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 김수영 시
풀 : 김수영 시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
* 감상 : 1960년대의 대표적 참여시로서 대립적 심상의 반복으로 주제를 부각시키며, 동일한 시어를 사용함으로써 동적 리듬감을 얻고 있는 시이다. 암울한 시대 상황이나 횡포 속에서도 지혜롭게 견디는 백성들의 삶을 상징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