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속의 아파트 - 변종윤
저녁이면 퇴근해서 힘든 줄도 모르고 오르던 산길,
뻐꾸기 울던 어느 봄날
붉은 깃발 펄럭이고 굴 살기 하얀 이빨 드러내어
긁어대니 힘없는 산등성이 파헤쳐지고
앞가슴 분홍빛 하얀 속살 드러내고…….
힘없이 무너져 내린 등산로 사라지던 날
봄날 눈 녹아내리듯 그렇게 앞산은 떠나가고…….
함께 살던 이웃도 가을 落葉 날리듯 흩어져가고…….
故鄕山川 가슴에 묻고 떠나던 날
푸른 하늘 구름도 홀로 두둥실 떠도는 구나
산새도 들쥐도 어디선가 방황 하겠지.
白髮이 허연 老人의 얼굴엔 깊은 주름만 남고
먼 날 記憶 더듬으며
눈시울 촉촉이 젖어 내리고
老人은 孫子와 논두렁 길 걸으며
靑天 계수나무 토끼 한 마리 흥얼거리던 時間들
엘리베이터 속 현기증에 멀미하며
두둥실 몸만 얹혀 살아가는 우리들
옛집은 간곳없고
달님이 쉬어가던 논바닥 반겨주던 개구리와 소금쟁이
都心의 불빛에 놀라
모두가 떠난 빈자리엔
아파트만 홀로 밤을 새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