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에 - 목필균
초미세먼지 속에도 매화가 피었다
수십 년 보내온 봄처럼 그렇게
슬며시 고개 내밀며 돌아온 봄
떠나온 집에서 물고 온 그림자가
두꺼운 어둠을 깔고 있어도
햇살은 방향 없이 쏟아졌다
환절기 몸살로 끙끙 앓던 날에도
안양천 잉어들이 모여들던 쌍개울 다리
천변을 노닐던 청둥오리가 돌아간 것처럼
다시 돌아갈 집을 지키고 있는 빈 항아리 속으로
몇 번의 봄이 오고 갈까
푸념 섞인 발걸음이 느리게 움직이는데
마스크로 무장한 봄이
노란 물감을 슬슬 문지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