츄잉~ chuing~
츄잉 신고센터 | 패치노트 | 다크모드
공지&이벤트 | 건의공간 | 로고신청N | HELIX
로그인유지
회원가입  |  분실찾기  |  회원가입규칙안내
[리뷰,소개]독문학계의 귀재(鬼才),프란츠 카프카.
Kriemhild | L:32/A:422
91/1,490
LV74 | Exp.6% | 경험치획득안내[필독]
추천 7 | 조회 5,838 | 작성일 2014-11-29 21:59:38
[서브캐릭구경OFF] [캐릭컬렉션구경OFF] [N작품구경OFF]
*서브/컬렉션 공개설정은 서브구매관리[클릭]에서 캐릭공개설정에서 결정할수 있습니다.
  [숨덕모드 설정] 숨덕모드는 게시판 최상단에 위치해 있으며 언제든 설정할 수 있습니다.

[리뷰,소개]독문학계의 귀재(鬼才),프란츠 카프카.

 안녕하세요. 저번에는 일본 근대 문학의 아버지인 나쓰메 소세키를 두 파트에 걸쳐서 소개시켜드렸습니다.

이번에는 나쓰메 소세키 못지않은 천재 문학가, 독문학계의 귀재라고 불리는 프란츠 카프카와 그의 작품을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틀린 점이나 궁금한 점이 있으면 쪽지나 덧글에 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가운데 정렬이어서 읽기 불편하다는 의견이 있어서 이번부터는 왼쪽 정렬식으로 바꿔 쓰겠습니다

 

1. 프란츠 카프카란?

(사진 1-프란츠 카프카)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 1883년 7월 3일-1924년 6월 3일).

프란츠 카프카는 1883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령인 체코, 프라하에서 태어났습니다. 독문학계의 귀재라고 불리는 사람이기 때문에 독일인이라고 착각하시는

분이 많은데요. 프란츠 카프카는 독일 출신이 아니라 체코 출신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놀라는 사람은 꽤 됩니다. 그의 일생에 다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 아버지인 헤르만 

카프카(1852년-1931년)와 그의 아내인 유리에(1856년-1934년) 사이에서 장남으로 태어나게 됩니다. 부모님은 두 분 다 유대인이며 당연히 프란츠도 유대인 소년으로서

이 세상에 태어나게 됩니다.

 

아버지인 헤르만은 체코어가 모국어였지만, 어머니쪽 집안은 독일풍 습관에 익숙해져서 독일어를 말하는 동화 유대인이었다는 점이 부부 사이의 가장 큰 차이점이었습니다. 프란츠 카프카는 이러한 집안에서 장남으로 태어났고 그가 태어난 2년 후에는 차남인 게오르크가, 거기에서 더 2년 후에는 삼남인 하인리히가 태어났지만, 두 명 다 어린 나이에 죽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가브리엘, 바리, 오틸리. 이렇게 3명의 딸이 이어서 태어났습니다. 이 3명의 여동생들을 언제나 바쁜 부모님 대신으로 돌봐주면서 자랐기 때문에 카프카는 고독한 어린시절을 보내게 됐습니다. 

 

(사진 2-프란츠 카프카의 생가. 지금은 소규모 카프카 박물관이 됨)

 

 

1889년 9월. 카프카는 6살에 초등학교에 입학합니다. 아버지인 헤르만은 아들을 학교에 가게 할 때 체코어를 가르치는 학교가 아니라 지배자 계급의 언어인 독일어를 가르치는 학교를 골랐다 합니다. 또한, 입학한 학교에서 평생의 친구인 후고 베르크만과 만나게 됩니다.

1893년 봄에는 프라하 구도시의 김나지움에 입학. 이때 스피노자, 다윈, 헤켈, 니체 등의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또한 실존주의, 사회주의에 흥미를 가지게 됩니다.

이미 이 김나지움 시절에 작가의 꿈을 안고 있었으며 이러한 자신의 의지를 친구인 베르크만에게 말합니다. 특히 그는 괴테에 큰 관심을 가지고 "괴테의 타소의 결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라는 테마로 졸업 과제를 할 정도였습니다. 이때 괴테를 테마로 고른 학생은 오직 카프카 한 명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대학에 입학하여 대학 시절을 친구들과 즐긴 후에 아버지의 의지로 사법연수를 받고 법학을 전공하고 노동 보험 공단에서 일을 하게 됩니다. 이때 이미 여름 휴가를 이용해서 여러 장편 소설들을 쓰는 등(그의 장편 소설은 결론적으로 전부 미완작이지만), 작가로서의 기질을 보이기 시작했거 취직 전후인 1908년 3월. 그의 친구인 막스 브로트의 중개로 프란츠 브라이가 편집하는 문예 잡지인 "휴페리온" 창간호에 카프카의 작품이 게재되었습니다. 이때 발표한 소설은 "관찰"이라는 제목의 단편 8편이며 카프카의 문학 작품이 활자로 만들어진 건 이때가 처음입니다. 다음 해 제8호에도 "어느 싸움의 기록"에서 발췌한 2편의 작품을 싣게 됩니다.

 

그리고 그의 평생의 동반자..가 될 뻔하지만, 결국에는 결혼과 파혼을 반복하다가 완전히 헤어지게 되는 펠리체 바우어라는 여성과 만나게 됩니다. 펠리체와 편지를 주고받던 시기에 바로 카프카의 대표작인 "변신"과 "실종자"가 나오게 됩니다. 이 펠리체라는 여성 또한 나중에 미국으로 건너가 다른 남자랑 결혼하지만, 가난에 시달리며 행복한 인생은 보내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아무튼 이렇게 작품을 발표하며 작가로서의 명성을 날리던 카프카였지만, 결핵에 걸리게 되고 1917년 9월에 장기 휴가를 얻어 요양을 위해 여동생이 농지를 빌리고 있었던 작은 마을인 첼라우로 이사를 와서 이곳에서 8개월간 체재하게 됩니다. 이때 체코어와 프랑스어, 히브리어의 공부를 하면서 쉬며 10월 말부터는 노트에 아포리즘풍의 짧은 문장을 쓰기 시작하고 이것은 카프카의 사후에 친구인 브로트가 "죄, 고뇌, 희망, 진실의 길에 대한 고찰"이라는 제목으로 간행하였습니다. 이 평화로운 요양 생활은 나중에 그가 쓰는 소설, "성"에 반영되기도 했습니다. 이 시기를 카프카 자신도 "내 인생에서 가장 편안했던 시기"라고 하였습니다.

 

1918년 4월 말. 카프카는 프라하로 돌아가서 복귀하지만, 이때부터 장기 요양과 직장 복귀를 계속 반복하게 됩니다. 설상가상으로 11월달에는 스페인 독감에 걸려서 거의 다 나았었던 폐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 요양 생활을 하게 되는데 이때 같이 폐병으로 요양하고 있었던 4살 연하의 유대인 여성인 유리에 볼리체크와 만나 사귀게 됩니다. 4월에는 그녀와 약혼하지만, 가난한 집안은 싫다는 이유로 아버지인 헤르만은 그녀와의 결혼을 맹렬히 반대합니다. 후에 소개드릴 프란츠 카프카의 트리비아에서 서술하겠지만, 카프카는 평생에 걸쳐서 아버지인 헤르만과 갈등을 일으키며 살아갔습니다. 

 

결국 유리에와 결혼은 실패한 채로 카프카는 1920년에 체코인 저널리스트이자 번역가이자 유대인 남편을 두고 있는 밀레나 예센스카와 친해지게 됩니다. 그녀가 카프카의 작품인 "화부"를 체코어로 번역하고 싶다라고 말을 꺼낸 걸 계기로 편지를 주고받는 사이가 되고 그리고 사귀게 되며 7월에는 유리에와의 약혼을 취소합니다. 그러나 밀레나는 남편과 헤어질 결심이 서지 않았고 그녀와의 사이도 점차 짜게 식게 됩니다. 카프카의 굴곡이 많은 인생은 더욱 심화되어 1922년 7월, 근무가 불가능하게 되어 노동자 상해 보험 협회를 퇴직하고 연금 생활자가 됩니다. 그리고 다시 요양 생활을 보내게 되는데 이때 마지막 연인인 도라 디어먼트와 사귀게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1923년 4월. 빈 대학 부속 병원에 입원하고 정신병 증세까지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1924년 6월 3일 사망하게 되죠. 향년 40세의 나이로 사망한 그의 시신은 프라하로 보내지고 유대인 묘지에 묻히게 됩니다. 여러 문학 작가가 그렇듯이 그 또한 행복한 인생을 보내지는 못했습니다. 사랑했던 여러 연인들과의 헤어짐, 평생을 따라다녔던 폐병과 정신장애, 아버지와의 격렬한 갈등 등. 그러나 그의 작품들만은 아직도 우리 곁에 남아 그의 빛나지 못했던 인생에 힘을 불어넣어 줍니다.

 

 

(사진 3- 프란츠 카프카의 묘. 1930년대에 사망한 그의 부모도 같은 장소에 묻혀 있다)

 


 

2.프란츠 카프카의 대표작, 그 첫 번째. 변신(Die Verwandlung).

 

(사진 4-변신의 초판)

 

변신은 프란츠 카프카의 중편 소설이자 아마 가장 유명한 카프카의 소설일겁니다. 어느 날 아침 눈을 뜨자 거대한 곤충이 되어버린 남자, 그레고르 잠자와 그의 가족의 말로를 그린 이야기입니다. 1912년부터 집필하여 1915년 월간지인 "디 바이센 브레터" 10월호에 게재하고 1915년 12월에는 한 권의 책으로 간행됩니다. 스토리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하는 것이니 스포일러 주의).

 

-판매업 일을 하고 있는 청년인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날 아침 방에서 눈을 뜨자 자신이 거대한 독충이 되어있는 모습을 보고 크게 놀란다. 갑작스러운 일에 당황해하지만, 그는 조금 더 자고 싶다는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자려고 하지만, 벌레가 된 몸은 편안하게 잘 수조차 없다. 시계를 문득 보자 출근할 시간은 이미 크게 지나 있었고 가족들이 깨우러 오지만, 자신이 벌레가 됐다는 사실에 패닉을 일으키고 문을 열어주지 못한다. 결국 모습을 드러내버린 벌레 그레고르의 모습을 보고 어머니는 쓰러지고 아버지는 울부짖으며 그를 찾아온 지배인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간다. 아버지는 지팡이로 그를 후려쳐서 방으로 돌려보내게 된다.

 

-그레고르는 벌레가 되버린 자신을 돌봐주는 여동생 그레테의 아래에서 조용히 방에 숨어 지내게 되지만, 돈을 벌어다주는 그레고르가 벌레가 되어버려 가족들은 슬퍼하는 한편 그레고르가 인간이었던 시절의 흔적을 없애버리려고 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레고르가 자신의 뜻을 전하려고 가족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지만, 병약한 어머니는 쓰러지고 아버지는 사과를 집어던져 그레고르를 다치게 만들어버린다. 등에 사과가 박혀버려 괴로워하는 그레고르를 보며 그레테는 폭발하고 "저것은 오빠가 아니라 우리를 괴롭게 만드는 괴물이다"라고 호소하기 시작하고 가족들도 동의합니다. 그리고 그레고르를 그대로 방치하고 그레고르는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죽게 됩니다. 죽게 된 그레고르를 보며 가족들은 각자 취직을 하여 자신들의 길을 가기 시작합니다.

 

 

여기까지가 변신의 대강적인 줄거리입니다. 말해두겠는데 이 작품은 그레고르가 변신해서 어떻게 되었다,라는 내용만 주구장창 써져 있지만, 어째서 그레고르가 벌레로 변신했는지. 원인은 전혀 쓰여있지 않습니다. 남자도, 가족도, 그 누구도 의문을 품지 않고 그레고르가 벌레로 "변신"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입니다. 가족들은 벌레가 된 그레고르를 챙겨주긴 하지만, 돈을 벌어다주던 그레고르가 벌레가 되어 "애물단지"가 되어가 가족들이 그를 부정하게 되는 과정은 상처를 후벼파듯이 노골적이게 묘사되어있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현실에서 사람이 벌레로 변신하는 일은 없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벌레처럼 다뤄지는 때가 옵니다. 차별을 받을 때, 혹은 고칠 수 없는 병에 걸릴 때 등입니다. 사실 변신은 소외된 인간의 고독과 소외하는 측의 냉혹함을 무서울 정도로 적확히 표현한 이야기인 것입니다. 벌레로 변신하기 전에는 잠자가의 생활비는 오직 그레고르가 부담했습니다. 그레고르 자신은 "가족을 지탱해준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부모와 여동생도 그것을 감사하면서도 의존적인 생활을 보냈죠. 한 명이 돈을 벌어오고 그 돈으로 모두가 생활해간다. 그러나 그가 벌레가 되어버리자 부모와 여동생은 각자의 일을 찾아 사회인으로서 살아가기 시작합니다. 자립심이 생겨나고 피곤해하면서도 자신의 힘으로 가계를 지탱해나가죠.

 

그리고 결국에는 벌레가 되어버린 잠자를 부정하기에 이릅니다. "우리들은 이제부터 이것을 돌봐주지 않겠어"라고 차가운 선고를 하는 여동생. 그렇게나 자신을 좋아해주던 여동생에게 "이것"이라고 불리게 되는 슬픔. 벌레가 되어버린 자신은 이제 인간 사회에서 쓸모없는 해악이 되어버렸구나하고 느끼게 되는 현황. 이 작품은 사람에 따라서 크게 해석이 갈리는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 "부조리에는 이유가 없다. 때문에 "부조리"인 것이다"라는 해석이 딱 들어맞는다고 생각합니다만. 뭔 말인지 모르겠다고요? 사실 저도 모르겠습니다. 이 작품은 "슈르리얼리즘"이라는 장르에 딱 부합하는 작품입니다. "이건 꿈인가 현실인가"하는 의문은 수없이 제기되지만, 그 대답은 제기되지 않죠.

 

전 이 작품을 중학생 시절 처음으로 접했습니다. 중학생이면 아직 세계가 확실하지 않고 불안에 가득 차 있으며 그 어떤 일에도 "확실함"이란 없던 시절이죠. 좁은 장소 예를 들면 화장실 등에 들어가면 그 밖의 세계가 어떻게 되어있는지 불안했고요. 문을 연 뒤에는 아직 바깥 세계가 그대로 있을까? 혹은 있다고 하더라도 예전 세계와 연속된 무언가가 있는 세계인 것일까? 혹은 내가 보고 있지 않을 때도 확실히 존재하는 것인가? 내가 나라는 사실을 어떻게 보장할 수 있지? 왜지? 언제부터지? 언제까지지? 기억의 일관성으로 모든 걸 증명 가능한 것일까? 사실 나는 한순간 한순간 전부 다른 인물이며 기억의 일관성이 있어서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는 게 아닐까? 등의 바보같은 상상을 하면서 살아갔었습니다.

 

그리고 이 시기에 "변신"을 읽게 되고 그러한 불안감은 그다지 느끼게 되지 않았습니다. 이 소설을 읽어도 그냥 평범한 "이야기"로서 받아들이지 못하게 됐습니다. 제 눈에 그레고르 잠자는 우울증에 걸린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벌레가 된 건 그가 인간관계를 정상적으로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라는 사실과 자기자신에 대한 가치를 발견해내지 못한 걸 상징하고 있는 것 처럼 보였죠. 무기력하게 된 그레고르는 매일 잠만 자고 방에서 나오지도 않는다. 가족이 걱정해서 말을 걸어도 대답조차 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그를 걱정하고 있던 가족도 점점 그를 귀찮게 여긴다. 아버지가 그를 구타하고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몰린 그레고르는 자살(혹은 쇠약사)해버린다. 뭐 이런 내용이요.

 

저만의 해석이긴 하지만, 실제로 우울증에 걸린 남자의 파멸을 이렇게 리얼리틱하고 그로테스크하게..그린 소설은 사실 전 별로 보고 싶지는 않았지만..사람들의 해석에 따라 워낙 여러 갈래로 갈리는 작품이다보니 심각하게 받아들이실 필요는 없습니다. 여러분이 읽고 그렇게 느낀다면 이건 그러한 소설입니다. 카프카의 소설 중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이다보니 모르시는 분은 거의 없겠지만, 읽어보시지 않으신 분들에게 꼭 추천드리고싶네요.

 

 

3. 프란츠 카프카의 대표작, 그 두 번째. 실종자(Der Verschollene).

 

(사진 5-아메리카 초판)

 

실종자는 1912년~1914년에 집필된 프란츠 카프카의 장편 소설입니다. 고향에서 추방당한 독일인 소년인 카를 로스만이 여러 일을 겪으면서 낯선 나라인 미국을 방랑하는 모습을 그린 미완​소설입니다. 생전에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제1장에 해당되는 부분만 "화부"라는 제목으로 생전인 1913년에 발표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카프카의 사후인 1927년에 "심판" "성"에 이어서 친구인 막스 브로트의 편집으로 "아메리카"라는 제목으로 간행되었습니다. 

 

카프카의 초고 자체에는 작품 타이틀이 없었으며 브로트는 생전의 카프카가 "미국 소설"이라고 표현하였던 걸 기반으로 이 제목을 붙였고 이것이 오랫동안 이 작품의 이름으로서 통했습니다. 그러나 그후에 카프카가 실종자라는 제목을 미리 정해놨다는 사실이 그의 일기에서 발견되고 1983년에는 "실종자"라는 제목이 더 많이 쓰이게 되었습니다. 실종자는 1911년 말에 착수되고 1912년 8월에 걸쳐서 첫 번째 원고가 쓰여졌지만, 이 원고는 카프카가 스스로 폐기해버려서 남아있지 않습니다. 현재 남아있는 건 두 번째 원고에 해당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9월 22일부터 23일에 걸쳐서 단편인 "판결"을 쓴 직후에 해당됩니다. 결국에 최종적으로 미완인채로 방치되었었죠.

 

미국이 주된 소재로 다뤄지긴 했지만, 카프카는 평생 미국에 단 한 번도 간 적이 없으며 작중의 미국 묘사는 오직 카프카의 상상만으로 쓰여진 것입니다. 카프카의 사촌형제 중에서는 부모님의 강요로 미국으로 유학을 간 사람이 있었으며 또한 다른 사촌은 14살 때 미국인 여자랑 자식을 낳았습니다. 이것은 그의 작품 어딘가에 착상되게 됩니다. 

 

주인공인 카를 로스만의 나이는 겨우 16세입니다. 미완 소설이기 때문에 줄거리는 길게 쓰지 못합니다. 카를은 하녀를 임신시켜 부모님에 의해 미국으로 쫓겨나서 큰아버지 아래에서 미국 생활을 보내게 되고 엘리베이터 보이로 취직하게 되지만, 여러 음모에 휘말려 거렁뱅이 생활을 하게 된다. 여기까지가 그 내용의 전부입니다. 뒷내용이 상당히 기대되는 작품이었지만, 미완 작품이다보니..

 

이 작품은 "부조리란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다"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작품입니다. 살다 보면 꼭 이런 사람이 있죠. 자신의 말만 하는 사람. 게다가 잡담이 아니라 일에 관련된 얘기를 해도 그렇습니다. 일방적으로, 철저하게, 자신의 입장만을 주장하고 상대방의 말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명령과 의뢰가 그의 모든 것. 물론 논리적인 설명도 못하고 계속 똑같은 얘기만 반복할 뿐. 자신의 일에 플러스가 되는 것만 반응하고 그게 아니면 결코 듣지 않고 반응조차 하지 않는 Take-Take같은 인간들이요. 기분이 나쁩니다. 논리가 없고 규칙도 없고 그에게 일이 건너가기만 하면 일은 모두 멈춥니다. 

 

어디에도 누구에도 바톤을 터치할 수 없고 쭉 일은 썩어가고. 다른 상대에게 잘못 의뢰를 전달하고, 기피당하는데도 눈치도 못채고. 주위는 "아 그 사람인가"하고 기분만 나빠하지 관련되려고도 하지 않고. 이러한 사람을 상대할 때 어떤 기분이 되어갈까요? 이야기는 처음부터 맞지도 않고 뭘 말해도 상대방은 자기 멋대로 알아듣고요. 선악의 판단은 항상 상대가 쥐고 있고, 내 논리가 통하지도 않고, 목소리도 닿지 않고. 이것이야말로 사회요 회사이다. 이런거요. 카프카의 소설은 이러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저지르지도 않는 죄때문에 죗값을 강요받고 마지막까지 "음모에 휘말리는" 등. 주인공인 카를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러한 꼴이 됩니다.

 

소개드렸던 변신에서 왜 벌레가 되었는지는 전혀 설명이 없듯이 이번 작품에서도 그렇습니다. 주인공인 카를에게 있어서 "미국"은 엄청나게 부조리한 세계입니다. 그는 필사적으로 미국에서 발을 붙이려고 하지만, 일그러진 세계는 그를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고 카를이 맞는 결말은 언제나 비참합니다. 세계는 그가 생각하는만큼 조화롭지 못했으며 수지가 들어맞는 세계도 아니었습니다. 카프카의 작품 전반이 그렇듯이 이 작품도 여러 의미로 일을 둘러싼 조직과 정보 시스템이 극도로 복잡화된 현대사회의 축소판을 표현하며 추사도가 높고 읽으면서 오묘한 기분이 들게 합니다. 마치 우화를 읽는듯 하죠.

 

문학의 고전에는 보편성이 흘러들어가 있습니다. 때문에 고전으로서 100년, 1000년 단위로 작품은 쭉 읽히게 됩니다. 인간의 마음의 생활을 테마로 다룬다는 건 최대의 보편성을 베이스로 전쟁과 연애, 귀족의 생활, 종교 등의 만인이 공감할 수 있는 테마가 문학에는 들어가 있습니다. 게다가 카프카의 소설은 이처럼 직업과 상업, 산업이라는 현대적인 테마가 들어가 있습니다. 미국을 배경으로 인간이 만들어낸 직업과 상업, 산업이라는 복잡한 조합은 앞으로도 절대로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때문에 이 작품은 앞으로 적어도 몇 백년은 더 읽히게 될 것입니다.

 

주인공 카를은 처음부터 끝까지 무언가를 잃으며 대신 "성장"이라는 걸 얻게 됩니다. 자신의 의지로 고르고 골라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을 터인데 목적이 없는 그는 마치 누군가에게 몰리고 있는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자유의 나라라고 불리는 미국인데도 그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오직 어두운 것 뿐. 납득할 수 없어서 한 곳에서 계속 머무르며 방황하는 모습은 가슴이 저며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는 "자신의 이름"도 버리게 됩니다. 혹은, 버릴 수 밖에 없게 됩니다.

 

 

3. 프란츠 카프카의 트리비아.

 

프란츠 카프카의 간단한 생애와 카프카의 대표작 소설 두 가지를 소개시켜드렸습니다. 그가 쓴 장편소설은 대부분이 미완성이며 남아있는 단편소설조차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많이 소개해드릴것도 없었습니다(사실 진짜 이유는 제가 읽은 카프카의 소설이 저거 두 개밖에 없어서 그렇지만;).

 

마지막으로 카프카의 관련된 몇 개의 트리비아를 소개시켜드리겠습니다.

 

1. 카프카의 인물상.

생전의 카프카는 지인과 친구들의 말에 따르자면 굉장히 조용하고 눈에 띄지 않는 스타일이었다고 합니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는 거의 듣고만 있으며 아주 가끔 의견을 말해야할때가 오면 유머를 섞어가면서, 때로는 비유를 해대면서 의견을 다 말하고나면 다시 듣기만 하는 역할로 되돌아가곤 했답니다. 직장에서는 항상 예의가 바르고 상사와 동료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적은 그 누구 하나도 없었습니다. 괴팍한 성격이 많다는 편견이 있는 문학계에서는 보기 드문 성품의 소유자라고 할 수 있겠네요. 청소회에서 만날 대에도 인사를 받으면 그냥 돌려줄 뿐만 아니라 상대의 건강과 생활을 걱정해주는듯한 말을 꼭 덧붙였다고 합니다. 

 

2. 카프카의 생활.

카프카는 채식주의자였습니다. 부모님과 함께 식사를 할 대에는 걱정하는 어머니를 신경 쓰면서 아주 조금 고기를 먹곤 했지만요. 그때를 제외하고는 오직 빵과 야채, 과일을 중심으로 식사를 했습니다. 또한, 체조와 산책을 매일 하며 때로는 막스 브로트와 함께 프라하의 거리를 돌아다니며 건물을 보고 심미적인 탐구를 하곤 했습니다. 취미로서는 스포츠를 좋아했고 김나지움 시절에든 보트를 조종하고 대학 시절에는 테니스를 치고 수영도 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당시 막 탄생했었던 문화적 산업인 영화를 즐겨 봤으며 일기와 편지를 쓰는 걸 좋아했습니다. 

 

3. 아버지와의 갈등.

카프카는 자신과 완전히 성격이 다른 아버지, 헤르만 카프카와는 항상 충돌을 해댔으며 이건 카프카의 인생과 문학에 깊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헤르만은 상업 수완에 뛰어난 실리적인 인물이며 카프카의 섬세한 감성과 그 문학 활동에 전혀 공감을 하지 못했습니다. 억지로 취직을 시켜서 소설을 집필할 시간을 원했던 카프카를 고통스럽게 만들기도 했었죠. 가정에서는 항상 고압적인 자세를 유지했으며 가난한 환경에서 자란 자신에 비해서 아들의 환경이 얼마나 풍족한지를 강요하며 아들인 카프카를 항상 풀죽게 했습니다. 또한, 큰 몸집에 강건한 체격은 키가 크고 깡말랐던 카프카에게 열등감을 심어주기도 했습니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성공하여 유복하게 된 헤르만은 "도시 유대인"으로서의 프라이드에서부터 "민중 유대인"에 대한 차별 의식도 가지고 있었으며 이때문에 카프카와 이디시어 극단이 친하게 지내는걸 보며 불쾌감을 표현했고, 카프카와 유리에 볼리체크와 도라 디어먼트와의 교제를 강하게 반대하기도 했습니다. 전술했듯이 유리에 볼리체크와의 약혼으로 아버지와의 사이가 험악하게 된 1919년에 카프카는 무려 100장에 달하는 장문의 편지를 썼습니다. 이 편지는 "어째서 나를 무서워하느냐"는 아버지의 물음에 대한 대답에서 어린 시절 아버지의 행동 등이 얼마나 자신을 상처입혔는지, 그로 인해서 자신의 세계가 어떻게 변모해나갔는지를 아버지의 반론을 예상해나가면서 써나갔습니다. 그리고 아버지와의 관계가 이걸로 나아질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을 미리 읽은 어머니와 여동생이 아버지에게 전달해주지 않아서 결국에 헤르만은 이 편지를 읽지 못했다합니다.

 

(사진 6-카프카가 아버지에게 쓴 편지의 일부)

 

 

이상 프란츠 카프카에 대한 소개와 작품 세계에 관련된 고찰이었습니다. 다음에는 더 좋은 내용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개추
|
추천
7
신고
    
  [숨덕모드 설정] 숨덕모드는 게시판 최상단에 위치해 있으며 언제든 설정할 수 있습니다.
[L:49/A:408]
화이트케익
잘보고갑니다~
카프카는 변신밖에 안읽어봤는데 읽었을때 많이 충격받았었던 기억이있네요..
2014-11-30 00:08:28
추천0
타카냐
take-take
잘 읽고 갑니다.
2014-11-30 01:24:53
추천0
[L:55/A:541]
도미니언
드디어 친숙한 작가. 잘 보고 갑니다.
2014-11-30 16:11:14
추천0
[L:36/A:463]
꽃다발
심리학 공부하는 친구가 추천해서 변신 본적이 있는데
좀 많이 우울해지고 씁쓸한 소설이었던것 같습니다
좋은 글 추천하고 갑니다
2014-11-30 18:53:02
추천0
헤이스
감사합니다. 잘 읽고 갑니다.
2014-12-02 23:40:27
추천0
도굴꾼홍련
잘보고갑니다.
2014-12-03 00:00:59
추천0
[L:28/A:194]
무캉
카프카하면 또 유명한 작품이 소송, 성 등이 있죠. 개인적으로 소송은 좀 재밌게 읽었던터라...다른분들도 읽어보셨으면...ㅎ
2014-12-03 01:38:35
추천0
[L:60/A:183]
언트
우울할 때 읽으면 더 우울해질 듯한 내용이ㅠ

여러모로 생각할 게 많군요
2014-12-23 22:34:13
추천0
블랙사이더
개인적으로 유형지에서, 혼혈, 시골의사도 굉장히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2015-02-05 19:50:18
추천0
샹크스¸
잘보고가요.
2015-02-08 22:56:49
추천0
의견(코멘트)을 작성하실 수 없습니다. 이유: 로그인을 하시면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츄잉은 가입시 개인정보를 전혀 받지 않습니다.
  
즐겨찾기추가   [게시판운영원칙] | [숨덕모드 설정] |   게시판경험치 : 글 10 | 댓글 1
번호| | 제목 |글쓴이 |등록일 |추천 |조회
96 이전게시물  
[프롤로그] 마인크래프트 야생살아남기 [12]
슈름
2014-11-04 4 4714
95 이전게시물  
[리뷰] 라이어게임 [18]
네티
2014-11-06 3 6600
94 이전게시물  
[게임장르탐구] AOS [16]
팟독
2014-11-11 5 4717
93 이전게시물  
4. 동방영야초(東方永夜秒) ~ imperishable night [11]
처녀
2014-11-11 5 6240
92 이전게시물  
[리뷰&소개]일본 근대 문학의 아버지,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와 그의 작품 Part 2. [11]
Kriemhild
2014-11-14 3 4137
91 이전게시물  
[C언어] 8.C언어 기초(5) [8]
팟독
2014-11-22 0 5213
90 미연시나리뷰  
3.여동생 선발☆총선거 (妹選抜☆総選挙~365人の妹いちゃラブマニフェスト~) [32]
은룡
2014-11-23 2 13654
89 별처럼빛나는  
[리니지] 남들보다 조금은 특별했던 나의 리니지 여정기 제 5편 [29]
2014-11-24 2 5861
88 별처럼빛나는  
[리니지] 남들보다 조금은 특별했던 나의 리니지 여정기 제 6편 [28]
2014-11-27 5 8183
이전게시물  
[리뷰,소개]독문학계의 귀재(鬼才),프란츠 카프카. [10]
Kriemhild
2014-11-29 7 5838
      
1
2
3
4
5
6
7
8
9
10
>
>>
enFree
공지&이벤트 | 접속문제 | 건의사항 | 로고신청 | 이미지신고 | 작품건의 | 캐릭건의 | 기타디비 | 게시판신청 | 클론신고 | 정지/패널티문의 | HELIX
Copyright CHUING Communication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chuinghelp@gmail.com | 개인정보취급방침 | 게시물삭제요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