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詩作)의 변명 - 박얼서
온 밤 내내
천둥 번개로 호령하며
영혼을 깨우는
장맛비로다
이런 날은, 이런 날은
큰 병을 앓아야 하는 밤이다
나는 안다
내 발작증에 대해
이는 물리쳐야하는 것이 아니라
더 키워야만 낫는
병인 것을
악천후 속을 뚫기 위해
퇴화하려는 날개를 부여잡고
밤새 파닥인다
펄펄 끓는 열병을 불러 놓고
밤새 파닥거리는 중이다
오토바이 한 대 다가온다
조간신문이 던져진다
오늘도 날갯죽지만 부러뜨린 채
새벽을 맞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