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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지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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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 | 조회 103 | 작성일 2021-02-09 12:3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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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지 옆

저희 친척 어르신의 이야기입니다.

60년대 중반. 친척 어르신(편의상 할아버지라고 하겠습니다.)께서는 당시 30대의 청년으로 충북에 살고 계셨다고 합니다.

약 20여 가구가 사는 작은 마을에서 대부분 사람들이 농사를 지었는데, 마을에는 여름에 논에 물을 대려고 만든 공동저수지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공동저수지에는 전설이랄까요? 저수지는 일제 강점기 때 강제노동으로 만들어졌다고도 하고, 일본군들이 처형장으로 쓰던 자리를 숨기느라 저수지로 만들었다고도 하는 흉흉한 소문이 있었습니다.

마을에는 두 가지 길이 있었는데 하나는 마을 입구에서 시작하여 바깥쪽으로 크게 돌아가는 큰길이고 다른 하나는 저수지 옆의 좁은 길을 따라가는 지름길인데, 거의 매년 저수지 옆 지름길에서 한두 명씩 저수지에 빠져죽는 일이 자주 생겨서 낮에도 사람들이 먼 길을 돌아다니지 저수지 옆길은 이용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어느 날, 할아버지께서 옆 동네에 잔치를 보러 다녀오시는 길이었습니다.

날이 어두워지자 빨리 가려는 생각에-술김에 호기도 부릴 겸- 저수지 옆 좁은 길로 급히 가고 있는데, 갑자기 안개가 자욱하게 끼더랍니다.

저수지 옆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지만 안개가 왠지 음산해보여서 괜히 헛기침을 하시면서 담배를 한 대 입에 물으셨는데 안개가 어찌나 진하던지 입에 문 담배도 흐릿하게 보였답니다. 그리고는 성냥을 켰는데…….

바람 한 점 불지 않는데 성냥이 켜지자마자 바로 꺼지더랍니다.

술이 확 깨면서 등골이 오싹해서 움직일 생각도 하지 못하시고 그대로 쭈그려 앉으셨고, 혹시나 해서 성냥을 다시 켜봤더니 또 꺼져버리고…….

시간이 한참 지난 것 같은데 시계가 없어서 그것도 모르겠고…….

다리가 저리고 아프다가 그 느낌마저 사라질 즈음, 안개가 옅어지나 싶더니 갑자기 사라졌답니다. 더듬더듬 일어나서 담배를 한 대 물고 성냥을 켰더니 이번에는 아무렇지 않게 불이 붙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할아버지께서 담배에 불을 붙이고 주위를 둘러봤더니 바로 옆이 저수지였답니다. 한 발자국만 움직였다면 그대로 물에 빠지실 위치였다는 겁니다.

너무 겁이 나서 부리나케 집으로 돌아오신 할아버지는 그 후 석 달 동안을 꼼짝도 못하고 앓아누우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6년 뒤에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하셨는데 훗날 다시 찾아가셨더니 그 저수지는 메워져있고 마을에는 한두 가구만 남아서 폐촌이 되어가고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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