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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아주 간절한 마음으로 나는 무언가를 결심한 바 있었다.
돌아가는 길에 누군가의 창문 불빛을 바라보며 편의점에서 도시락에 손을 뻗으면서, 풀린 구두 끈을 다시 묶을면서, 그런 것을 문득 떠올린다.
나는 과거, 뭔가를 결정한 것이다. 누굴 만나서, 아니, 누굴 만나기 위해서 무언가를 결정한 것이다.
얼굴을 씻고 거울을 바라보면서 쓰레기 버리는 자리에 비닐 봉지를 두고 빌딩의 틈새의 아침 햇살에 눈을 가늘게 뜨며, 나는 그렇게 생각했고, 쓴웃음을 짓는다.
누구가라든지, 무엇이라던지 결국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잖아.
면접장의 문을 닫으면서도, 하지만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도 나는 지금도 바둥거리고 있다. 과장된 표현을 하며 삶에 몸부림치고 있다. 과거에 내가 결정한 것은 이런 것이었던가. 발버둥 치는 것. 살아가는 것. 숨을 쉬며 걷는 것. 달리는 것. 먹는 것. 이어가는 것. 당연한 거리의 풍경에 눈물을 흘리고 쏟아내듯이, 당연하게 사는 것.
앞으로 조금만 더 하면 돼, 라고 나는 생각한다.
앞으로 조금이면 돼. 조금이면 돼.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고, 하지만 나는 뭔가를 바라고 있다.
그리고 조금이면 돼. 이제 조금이면 돼.
벚꽃이 피고, 흩어지고, 장마가 거리를 씻고, 흰 구름이 높이 솟아오르고, 잎이 물들고, 차디찬 바람이 분다. 그리고 또 꽃이 핀다.
나날이 가속한다.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어떻게든 손에 쥔 직장에서 일하고 있다. 흔들리는 차에서 떨어지지 않을 듯한 필사적인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아주 가끔이지만 원했던 장소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아침에 잠을 깨는 오른손을 쳐다 본다. 집게 손가락에 작은 물방울이 타고 있다. 방금까지의 꿈도, 눈가를 한 순간 적시며 눈물도, 깨닫고 보면 벌써 말랐다.
앞으로 조금이면 돼――,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침대에서 내려왔다.
앞으로 조금이면 돼.
나는 그렇게 바라며 거울을 보고 머리 끈을 맨다. 봄철의 슈트를 입었다. 아파트의 문을 열고, 눈앞에 펼쳐진 도쿄의 풍경을 한동안 바라본다. 역의 계단을 올라가서 자동 개찰을 지나가고, 북새통을 이룬 통근 기차를 타고. 사람들 머리 너머로 보이는 푸른 하늘은 관통된 것 처럼 맑았다.
나는 전철 문에 기대며 밖을 바라보았다. 빌딩의 창문에도, 차도, 육교에도, 사람이 넘쳐나고 있다. 100명이 탄 기차, 1000명을 태운 열차, 그 천개가 흐르는 거리. 그것을 바라보며 앞으로 조금이면 돼,라고 나는 바란다.
그 순간 아무 예고도 없이, 나는 만났다.
갑자기에 나는 만났다.
창문 유리를 끼고 손이 닿을 만큼의 거리, 병행하는 전차 속에 저 사람이 타고 있다. 나를 똑바로 보고, 나와 같이 놀라서 눈을 부릅뜨고 있다. 그리고 나는 계속 품었던 소망을 깨달았다.
그저 1미터 정도 앞에 그녀가 있다. 이름도 모르는 사람인데 그녀라고 나는 알 수 있다. 그러나 서로의 전차는 점점 멀어진다. 그리고 다른 전차가 우리 사이에 들어오면서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자신의 소원을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앞으로 조금만 더, 함께 있고 싶었다.
앞으로 조금만이라도, 함께 있고 싶어.
정차한 전차에서 내려서, 나는 거리를 달리고 있었다. 그녀의 모습을 찾고 있다. 그녀도 나를 찾는다는 걸 나는 이미 확신하고 있다.
우리는 예전에 만났던 적이 있다. 아니, 그건 마음의 탓인지도 모르겠다. 꿈 같은 생각일지도 모른다. 전생 같은 망상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우리들은 조금만 더 함께 있고 싶었던 것이다. 앞으로 조금만 더 같이 있고 싶다.
언덕길을 뛰면서 나는 생각한다. 왜 나는 달리고 있는 걸까. 왜 나는 찾고 있는 것일까. 그 답도 아마 나는 알고 있다. 기억나지는 않지만, 내 몸 전체가 그것을 알고 있다. 좁은 골목을 돌면서, 쿵 하고 길이 끊겼다. 계단이다. 거기까지 내려가서 보면 그가 있을 것이다.
달리고 싶은 마음을 자제하고 나는 천천히 계단을 오르리 시작한다. 꽃 냄새가 나는 바람이 불고 정장을 부풀린다. 계단 위에는 그녀가 서 있었다. 하지만 그 모습을 직시할 수 없었고, 나는 눈 끝에서 그녀의 기척만을 파악하고 있었다. 그 기색이 계단을 내려오기 시작한다. 봄의 분위기에 그녀의 구두 소리가 살며시 섞이고 있다. 내 심장이 갈비 뼈 속에서 뛰고 있다.
우리들은 눈을 내리뜬 채 다가갔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나도 말을하지 않았다. 그리고 말을 하지 않은 채 우리는 엇갈린다. 그 순간 몸 안에 직접 마음을 쥐어 파듯이 나의 온몸이 꾹하며 괴로웠다. 이런 건 잘못되었다며 나는 강하게 생각했다. 우리가 낯선 사람들이라니, 분명히 잘못되었다. 우주의 구조나 생명의 규칙 같은 것에서 벗어나고 있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나는 뒤돌아 보았다. 똑같은 속도로 그녀도 나를 본다. 도쿄의 거리를 짊어지고 눈동자를 동글동글하게 부릅뜬 그녀는 계단에 서있다. 그녀의 긴 머리가 석양 같은 색깔의 끈으로 맺어지는 것에 나는 깨닫는다. 온몸이 희미하게 떨린다.
겨우 만났다. 겨우 만날 수 있었다. 이대로는 울어 버릴 것 같아, 그렇게 생각한 순간 나는 내가 벌써 울고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내 눈물을 보고 그가 웃는다. 나도 울면서 웃는다. 예감을 충분히 녹여 넣은 봄의 공기를 마음껏 집어넣고.
그리고 우리들은, 동시에 입을 열었다.
하나, 둘, 셋이라고 타이밍을 말하는 아이처럼, 우리는 목소리를 맞추었다.
――너의, 이름은, 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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