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게문학] 아바타라 리메이크 ㅡ 2화
저번화: https://m.chuing.net/zboard/zboard.php?id=whigh&no=62585
“…는 완성... 혹시… 보험을… GOH에…”
“!!”
수시대회 날 아침, 딘은 상쾌하기는커녕 굉장히 찜찜한 느낌으로 몸을 일으켰다.
‘또 이 꿈이야…’
예전부터 가끔씩 있던 일이다. 누군가와 꽤 긴 대화를 나누는 꿈인데, 대화의 상대나 내용이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았지만 GOH와 관련이 있다는 것만큼은 확실했다.
이건 GOH에 대한 욕망이 꿈으로 나타난 것뿐인걸까? 사실 딘은 예전부터 GOH 출전에 이상할 정도의 집착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아주 특이한 점은, 그 집착에 마땅한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상위 라운드 진출로 인한 혜택을 원하고, 누군가는 명예를 원하며, 누군가는 싸움 그 자체를 원한다.
하지만 그에게는 남들이 다들 하나씩 가지고 있는 '이유'가 없었다. 딘 본인조차 그 집착의 원인을 설명할 수 없었다.
그냥 거미가 집을 짓고 물고기가 헤엄을 치듯,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본능 같은 것이라고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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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물러설 수는 없어!!’
※ 딘 아그네스 차력 ㅡ 베르단디
딘은 예지 능력을 통해 그때그때 앤드류의 검을 막아낼 수 있는 최적의 동작을 취하고 있었다. 그러나 겉보기만 그럭저럭 대등한 싸움으로 보일 뿐, 실상은 달랐다. 앤드류에게는 조금의 ‘빈틈’도 없었던 것이다.
‘설마… 내 차력을 눈치챈 건가?’
최상위권 학생들의 차력 정보는 이미 비밀리에 공유되고 있었다. 딘은 나름 숨긴다고 애썼지만, 그의 차력이 예지능력을 지니고 있을 확률이 매우 높다는 정보는 앤드류도 들은 적이 있던 것이다.
그래서 앤드류는 공격적으로 움직이는 대신 딘이 이 상황을 빠져나갈 가능성을 틀어막는 데에 집중했다. 아주 미세한 움직임 하나하나까지 의도적으로 조절해, 다음 동작을 알고 있다고 해도 공략할 방법 자체가 없도록 만든 것이다.
딘은 슬슬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미래를 바라봐도 앤드류를 뚫고 목적지에 도달할 길이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이렇게 계속 시간을 끈다면 둘의 기세에 밀려 구경만 하던 학생들도 결국 하나둘씩 끼어들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나 제 3자의 개입을 바라지 않는 것은 앤드류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른 학생들의 난입으로 변수가 늘어난다면 예지 능력을 지닌 딘에게는 기회가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역시 미세한 동작까지 신경 쓰니 빠르게 끝낼 수가 없네… 이 방법까지는 별로 쓰고 싶지 않았는데.’
“하압!!”
앤드류는 일부러 세차게 검을 내질러 딘을 잠시 밀쳐낸 뒤, 차력으로 방패 하나를 소환했다.
‘뭐야, 뭘 하는 거지??’
앤드류가 노리는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 딘은 방패가 소환되는 짧은 틈을 타 앤드류를 제치고 목적지로 달려 나갔다. 그러나 앤드류는 딘을 직접 쫓아가는 대신, 엄청난 속도로 방패를 던졌다.
“이크!!”
딘은 재빨리 몸을 움츠렸지만 앤드류는 애초에 딘을 노린게 아니었다. 방패는 그를 지나쳐 날아가더니 정확히 목적지에 꽂혔다.
“이게 무슨…”
딘은 그 자리에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차력을 통해 바라본 미래에서 이상한 장면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마치 자석의 같은 극처럼, 깃발과 방패 사이에 엄청난 반발력이 발생해 도저히 목적지에 접근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 십자가의 방패*
* 예수를 십자가에서 내린 아리마태아의 요셉이 죽기 전에 자신의 피로 십자가를 그린 흰 방패이다. 갤러해드는 방패를 수호하던 흰 갑옷의 기사에게 방패를 넘겨받고 정당한 주인이 되었으며, 그 이후 어떠한 무기도 이 방패의 표면에 닿기 전에 부러졌다고 한다.
“어떠한 무기도 닿기 전에 부러뜨리는 전설의 방패인데… 성능을 조금 낮춰서 부러지는 대신 튕겨나게 했어. 어때?”
“그래? 그럼 방패를 치우면 그만이지.”
딘은 앤드류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조심스럽게 돌멩이 하나를 집어들더니, 방패를 향해 냅다 던졌다. 돌멩이는 레일건을 능가하는 운동에너지를 싣고 날아갔으나, 역시 방패 근처에도 못 가고 튕겨 나갔다.
‘투사체도 무기로 간주한다면... 저 방패를 치우려면 깃발을 내려놓고 접근할 수밖에 없는 건가...’
깃발을 쥔 채로는 목적지에 가까이 가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베르단디에게 직접적인 공격 기술은 없으니 차력으로 뭔가를 해볼 수도 없었다.
깃발이 없는 다른 학생들이라면 방패를 치울 수 있겠지만, 아무도 그런 남 좋은 일을 해줄 리가 없다. 앤드류가 방패의 기능을 큰 소리로 입 밖에 꺼낸 것도 다른 학생들이 건드리지 못하게 하려는 속셈이었던 것이다.
이제 딘이 깃발을 꽂으려면 방해할 수 있는 범위 내의 모든 학생을 쓰러뜨린 뒤 깃발을 근처에 내려놓고 방패를 치우러 가거나, 방패를 대신 치워주는 것을 조건으로 다른 학생과 협상하는 방법 밖에 없었다.
“딘!! 내가 방패를 치워 줄게!! 대신 아무도 없는 곳을 향해 깃발을 던져!!”
“싫어.”
누군가가 협상을 시도했지만 딘은 말소리가 들리는 쪽을 쳐다보지도 않고 거절했다.
이렇게 되면 다른 학생들에게 남은 선택지는 하나뿐이었다. 일단 앤드류와 딘의 싸움이 끝나기를 기다린 뒤 남은 쪽을 공격하는 것이다.
둘이 싸우다가 어느 한 쪽이 순식간에 깃발을 꽂아버릴 위험도 있지만, 성급히 덤벼들었다가는 ‘양대 산맥’을 협력하게 만드는 꼴이 될 수도 있으니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앤드류나 딘 역시 그들의 생각 정도는 파악하고 있었다.
“딘, 너도 알고 있겠지? 이제 방해꾼들을 먼저 쓰러뜨린 뒤 우리 둘이 결판을 내는 게 서로에게 가장 유리한 방법이다.”
앤드류의 말대로 '양대 산맥'이 협력한다면 누구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언뜻 들으면 솔깃한 제안이지만, 사실 딘에게는 그렇게 유리한 작전은 아니었다.
어차피 누구도 방패를 치울 수 없는 상황이니 둘이 협력하기만 한다면 앤드류는 신경 쓸 게 별로 없었다. 그러나 딘은 깃발을 놓치지 않도록 단 한 순간도 긴장을 놓지 않아야 했다.
그리고 앤드류보다는 딘이 더 약하고, 깃발까지 가지고 있으니 그에게 훨씬 더 많은 학생들이 몰려들게 될 것이다.
결국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딘 쪽이 훨씬 더 많은 힘을 소모하게 된다. 깃발을 가지고 있는게 오히려 손해가 된 것이다.
그렇다고 제안을 거절할 수는 더더욱 없었다. 그랬다가는 앤드류는 물론, 하이에나처럼 몰려드는 다른 학생들마저 딘 혼자의 힘으로 전부 상대해야 한다.
결국 앤드류와 동맹을 맺는 것이 그에게는 차악의 선택이었다.
“저런 방패를 숨겨놓고 있었다니 영약해, 앤드류. 내 입장에선 따를 수밖에 없는 제안이지만…”
“받아들인다는 뜻이겠지? 그럼 가자.”
서로의 의견을 확인한 둘은 주저하지 않고 다른 학생들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딘 선수와 앤드류 선수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설마 저 둘이 동맹을?!”
“젠장!!! 둘이 다 해먹겠다 이거지...”
“아무리 그래도 둘이서 우리 모두를 상대하겠다는 거야? 그건 좀 기분나쁘네...”
“그래, 어디 한 번 해보자!!! 어차피 다들 이기고 싶은건 마찬가지잖아?!!”
다른 학생들도 트리니티 하이스쿨의 학생인만큼 결코 만만한 차력사는 아니다. 그들 역시 나름대로 대열을 갖추며 딘과 앤드류를 상대할 준비를 했다.
다음화에 계속...
'무기'를 들고 있다면 접근조차 못하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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