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라이어게임
* 작품 내 게임에 대한 스포일러는 없지만 작품에 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만큼 스포일러가 있는 부분은 스포일러 표시를 해놓았으니 갑작스러운 네타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라이어게임(tvN) 월화드라마
카이타니 시노부 원작
'14.10.20~
0.
최근 카이타니 시노부의 라이어게임이 드라마로 리메이크 되어 6화까지 방영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라이어게임을 특히 좋아했던 독자로서 이번 라이어게임이 꽤나 기대되더군요.
작품 내 게임의 스케일도 남달랐던 데다가 캐릭터 설정을 독특하면서도 확실하게 잡은
작품이기에 라이어게임을 얼마나 따라잡았는지 궁금해졌습니다.
6화까지 진행된 지금, 혹시 아직까지 안 보신 분들을 위해 드릴 수 있는 말은
"만화 원작을 절대로 기대하지 말 것."입니다.
드라마 <라이어게임(tvN)>은 만화 라이어게임을 원작으로 드라마화한 작품이 아닌,
여러모로 한국식 드라마와 현실적으로 맞추어 각색한 새로운 <라이어게임>임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만약 원작 라이어게임의 드라마화를 기대하신다면 그 기대 버리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하지만 단순 연애와 막장 스토리에 지쳐 새로운 드라마를 기대하시는 분들에게는
심리추리극이라는 새로운 소재의 드라마라고 깊이 추천드리고 싶은 바입니다.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저는 일본에서 제작했던 드라마 라이어게임(후지TV)을 보지 않았기에
이번 tvN에서 방영하고 있는 라이어게임을 비교할 수 없습니다. 이 점 유의 바랍니다.
1.
1장에서는 라이어게임 관련 네타가 나오지 않습니다만, 원작 라이어게임과 드라마 라이어게임과의
비교가 나오기 때문에 1화라도 네타 당하고 싶지 않다 하시는 분들은 넘기는 것을 추천합니다.
원작 라이어게임을 보신 분들이라면 라이어게임(tvN)의 1화를 보는 순간 적잖이 놀라리라 생각됩니다.
꾸미지 않는 짧은 단발머리의 칸자키 나오는 어디 갔는지 청순한 가을 아가씨, 남다정(김소은)이 나타납니다.
더군다나 긴 시간 병실에 누워있던 아버지는 어디 가고, 사채로 도주하다가 구속 된 아버지(엄효섭)와
그런 남다정으로부터 사채빚을 가져가려는 것인지 남다정에게 밥을 얻어먹으려는 것인지,
조금도 알 수 없는 일수꾼 조달구(조재윤)가 등장합니다.
라이어게임의 유일한 얼굴마담인 남자주인공, T대학교 심리학과 학생 아키야마 신이치는 사라지고
S대학교 응용심리학과 최연소 교수인 하우진(이상윤)이 떡하니 등장하게 됩니다.
아키야마는 외모부터 시니컬이라고 한다면 하우진은 단지 무뚝뚝한 외모가 되었네요.
특히 직설적이면서도 독설은 하지 않았던 아키야마와 달리 할 말은 다 안 하는데 반해
날리는 것은 죄다 심장 비수 박는 독설의 하우진이라 약간은 갸우뚱하게 됩니다.
일단은 나잇대부터가 달라져 약간의 충격을 주는 데다가 하우진이 살인죄로 구속되니 뭔가 싶죠.
뿐만 아니라 모든 캐릭터의 성격들도 원작 라이어게임에서 플러스 알파, 혹은 마이너스 알파로
약간의 성격에 오차 범위가 생기게 됩니다. 비교하는 재미가 있기는 하지만,
라이어게임의 캐릭터를 좋아했던 저로서는 이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작가가
제대로 라이어게임을 읽었고 라이어게임의 캐릭터를 이해했는지 의문이 들더군요.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원작을 생각하면 시원섭섭해지는 정도입니다.
처음 내용이 진행되는 동안은 내가 지금 라이어게임의 드라마를 보는 게 맞나 생각하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라이어게임의 리메이크 드라마라 알고 드라마를 봤었기 때문에
이게 내가 아는 라이어게임이 아니라 다른 라이어게임인가, 하고 몇 번이나 찾아봤었습니다.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내용과 과정입니다.
원작 라이어게임에서는 어느 날 나오의 집 앞에 돈가방이 놓이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나오는 아무 의심 없이 돈가방을 열어보게 되고 그 순간 억지로 게임에 참여하게 되죠.
하지만 드라마 라이어게임에서는 남다정이 무거운 짐을 들어주는 할머니를 도와주고,
할머니가 두고 가는 짐 때문에 라이어게임에 참여하게 되는 것으로 시작하게 됩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큰 차이는 '라이어게임'의 과정 자체입니다.
원작 라이어게임에서는 알 수 없는 회사의 주최로 어딘지조차 알 수 없는 어딘가에서 게임을 진행하게 됩니다.
반면에 드라마 라이어게임에서는 그 알 수 없는 가면과 같은 단체를 모두 뒤집고
이 모든 라이어게임을 TV버라이어티 쇼로 탈바꿈하게 되죠.
그로 인해 원작에서 깨알같이 등장하는 가면 진행자들은 모두 사라져버리고
쇼 라이어게임의 진행자 강도영(신성록) 하나만 남게 됩니다.
가장 중요한 건 막연한 어딘가가 사라지고 구체적인 어디가 생긴다는 것이죠.
단순 어두운 배경의 게임에서 쇼 라이어게임으로 변화하는 이 과정이 특히 눈에 들어옵니다.
그동안 만화를 원작으로 했던 드라마는 사실 '드라마틱'을 기대하기는 어려웠기 때문이죠.
아무리 막장이다 뭐다 욕을 해도 드라마는 드라마, 만화는 만화일 뿐입니다.
하지만 만화를 드라마화하는 순간 2D에서 3D로 바뀌면서 그 위화감이 분명히 생기게 됩니다.
드라마 라이어게임은 이렇게 평면이 입체로 바뀌는 순간의 위화감을
현실적이면서 드라마틱한 모습으로 각색함으로써 없애버릴 수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라이어게임을 비판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드라마 속에서 라이어게임을
일개 텔레비전 쇼로 바꾸었다는 것이었지만 저는 이런 이유로 이런 각색을 꽤 높이 사는 편입니다.
또한 만약 드라마 라이어게임이 원작에 맞춰 쇼가 아닌 어떤 배경이 있는 게임이라는
설정 그대로 냈다면 12부작으로 담기에는 부족함이 있었겠죠.
여러모로 재치있는 각색이 아니었나 생각하게 됩니다.
특히 이번 라이어게임은 만화 라이어게임을 원작으로 드라마화 한 작품이 아닙니다.
분명히 '리메이크'라는 타이틀을 강하게 박고 시작하죠.
이는 나는 라이어게임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라이어게임의 게임을 차용하는 것 뿐이다,
라는 생각을 설핏 보여주고 있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1화만 보고 이게 뭐야, 내 라이어게임, 등등의 생각은 잠시 잊어주셨으면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단지 만화에서 보는 것만으로는 어려웠던 라이어게임들을
보기 쉽고 깔끔하게 정리해준 드라마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또한 원작에서는 아키야마, 나오, 후쿠나가와 그 반대 세력(요코야 혹은 고쟁이)으로만
인물이 집중되었던 것과 달리 꽤나 뚜렷한 캐릭터의 패널들이 나온다는 점에서
드라마 라이어게임은 볼 만한 리메이크본이 아닌가 싶습니다.
2.(원작 스포일러 주의)
그렇다고 드라마 라이어게임에서 모든 부분 만족하는 것은 아닙니다.
분명히 게임 과정을 보고 이해하기 쉽게 정리한 데다가 게임 진행 과정도
가감이 없어 원작 라이어게임에서 어긋나는 부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캐릭터 이해'라는 부분만 보면 정말 점수를 쉽게 줄 수 없기 때문이죠.
일단 남다정이 그 이유 중 가장 큰 몫을 하고 있습니다.
남다정의 본디 인물은 '칸자키 나오'로서 떨어진 10원도 경찰에 가져다 줄 정도로 착한 인물입니다.
여기서 나오의 '착함'이란 모두 같은 욕망을 갖고 있지만 그 중에서 자신을 배려할 수 있는 착함이 아니라
자신을 버리면서까지 모두를 선으로 이끌고자하는 그런 본질부터가 선량한 인물입니다.
이는 이후 라이어게임의 목적, 즉 본질로 이어지기 때문에 절대 버릴 수 없는 부분이죠.
하지만 남다정은 다릅니다.
어쩌다 돈다발을 얻게 되자 계속 갖고 있던 선량한 마음은 어디로 갔는지
남들 볼까 두려워 빠르게 돈가방을 챙겨 집으로 돌아오고,
"내일 경찰서에 가져다주자"라고 말하면서 돈을 침대에 깔아놓고 그 돈을 베고 잡니다.
남다정은 남들과 같은 본능과 욕심이 있지만 그것을 억누르고 선한 길로 가고자 하는 인물입니다.
단순히 선량함으로만 본다면, 나오보다는 못하더라도, 착하기 그지 없죠.
하지만 그럴까, 라는 고민도 없이 바로 선량으로 나아가는 나오와는 달리
여기로 가면 안 될까, 저기로 가야되는 걸까, 라고 고민하는 자체가 조금은 달갑지 않습니다.
어떤 의미로는 착한 척 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고 그 모습이 선량함 자체로 보인다기보다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배역으로부터 나오는 단순한 청순함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죠.
특히 나오의 선량함은 라이어게임의 본질과도 연결됩니다.
개인적으로 선과 악의 갈등이 있지만 언제나 선이 승리하는 남다정이
선 그 자체인 나오를 어떻게 대변할 수 있을까, 어쩌면 그 내용이 사라지지 않을까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6화 마지막 부분에서 조금 생각이 바뀌기도 하더군요.
"전 라이어게임에 참여하는 내내 계속 생각해봤어요.
정말 속고 속이기 위해 만들어진 게임인가. 그럴 수 있죠.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우리가 정말 서로를 믿을 수 있는지 시험해보는 걸 수도 있단 생각이 들어요.
전 여러분을 믿어요. 아니, 믿고 싶어요. 그래서 이 돈을 나누려는 거예요.
그러니까 (스포일러)님한테 드린 돈은 저 혼자가 아니라 우리 모두 조금씩 모은 거예요."
이 부분을 보니 남다정이 흔들리면서도 칸자키 나오와 같은 캐릭터로 걸어갈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캐릭터가 많이 뒤틀려있습니다.
A와 a처럼 둘은 분명 같은데 반해 리메이크 되면서 어딘가 바뀐 부분이 존재하죠.
하지만 이 모든 건 일본 만화에서 한국 드라마로 바꾸며 생길 수밖에 없는 리스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이건 좀 아닌데, 라고 생각은 들더라도 이번 드라마 라이어게임이 이상하다고
생각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죠. 분명 다르지만 다른 만큼 자신의 색이 뚜렷합니다.
그래도 원작의 드라마화를 원하는 분들에게는 추천해드릴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약간 다른 라이어게임을 기대한다거나 깔끔하게 정리된 게임 설명과
클리셰와 막장 덩어리인 한국 드라마에 거북함을 느끼시는 분들이 있다면
심리추리극이라는 장르로서 라이어게임을 추천하고자 합니다.
(덧붙이자면 라이어게임은 원작에 비해 러브 라인이 짙은 편입니다.
키스신 아닌 키스신도 나오는 등 연애 부분이 빠질 수는 없더군요.)
3.(드라마 스포일러 주의)
드라마 라이어게임은 총 12부작으로 이제 절반 남은 상태입니다.
10억빼앗기 게임, 소수결 게임, M-Ticket게임(별풍선 게임)까지 원작을 거의 그대로하여
진행하였던 지금까지와 달리, 다음 편은 '대통령 게임'이라고 합니다.
원작에서는 '라이어게임 사무국'에 대한 진실을 파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드라마에서는 그 범위를 많이 축소시켜 방송 라이어게임과 엘 컴퍼니,
하우진과 남다정 이렇게 셋만이 연관된, 원작과의 별개의 스토리로 진행되죠.
현재 16권까지 미완결인 라이어게임을 12화 완결로 담아야 하는 만큼
tvN의 제작자로서는 최선의 선택이 아니었을까 넌지시 던져봅니다.
그렇기에 게임에도 약간의 변화가 있어야했던 거리라 생각을 합니다.
가장 기대되는 건 강도영과 하우진의 대결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여러모로 강도영이 계속 하우진을 끌어들이려고자 하고 작은 덫에도
파바바박 달려오는 하우진 이 둘의 대결 구도는 여러모로 재미있기 때문이죠.
특히 둘 사이에 관련되어있는 엘 컴퍼니와 하우진이 망하게 만든 회사,
그리고 그 주식과 남다정의 아버지까지 이 관련은 떡밥을 계속해서 떡밥을
뿌리고 있기에 그 떡밥을 얼마나 완벽하게 회수할지도 기대가 됩니다.
이 외에도 기대되는 건 '요코야'라는 캐릭터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캐릭터들이 다들 여러모로 가감이 있는 상태에서
생쥐 요코야가 한국 드라마에서 어떻게 바뀔지는 계속 다음주를 기대하게 되죠.
(1인2역이 아니라 강도영이 패널로 들어가 요코야의 대신이 될 수 있다는 말도 있습니다.)
특히 요코야는 강도영을 연기하고 있는 신성록이 맡게 되는데
요코야 이미지와 신성록의 이미지가 완전 백팔십도 다르기 때문에
더욱이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앞으로 절반을 지나왔고 절반이 남은 상태인 라이어게임,
시청률은 아쉽게도 낮은 편이지만 그래도 남은 절반을 기대해봅니다.
크게 만족시키지는 못하더라도 실망시키지 않으며,
드라마화가 아닌 새로운 리메이크라는 걸 생각한다면 나쁜 부분은 없기에
다음 편을 충분히 기다릴 수 있는 드라마라는 게 전체적인 평입니다.
사랑방손님의 리뷰 대신 짧게 쓰고자 했던 리뷰인데 말이 많아 길어졌네요.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과정에서 아예 아키야마를 없애고 하우진을 만들어서 조금 엇맞았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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