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슴 대길이 - 고은
머슴 대길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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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터 관전이네 머슴 대길이는 상머슴으로 누룩 도야지 한 마리 번쩍 들어 도야지 우리에 넘겼지요. 그야말로 도야지 멱 따는 소리까지도 후딱 넘겼지요. 밥 때 늦어도 투덜댈 줄 통 모르고 이른 아침 동네길 이슬도 털고 잘도 치워 훤히 가리마 났지요. 그러나 낮보다 어둠에 빛나는 먹눈이었지요. 머슴방 등잔불 아래 나는 대길이 아저씨한테 가갸거겨 배웠지요. 그리하여 장화홍련전을 주룩주룩 비 오듯 읽었지요. 어린 아이 세상에 눈떴지요. 일제 36년 지나간 뒤 가갸거겨 아는 놈은 나밖에 없었지요.
대길이 아저씨더러는 주인도 동네 어른도 함부로 대하지 않았지요. 살구꽃 핀 마을 뒷산에 올라가서 홑적삼 큰아기 때위에는 눈요기도 안 하고 지게 작대기 뉘어 놓고 먼 데 바다를 바라보았지요. 나도 따라 바라보았지요. 우르르르 달려가는 바다 울음 소리 들었지요.
찬 겨울 눈더미 가운데서도 덜렁 겨드랑이에 바람 잘도 드나들었지요. 그가 말했지요. 사람들이 너무 호강하면 저밖에 모른단다. 남하고 사는 세상인데
대길이 아저씨 그는 나에게 불빛이었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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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다 깨어도 그대로 켜져서 밤새우는 불빛이었지요.
-<만인보(萬人譜) 제1권>(198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