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1번지 - 신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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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기 전에 산1번지에는 바람이 찾아온다. 집집마다 지붕으로 덮은 루핑을 날리고 문을 바른 신문지를 찢고 불행한 사람들의 얼굴에 돌모래를 끼어 얹는다. 해가 지면 산1번지에는 청솔가지 타는 연기가 깔린다. 나라의 은혜를 입지 못한 사내들은 서로 속이고 목을 조르고 마침내는 칼을 들고 피를 흘리는데 정거장을 향해 비탈길을 굴러가는 가난이 싫어진 아낙네의 치맛자락에 연기가 붙어 흐늘댄다. 어둠이 내리기 전에 산1번지에는 통곡이 온다. 모두 함께 죽어 버리자고 복어알을 구해 온 어버이는 술이 취해 뉘우치고 애비 없는 애를 밴 처녀는 산벼랑을 찾아가 몸을 던진다. 그리하여 산1번지에 밤이 오면 대밋벌을 거쳐 온 강바람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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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산에 와 부딪쳐 모든 사람들의 울음이 되어 쏟아진다.
-<창작과 비평>(197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