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진 미륵불(恩律 彌勒佛) - 한하운
恩律 彌勒佛
한 하 운
논산 땅 은진 미륵불(恩津彌勒佛)
돌로 천년
살아 오신 육십 오척
몸 길이가
얼굴 길이가
갓 길이가
균형을 잃은
웅장한 험절의 어처구니 없는
옛날의 불구자.
앙데팡당의 뉘 석장이
그지 없는 인간고의 초극상(超克像)을
스핑크스로 아로새겼나.
비원(悲願)에 우는 사람들이
진정소발(眞情所發)을
천년 세월에 걸쳐
열도(熱禱)하였건만
미륵불은
도시 무뚝뚝
청안(靑眼)으로
세월도
세상도
운명도
그렇게만 아득히 눈짓하여
생각하여도 생각하여도
아 그 마음
푸른 하늘과 같은 마음
돌과 같은 마음
불구한 기립(起立) 스핑크스로
세월도
세상도
운명도
집착을 영영 끊고
영원히 불토(佛土)를 그렇게만 지키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