 불러봅니다.
마저 녹아내리는 얼굴에 떨어지는 입을 움직여.
"고마워."
라고.
* 신태일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2-12-22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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