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존재 - 목필균
꽃과 사슴이 노는 상징물이 예쁜 공원
횡단보도 건너 범계역이 보인다
쭉쭉 벋은 메타세콰이어 그늘
바람을 가르는 까치소리가 평화로운 곳에
그 남자의 삼백육십 오일이 있다
휠체어 탄 몸으로
겨울옷이 여름 옷으로
머리카락은 물맛 본 지가 언제였는지
구정물에 빠진 모습이다
간밤 세찬 비에 젖은 몸으로
한기 도는 아침이 기침소리도 없이 앓는데
공원을 찾는 사람들에겐
익숙한 만큼 무심해진 풍경이다
주민등록도 말소되었는지
복지의 손길도 거부했다는 그에게
어김없이 하늘은 밤과 낮으로 바뀌고
눕지도 못하는 칸 막은 벤치에
반은 휠체어 반은 벤치에 엎드려 자는 쪽잠
남루함도 너덜너덜해진 그 남자의 노숙은
하루가 무엇으로 존재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