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숙의 <한라산 5.16도로>
한라산 5.16도로
김윤숙
사랑을 간직하면 이 길을 못 지난다
쏟아지는 눈발을 나뭇가지로 밀어내며
갈 때를 알고 가셨나
저 하얀 혁명, 아버지
내 가게 장미다발 밤사이 산길 올라
누구 앞을 밝히나, 또 한 생 부케를 든다
불현듯 유리 냉장고
성에로 핀 저 열꽃
국토건설단 그 발길들 삽자루로 끌려간 길
어승생 산노루떼 그 울음도 끌려갔네
전화벨 마지막 울림
혼 부르듯 가고 있네
그 여름 꽃 모가지 싹뚝싹뚝 잘라낸 손
몇 번을 지워도 오자처럼 박히던 가시
아버지, 흰 구두 한 컬레
혁명의 길 닦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