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내는 여인 - 안단양
조신하여 눈도 마주치지못할,
담밑에 숨어피는 분꽃닮은 여인이면 좋겠네
순하기가 양(羊)같아서 사나흘 굶은 비루한 늑대詩人이
손목잡아도 고개 외로 돌리며 매정하게 뿌리치지 못하는 여인이면 좋겠네
"화사한 부로찌 가슴에 달아주려한다" 말하면
삼꽃빛 두볼, 보일듯 말듯 다소곳 웃는 여인이면 좋겠네
삼을 낼때에, 생각 반듯하기 그지없어서
앞뒤 어디로 보아도 흠없는 여인이면 좋겠네
설레는 가슴으로 댓재(竹嶺)넘어 갔다가 고스라니 되 가져온 천생,
경상여인( 慶尙女人)이면 좋겠네
북쪽 자락에 묻혀 세상사, 세상사 다 잊고 사는 짐생,
짐생의 부끄러운곳을 선뜩 선뜩한 인견(人絹), 결고운 치마펴서
창세기9장 23절에 기록된 노아의 아들 셈처럼
뒷걸음으로 다가와 허물 감춰줄 여인이면
참 좋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