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키 운지 ㅋ
그렇게 결의를 한 순간, 불꽃이 튀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나는 눈 덮인 길에 쓰러졌다. 눈앞이 흔들거린다. 뱀에게 짓눌려 으스러졌던 육체의 한계가 이제 와서 찾아온 것일까. 눈앞에 쌓인 눈이 새빨갛게 물들어가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뒤에서 강하게 머리를 맞은 것 같다.
"하아, 하아, 하아, 하아ㅡ."
거친 숨소리가 들려온다.
피투성이인 머리를 억지로 돌려 돌아보자, 그곳에는 쇠파이프를 손에 쥔 중학생 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한 명 서 있었다. 쇠파이프가 피로 물들어 있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그걸로 나를 후려갈긴 모양이다. 제법 긴 쇠파이프이기에 상당한 원심력이 작용했을 듯싶다.
"ㅡ 오……오우기 씨 말 대로였어. 정말로 돌아와 있었어, 이 사기꾼……."
투덜투덜, 도저히 제정신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눈을 하고 중얼거리는 중학생.
"네……, 네 녀석 때문에, 네 녀석 때문에, 네 녀석 때문에ㅡ."
"…………."
처음에는 누구인지 못 알아봤지만 그 핏발선 눈을, 얼굴을 보고 있으려니 떠올랐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맞다. 전에 내가 이 마을에 왔을 때 속였던 수많은 중학생 중 한 명이다. 이곳으로 오는 비행기 속에서 노트에 일러스트로 그림을 그렸던 얼굴 중 하나다.
그 뒤로 뱀이 보였다.
엄밀히 말하자면 뒤라기보다는 온몸이다ㅡ 휘감겨 씌인 것처럼 도사리고 있는 커다란 뱀이.
보였다. 어렴풋하게도 아니고, 분명히.
이 녀석은 뭐지.
저주의 부작용으로 오히려 자신을 덮쳤던 것일까.
그렇다면 이 중학생이ㅡ 사건의 발단인, 센고쿠에게 '주문'을 걸었던 중학생일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면 편지 사건이 내 머릿속에서 해결된 이후로 어차피 그것도 센죠가하라의 수작이겠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었는데ㅡ '미행자'의 정체는 엄밀히 따지자면 아직 불명인 상태였지.
센죠가하라가 아니라면 가엔 선배가 붙인 감시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만약 이런 일이 이렇게 돌아가는 것이 가엔 선배의 의도대로라면 그렇게 감시를 붙여봤자 의미가 없다.
그렇다면 미행자는 이 중학생이었던 것일까?
아니, 틀리다. 나는 피투성이가 된 머리로 판단한다.
사람을 미행할 수 있을 만한 '제정신' 이 이 녀석에게 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ㅡ 그러고 보니 방금 전, 누군가 사람의 이름을 말하지 않았었나?
오우기?
누구냐ㅡ 그건.
어딘가에서 들어 본 것 같은 느낌도 드는 이름이었지만 나는 더 이상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우,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이성을 잃은 중학생이 고함소리와 함께 누워 있는 내게 쇠파이프를 휘두른다. 증오와 원한, 또한 저주를 담은 일격을 맞은 나는 서서히 의식을 잃어갔다.
지옥의 판결도 가진 돈 나름이라고 한다. 저금해 놓은 게 없는 나이기에 마지막에 조금이나마 푼돈을 벌어둬서 진심으로 다행이라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