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로(鐵路) - 유치환
사나운 정염(情炎)이 불을 품은
강철의 기관차 앞에
차가이 빛나는 두 줄의 철로는
이미 숙인(宿因) 받은 운명의 궤도가 아니라
이 거혼(巨魂)의
- 스스로 취하는 길
- 취하지 아니하지 못하는 길
의지를 의지하는 심각한 고행의 길이로다
비끼면 나락(奈落)!
또한 빠르지 않으면 안 되나니
오오 한자락 자학에도 가까운 의욕과 열의의 길이로다
보라
처참한 폭풍우의 암야(暗夜)에 묻히어
말없이 가리치는 두 줄의 철로를
그리고 한결같이 굴러가는
신념의 피의 불꽃의 화차(火車)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