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러그 인, 플러그 아웃 - 강연옥
구렁이 기어간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도시 입구에 다다르면
아가리를 떡 벌리고
아침 식사 기다리는
구렁이 한 마리가
빵 한 조각 얻으려는 나를
꿀꺽 삼키는 하루의 시작
구렁이 속에 들어서면, 나는
현실과 이상의 삼투현상을 가속시키려
내 원초적 본능의 젖은 손으로
아슬아슬하게 플러그를 꼽는다
플러그 인
모니터에는 말과 말이 가지를 뻗은
인터넷 나무가 하늘을 가득 덮어
거짓과 진실이 보이지 않듯
구렁이 속에서도
나는 그 속마음을 알 수 없다
배설물의 독성이 스멀스멀 눈앞까지
피어오르며 살아있다라는 증거처럼
코를 자극하자, 썩 즐겁지만 않은
서늘한 미소가 얼굴에서 미끄러져 내린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찿기 위해
마우스를 굴리자
어디를 열어야 할지 모르는 커서가
이리저리 방황하며 눈을 어지럽힌다
멀미가 인다
구역질이 난다
구토를 해댄다.
내 구토에 구역질이 난 구렁이가
순가 나를 토해낸다
플러그 아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