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료 할아버지 - 김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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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시라 신발 해진 이 기워 신고 넘어야 할 고개 몇 개라도 넘으시라. 아직은 아무도 이르지 못한 땅 끝으로 거기 당신네들 발길이 헤맬지라도 땅 끝까지 안심하고 걸어가시라. 무딘 송곳, 밀 먹인 실, 허리 굽은 귀 큰 바늘 키 작은 구두못 여기 모두 모였으니 당신네들 안심하고 걸어가시라. 떠돌며 십 년 주저앉아 십 년 굽은 등에 햇살 받고 다시 몇 년 기약없이 다리 부러진 돋보기로 지내 온 길 돌아보니 돌자갈 가시밭길 험하기도 하여라. 이 세상 모든 신발이여 앞길 또한 그러하나 새 신보다 헌 신이 발 편한 줄 아시라 닳은 뒷굽 갈아 대고 터진 앞창 기워 신고 당신네들 갈 길로 걸어가시라. 걸어가시라 개오릿들 건너 샛말 지나 두고 온 우리 동에 고샅길 꺾어 돌아 왼쪽으로 세 번째 집 머무를 곳 거기 못 가는 사정 아는 이 없어도 서운치 않나니 사과궤짝 위 낡은 구두 몇 켤레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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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와 해으름과 눈곱과 잔기침과 그런 것 아랑곳 말고 걸어가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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