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공이 강한 것과 승부에서 이기는 걸 동일시 해서 생기는 문제.
용비불패든 고수든 간에 자주 나오는 게 무공이 강하다고 승부에서 반드시 이기는 게 아니라는 거.
이건 세계관 특성이라고 봐도 됨. 무협 중에선 무공 쌔면 하수를 무조건 이기는 작품도 있고 아닌 작품도 있는데
용비불패나 고수나 명백히 후자임. 이건 뇌피셜이 아니라 작중 등장인물들의 말과 상황으로 꾸준히 묘사되는 점이다.
그런데 여기서 강함 비교하는 애들은 무공이 강한 것과 승부에서 이기는 걸 무조건 동일시 해서 개판이 나는 거임.
무공이 강해도 외적요인으로 하수에게 질 수도 있는 거고
무공이 약해도 외적요인으로 고수에게 이길 수도 있는 거임.
물론, 대체적으로 무공이 강한 쪽이 승부에서도 강하기 마련임. 하지만 그게 전부인 것과 그게 전부가 아닌 건 큰 차이가 있음.
용비불패의 육진강VS용비와 고수에서 나온 암존이 떠올린 천존의 말이 딱 그 예임.
무공만 놓고 따지면 용비는 육진강의 상대가 아니었지만, 그 외의 외적요소로 결국 승리를 거두지.
용비 무공이 육진강 보다 쌔서 이겼다고 하는 놈들은 만화 제대로 안 본 놈들이다.
암존과 천존의 비교도 마찬가지임.
이것도 독자의 뇌피셜이라고 하기 힘든게 사실 작중 암존의 망상 속에서 나오는 천존의 말은 천존이 실제로 했다기 보다는 암존 본인이 가지고 있는 천존의 이미지가 형상화되어서 말했다고 봐야 함.
즉, 자신이 겉으로는 인정하지 못하고 있지만 사실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그 사실을 알게 해준 장본인을 떠올리면서 되뇌인 거지. 그리고 그것도 인정 못해서 계속 부정하지만, 강룡과의 싸움에서 나온 천존이 자기 스스로에게 말하는 거나 다름 없다는 걸 생각하면 바로 답이 나옴.
암존은 자신의 무공에 대한 자신감이 대단해서 무공이 가장 강한 내가 무림 최강자라고 생각함.
그리고 그건 자신이 떠올린 천존도 인정하는 바임. 무공만 이라면 네가 구무림 최강일 거라고.
하지만 용비불패나 고수 세계관의 승부라는 게 오로지 무공만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다 보니까, 무공 외의 부분이 부족한 암존이 실제 승부에서 자기보다 무공이 떨어지는 상대로 지는 것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거임.
천존은 그 부분을 지적한 거고 암존은 사실 그걸 알고 있지만 자존심 때문에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거지.
그래서 천존이 그렇게 무공에만 매달리면 무공이 더 강한 자에게 그냥 꺾여 버릴 거라고 말하고 거기서 파천신군을 떠올린 거지.
암존이 생각하기에 승부에서 모든 것을 결정 짓는 것은 무공인데 뇌속에서 천존이 한 말에 바로 파천을 떠올렸다는 건 은연중에 파천의 무공이 자신보다 강할 거라 생각했다는 거지.
그걸 또 인정 못해서 혈맥 반절 드립 치면서 부정한 거고.
즉 무공만 따지면 파천>암존>천존이지만
승부를 겨루게 된다면 파천?천존>암존이라는 거임.
여기서 부턴 뇌피셜인데
암존이 떠올린 천존을 보면 암존이 천존에게 은연중에 열등감 같은 걸 품고 있는 걸 느낄 수 있는데
이게 아마 자신이 절대적인 요소로 생각하는 무공에서 자신보다 떨어지는 천존에게 실제로 져서라기 보다는
분명 나보다 약한데 왠지 자신이 꿀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서 그럴 거 같다고 본다.
무공이 강하면 자신보다 무공이 약한 상대에게 절대로 질거라고 생각하지 않는 게 암존인데
왠지 천존에게는 꿀리는 느낌을 받은 거지. 난 이 두 사람이 실제로 진심 승부를 했다고는 보지 않음. 어쩌면 간단한 실력 겨루기는 했을 지도 모르겠지만.
뭐, 이건 작가가 직접 묘사 안하는 이상 뇌피셜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