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속은 바람의 공동묘지다 - 강연옥
1
바다 속은 바람의 공동묘지다
바람이 묻힌 바다 속에는
침묵만이 흐르며
밤이 되어도 별이 뜨지 않는다
감각이 죽어
고통조차 없는 관념만이
흐물흐물 해초들을 흔들며
유영을 한다
방향과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다 속에 갇힌 채
울부짖어도 소리를 낼 수 없는
바람의 시체가
낚시 그물에 걸리어 가끔씩 올라온다
2
바람이 바닷물을
까닭 없이
툭툭 치는 것은 아니었다
두려운 삶이
죽음의 존재를 확인 하고자
약을 올리며 물결을 살살 일으키다가
태풍으로 쳐들어가도 참패하고만
페르시아의 살라미스 전투처럼
결국 바다 속에 묻히고
패잔병들만 섬 위에 몸을 걸치고
태양 빛에 시들어 간다
배가 물살을 찢으며 달려도
바다는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하얀 속살을 드러내며
밀가루 반죽 위에 찍었던
손바닥 자국이 이내 사라지듯
햇살만이 태연히 반짝거린다
낚시 줄에 비린내 풍기는
고기 한 마리 올라오자
내 머리카락을 앙칼지게 가르는 삶과
환생을 갈망하듯 부력으로 솟구치는 죽음
그 경계선에 떠있는 현실의 배 위에서
오늘도 나는 물결의 파장에 울렁거리며 서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