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 소설도 그렇지만 시 제목 짓기도 까다로운 문제죠 ㅇㅇ;
시를 창작하고 제목을 붙일 때에 쓰는 방법이라기보단
수능 언어 영역 부분에서, 이미 쓰여진 시를 제목을 통해 분석하기 좀 더 쉽게 하는 방법도 있긴 하더군요.
먼저, 제목이 명사일 경우엔 시가 그 명사를 설명하고 묘사하는 시일 수도 있지만, 그 명사가 시 내에서 어떤 함축적 의미를 상징하고 있는 경우도 많스빈다.
또, 제목이 구일 경우에,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서성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설레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 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서성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제목이 한 문장이 아니라, 한 구로 끝나는 경우에 시를 좀 더 해석하기 쉽게 하는 방법은,
"너를 기다리는 동안"에 [무엇을 했는가/무슨 일이 있었는가] 처럼, 제목 다음에 올 글귀를 생각하며 시에 접근하는 방법이 있습니당.
그리고 이런 경우에는, 제목에 쓰인 구절이 시 내용에도 그대로 사용되는 경우가 꽤 있지요.
황지우 시인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에선, 마지막 행,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로 주제를 파악할 수 있습니당.
제목이 한 문장일 경우도 있는데 그건 생략하고서,
시의 주제는 분명히 시를 쓴 시인만이 알고 있는 것이고, 위와 같은 방식으로 얻어낸 해석이 시인이 말하고자 한 것이리란 보장도 없습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시인들이 아무런 생각 없이 제목을 가져다 붙이는 건 또 아니지요.
제목은 시 내용 전체를 한 단어에서 한 문장으로 짧게 압축한 것이니 만큼, 위의 제목을 통한 시 접근 방식은 창작시 제목 짓기에 분명 조금은 도움이 될 것 같스빈다.
참고로 여기서 하나 더,
진부한 제목은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게 좋대요 ㅇㅇ.
예를 들어 제목이 '구름'이라고 한다면, 읽는 사람들은 먼저 제목을 보고 구름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리는 게 아니라 구름에 대한 개념을 떠올리기 마련이기 때문이라는군요.
독자가 처음부터 시를 그렇게 접하고 읽어나가게 되면 아무래도 시 내에 들어있는 작가의 상상력이 많이 죽을 것 같긴 합니당.
시 내용과 긴밀하게 연관되면서도 상상력이 담긴 제목 짓기. 쉬운 일이 아니지만 힘내시길 바랍니당 ;ㅁ; 저도 제목 때문에 골치아파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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