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릅나무에게 - 김규동
느릅나무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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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너 느릅나무 50년 전 나와 작별한 나무 지금도 우물가 그 자리에 서서 늘어진 머리채 흔들고 있느냐. 아름드리로 자라 희멀건 하늘 떠받들고 있느냐. 8 · 15 때 소련 병정 녀석이 따발총 안은 채 네 그늘 밑에 누워 낮잠 달게 자던 나무 우리 집 가족사와 고향 소식을 너만큼 잘 알고 있는 존재는 이제 아무 데도 없다. 그래 맞아 너의 기억력은 백과사전이지. 어린 시절 동무들은 어찌 되었나. 산 목숨보다 죽은 목숨 더 많을 세찬 세월 이야기 하나도 빼지 말고 들려 다오. 죽기 전에 못 가면 죽어서 날아가마 나무야 옛날처럼 조용조용 지나간 날들의 가슴 울렁이는 이야기를 들려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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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나의 느릅나무
-시집<느릅나무에게>(20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