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제가 고등학교 때 친구에게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친구의 친척언니가 경험하신거구요. 편의상 그냥 언니라고 하겠습니다.
그 언니는 20대 직장인이며, 한 대문에 여러 집이 있는 다세대 주택 1층에서 자취했다고 합니다. 그 언니는 아침 일찍 나가서 밤늦게나 들어오는 터라 이웃들과는 거의 마주칠 일이 없었다고 합니다.
하루는 밤에 일 끝나고 돌아오는데 윗집에 불이 켜져있고 어떤 아주머니가 통곡을 하시는 소리가 들렸다고 합니다. 무슨 일이 있나 가보고 싶었지만, 실례일 것 같기도 하고 너무 피곤한 상태라 그냥 집에 들어가 바로 씻고 잠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날따라 잠을 깊게 들지 못했다고 합니다.
뒤적뒤적 거리다가 문득 눈을 떴는데 그 순간 가위에 눌린 것입니다. 그때 천장 쪽을 보니 어떤 할머니의 얼굴이 보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할머니께서 화난 표정으로 그 언니를 내려 보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언니는 무서워서 있는 힘껏 발버둥을 치자 가위에서 풀렸다고 합니다. 그러고 밤새 뜬눈으로 지새우다가 결국 잠도 못자고 출근을 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그날도 이층에 불이 켜져있고 또 다시 아주머니의 울음소리가 들렸다고 합니다. 그 언니는 잠을 못잔 탓에 너무 피곤해서 그날도 그냥 집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그러다 잠이 드는데 또 가위에 눌리고 천장에서 그 할머니의 화난 얼굴이 보였다고 합니다.
다시 있는 힘껏 발버둥을 쳐 가위에 풀리자 언니는 윗집에 자꾸 아주머니가 우시는 것도 그렇고 뭔가 이상하다 싶어 이층으로 올라가 문을 두드렸다고 합니다.
조금 지나서 어떤 아주머니 한분이 팅팅 불은 눈을 비비며 나오시더니 반갑게 맞아주셨다고 합니다. 언니는 아주머니에게 무슨 일 있으시냐고 여쭤보려는 찰나에 순간 멈칫했다 고합니다.
아주머니 뒤쪽으로 어느 사진이 걸려있었는데 밤마다 나왔던 그 할머니였다고 합니다.
아주머니께 물으니 자기 어머님이신데 앓아온 병이 있으셨는데 병원비가 없어 집에서 모시다가 어제 낮에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그 옆에는 관이 하나 있었는데 장례비가 만만치 않아 연락되는 가족도 없고 별수 없이 집에서 장례를 치루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 언니는 할머니께서 밤마다 아주 화난 표정으로 자길 내려다본다고 아주머니께 말씀하시니, 아주머니는 무슨 일인가 싶어 혹시나 해서 할머니께서 누워계신 관을 열어봤더니 곱게 누워계셔야 할 할머니께서 관이 뒤집힌 것처럼 뒤집어져 누워계신 것입니다. 엎드려 누워계신 것이죠.
아주머니는 화들짝 놀라 다시 할머니를 바르게 눕혀 드렸는데 그때 할머니의 얼굴은 약간 눌려있는 상태였고 마치 화가 난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후에 그 언니는 혼자서 장례를 치르시는 아주머니를 안쓰럽게 생각하여 같이 장례를 치러드리고 삼일제도 함께 지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후에 다신 할머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