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화 - 박얼서
봄비 오던 날
대웅전 실뒤 그쪽이 뒤숭숭하기에
이른 아침 발길을 올렸더니
밤새 겨울을 점령한 초록군의 함성
그때 그 상사화
잎눈들이었습니다
이번에도 사람은 떠나고
그 공적만 홀로 남겨져
외로움 큰 훈장처럼
꽃 한 송이 그리움 살며시 피워내겠죠
그 며칠 잠깐 머무는 동안
상사화라 불리겠지요
그땐 그 슬픈 전설이 되살아나고
다시 또 그렇게 그때처럼
아픈 맘을 붙잡지 못해
또 그렇게 몇 날 밤을
나홀로 몸부림치며 뒹굴겠지요
칠월 칠석날 그 무렵이라
불심 깊은 산중 그 암자에서도
어느 비구닌
잠 못 이루실 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