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생 [제 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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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벅- 터벅-”
나는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마른 눈물은 내 얼굴에 눈물자국만을 남긴 채로 모두 말랐고,
입술은 자꾸 침을 바른 탓인지 부르터 있었다.
나는 초점이 흔들리는 눈으로 신발 끝만 좇으며 독서실로 향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독서실에는 빠지면 안 된다.
지금껏 그래왔다.
분명 내가 아까는 이성을 잃었다.
하지만, 그 녀석은 이 세상보다 더 좋은 세상으로 갔다고 나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아직, 내 인생은 끝난게 아니잖아.”
그렇다.
아직은 아니다.
아직은 달려야 한다.
지금껏 해온 것들이 아까워서라도 어쩔 수 없다.
은지도 분명······이해해줄 것이다.
난 원래 이런 놈이니깐.
독서실에 도착해서 가방을 내려놓고 문제집을 폈다.
아직 시험기간까지 조금 남은 수학 문제집과 영어 문제집,
그리고 교과서들이 내 책상을 뒤덮었고, 나는 차례차례 풀어갔다.
문제를 풀수록 은지 일은 점점 더 잊혀져갔다. 더 이상 나와는 상관없는 일 같았다.
“부우우웅-”
아, 무음모드로 하는 걸 깜빡했네······.
뭐, 이 시간에는 다른 사람들이 없으니 딱히 상관은 없지만.
그래도 나름의 에티켓을 지키는 것이 양심이니깐······.
근데 이 시간에 누구지? 금방 끊긴걸 보니깐 문자인 것 같은데.
‘형석아, 너랑 얘기할 게 있으니 지금 집에 들어오너라.’
아버지가 보내신 문자였다.
‘네.’라고 짧게 답장을 보내드린 후에 나는 문제집과 가방을 챙겨서 독서실을 빠져나왔다.
“벌써 2시네.”
여러 모로 바쁘게 하루가 지나갔다.
내일도 학교에 가야 하므로 이제 집에 가서 씻고 자야겠다.
근데 아버지가 하실 말씀이란 게 뭐지?
“별 거 아니겠지.”
그래, 별 거 아닐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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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들어가자 아버지는 어두운 표정으로 앉아계셨다.
“학교 다녀왔습니다.”
“어, 그래. 잠깐 여기 앉아봐라.”
“네.”
분위기가 뭔가 심각했다. 무슨 일이라도······.
“너, 병수 알지?”
“아, 예.”
“걔가 자살을 했다더라.”
“네?”
병수? 걔는 작년에 나랑 같은 반이었던······.
“네 엄마가 그러더라. 병수가 자살을 해서 오늘 그 문상에 다녀오겠다고.”
그랬구나······.
왜지?
도대체 왜 다들 자살을 하는 거지?
다들 단체로 약속이라도 한 거야?
설마 부모님이랑 싸운 것 같은 별거 아닌 이유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건가······.
그럴리는 없다. 아니야.
병수 그 녀석이나 은지나 다 꽤나 이성적이고 성실하고, 밝은 녀석들이었어.
심지어 병수는 작년에 우리 반에서 반장을 했던 녀석이다.
내가 하기 싫어서 안 나간 탓인지는 몰라도 그 녀석은 몰표로 반장이 되었고, 나는 그저 평범한 모범생으로 지냈었다.
“흔들리지 마라. 그런 친구 녀석들 얘기에 휘둘릴 필요 없어.
그런 녀석들은 다 쓰레기라고 하는 거다.
인생을 포기하는 건 자기한테 주어진 모든 의무를 져버리는 거야.
나는 너를 그렇게 가르치지 않았으니 네가 그러지 않을 거란 건 잘 안다만은
그래도 조금이라도 흔들릴까봐 하는 말이다.
형석이 너는 똑똑하니까 내 말을 잘 알아들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쓰레기 같은 친구들은 일찌감치 사귀지 않는 게 좋아.
그런 사람들이 네 인생을 망치는 거다.”
“······네.”
이봐, 당신이 아무리 내 아버지이고, 그 애들이 인생을 포기했다고 해도 그딴 식으로 말하면 안 되는 거야.
사람이 쓰레기라니 말이 되?
그렇게 따지면 이딴 사회를 만든 당신들이 진짜로 쓰레기이지.
안 그래? 무능한 걸 자살하는 청소년들에게 돌리지 말라고.
하고 싶은 말은 정말 많았지만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 했다.
참는 데에는 도가 텄기 때문에 꾹 참을 수는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낯이 뜨거워지는 바람에
나는 내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 한참을 울었다.
친구들의 죽음 때문인지, 하고 싶은 말을 못한 게 억울한 탓인지 잠을 이루기가 정말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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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밤 샌 건가.”
학교에 가기 위해 침대에서 일어나면서 나는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학교에 일찍 가서 자는 편이 좋을 것 같아서 나는 이불을 정리하고,
간단히 씻은 뒤에 교복을 입고, 머리를 말리고, 집을 나설 준비를 했다.
언제부터인가 아침은 안 먹게 됐다, 다만 두뇌 사용에 필요한 포도당을 위해서 단 것들을 먹고는 했다.
“오늘은 초콜렛인가.”
나는 초콜렛을 들고 먹으며 가방을 챙기고, 이윽고 문을 닫고 등굣길에 올랐다.
지금은 6시 30분. 거리에는 일찍 일어난 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차디찬 바람으로 덮여있다.
“학생, 저기 오는 버스 몇 번이야?”
한 할머니께서 갑자기 나에게 질문을 던지셨다.
“네? 아, 79번이에요.”
“그래? 그럼 열심히 해, 학생. 어떤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 말고.
학생이 열심히 하면 분명 원하는 대로 될 거야.”
그 할머니의 그 한 마디에는 뭔가 미래를 꿰뚫어보는 듯한 어조가 담겨있어서 어딘가 포근했고,
어딘가 나에게 많은 말을 전하는 대신에 간결하게 표현하려고 하시는 듯 했다.
“부릉-”
할머니가 타신 버스가 지나가고 나는 혼잣말을 했다.
“뭐, 별거 아니겠지?”
“저기, 학생.”
“네?”
이번엔 한 아주머니께서 날 부르셨다. 그리고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말씀하셨다.
“저 할머니가 이상한 말 안 했어요?
저 할머니 좀 이상한 사람이에요.
툭하면 아이들한테 조심하라느니 오랫동안 힘들거라느니 이상한 말만 하더라고요.
저 할머니가 하는 말은 신경쓰지마요. 이로울 것 없어요.”
“아, 예······.”
그런 건가? 역시, 그렇겠지?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학교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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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ㅋㅋㅋ
할머니의 말이 어떤 의미일까요~~ㅋㅋ
그리고 주인공 마음은 모든 남자 아이들의 마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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