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토카네 - 독방에서의 대화
코쿠리아. 수많은 구울들을 생포하여 수감해둔 구울들의 감옥. 수사관인 사사키의 신분으로 카네키는 코쿠리아에 수감된 한 구울의 독방을 방문하였다.
"얼굴 한 번 보기 힘드네? 카네키 군?"
"용건이 무엇입니까? 타카츠키 선생?"
"섭섭하네. 카네키 군. 난 카네키 군이 좀 더 나를 편하게 대해줬으면 했는데 말이야. 편하게 에토라고 불러달라구?"
"... 용건만 말하십시오. 용건을 말하지 않으면 돌아가겠습니다."
카네키는 코쿠리아에 독방에 갇혀있는 에토에게 냉랭하게 반응하며 용건만을 간단하게 말할 것을 요구하였다.
"후후... 알겠어. 말할게."
에토는 카네키의 다그침에 이내 용건을 말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그러한 모습과 정반대로 여유로운 것은 에토였고 마음이 조급한 것은 카네키였다.
"척안의 왕이 누군지 궁금해? 카네키 군?"
'...'
"척안의 왕에 대해 알고 싶다면 녹음기는 끄고 독방 안으로 들어와. 그럼 자세히 알려줄게."
자신의 독방 안으로 들어오라는 에토의 말에 카네키는 내키지 않은 표정을 지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에 카네키는 에토의 말에 따랐다.
"... 이제 말해주시죠. 척안의 왕은 우굽니까?"
독방 안에 들어간 카네키는 에토에게 척안의 왕이 누군지에 대해 말할 것을 요구하였다. 그러자 에토는 척안의 왕이 무엇을 위해 나타난 존재인지 카네키에게 말했다. 척안의 왕은 세상을 가둔 새장이라는 것을 부수기 위해 일어난 존재이며 그 새장이라는 거짓된 질서를 구축한 V조직이라고 불리는 CCG 뒤에 위치한 흑막, 새장을 부숴야만 하는 이유, 그들이 척안의 왕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사실과 자신을 비롯한 척안의 구울과 또 다른 척안의 구울인 카네키를 껄끄러워한다는 사실까지...
"... 당신은 정말 척안의 왕이 아닌 것입니까?"
"난 척안의 왕이 아니야. 카네키 군. 일단 난 여자잖아?"
"... 지금 말장난하는 겁니까?"
"아니? 내가 말한대로 난 척안의 왕이 아니야. 카네키 군."
에토는 카네키의 반응을 보고 웃다가 이내 말을 이었다.
"나 따위가 척안의 왕일 리가 없지. 난 그저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의도치 않게 태어난 찌꺼기에 불과한 존재인 걸? 나 같은 존재보다는 오히려 ㄱ카네키 군이 척안의 왕에 적합한 존재지. 그래서 내가 카네키 군을 선택한 거고 말이야."
"나를 선택했다고? 그게 무슨 말이죠?"
"내가 카네키 군을 척안의 왕으로 세우기로 선택했다는 말이야."
'...!?'
에토의 말에 카네키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자신을 척안의 왕으로 선택했다는 에토의 말을 카네키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난 오랫동안 V조직에 대항할 존재가 되고자 노력했어. 하지만 홀로 그들에게 대항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지. 척안의 올빼미라는 이름을 가진 구울로서 나는 난관에 봉착했고 한계를 느꼈어. 그러던 차에 한 가지를 생각했지. 그들이 세운 거짓된 질서를 뒤집을 '척안의 왕'이라는 개념을 만들고 그 개념을 바탕으로 V조직에게 대항할 조직을 만들기로 말이야. 하지만 제아무리 강한 나라고 해도 이미 한 두 차례 CCG에게 격퇴 당한 적이 있는 나로서는 그 개념을 충족시키기 힘들었고 난 내가 만든 개념에 부합할 법한 존재를 찾고 있었어. 그러다가 우연히 널 찾아냈지. 나약하면서도 강인하고 끊임없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던 너를 말이야. 카네키 켄. 그리고 결심했지. 내 손으로 너를 척안의 왕의 자리에 올리기로 말이야."
에토는 자신의 카네키를 척안의 왕으로 선택한 이유를 카네키에게 말해주었다. 에토의 설명을 잠자코 듣고 있던 카네키는 이내 입을 열었다.
"만약... 내가 척안의 왕이 되길 거부한다면 어쩔 셈입니까?"
"넌 거절할 수 없어. 카네키 켄."
그 순간 에토는 카네키에게 달려들어 그를 쓰러트렸다. 카네키는 갑작스러운 에토의 습격에 저항하려고 했지만 에토는 카네키의 턱을 붙잡고 말했다.
"넌 특별한 존재야. 카네키 켄. 왜냐하면 넌 내게 쓰는 이야기 속의 선택 받은 주인공이니까 말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쓰는 이야기에서 멋대로 벗어나려고 해서는 안 되지. 그건 작가된 입장에서 용납할 수 없어."
에토는 카네키의 귓가에 속삭이며 말했다.
"어디까지나 넌 내가 만든 인형극에서 조금 많이 특별한 꼭두각시 인형에 불과하니까 말이야. 내가 원할 때에 내가 원하는 대로만 움직일 수 있는 그런 꼭두각시 인형. 설령 너가 척안의 왕의 자리에 오른다고 해도 그 사실은 달라질 수 없어. 널 세운 것은 바로 여왕의 자리에 위치한 나니까 말이야."
에토는 그렇게 말하고 카네키에게 키스를 했다. 키스가 끝난 후 입술을 떼어낸 에토는 자신의 입술을 혀로 핥았다.
"V조직은 나를 처리하고 나면 더 이상 쓸모가 없는 카네키 군을 처리하려고 할 거야. 그리고 이내 히나미 짱을 비롯한 수많은 구울들도 그들의 손에 처리되겠지. 카네키 군이 척안의 왕이 되지 않고 그들에게 대항하는 것을 포기했을 때 나올 시나리오이자 엔딩이지. 그러한 배드 엔딩을 맞기 싫다면... 척안의 왕이 되는 것이 나을 걸? 잘 생각해봐. 카네키 군."
에토는 카네키를 향해 야릇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했다. 그러자 그 순간 카네키가 몸을 일으켜 세워 에토와 자신의 위치를 역전시켜 그녀를 쓰러트리고 그녀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하핫... 제법 거칠게 구네. 카네키 군. 뭐... 이것도 제법 나쁘진 않네."
"... 선생의 말은 잘 알아들었어. 내가 선생에게 특별한 존재라고 말해줘서 고마워. 타카츠키 선생. 선생의 말대로... 척안의 왕이 되어줄게."
카네키는 자신의 두 손으로 에토의 어깨를 꽉 붙잡아 그녀가 자신에게 벗어날 수 없게 만들고는 에토의 말대로 자신이 척안의 왕이 되어주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선생의 꼭두각시 인형 노릇을 하는 것은 사양이야."
"... 그래? 그럼 한 번 증명해보는 것이 어떼? 카네키 켄?"
"... 증명해줄게. 척안의 왕으로서 말이야."
"쉽진 않을 거야. 카네키 켄."
"쉽진 않겠지. 하지만 당신 역시도 나처럼 쉽지 않은 일을 하고 있잖아?"
카네키는 에토의 귓가에 속삭이며 말했다.
"귀엽네. 카네키 켄. 그럼 한 번 시도해봐. 내 스토리의 주인공이면서도 내가 쓴 시나리오에 놀아나지 않을 존재가 되기 위한 시도를 말이야. 카네키 켄."
에토는 자신의 어깨를 잡고 있던 카네키의 손을 떼어내 그대로 카네키를 껴안고 귓가에 속삭였다.
"얼마든지..."
카네키는 에토의 비아냥에 응수하며 그녀를 떼어내고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독방 바깥으로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