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섭의 <그리고 반년이 지났다>
그리고 반년이 지났다
박기섭
1.아버지의 신발
아버지가 닫으셨다, 음칠월 열나흘 밤을
완강히 찢겨나간 이승의 일력 한장
신발이 뛰다라갔다, 희디흰 그 복사뼈를
환기창을 빠져나간 옷가지 타는 냄새
단지 한 발자국 옮겨갔을 뿐인건만
이마에 흙물이 번졌다,반년 의 일이다
2. 어머니의 눈썹
가을 들 무렵부터 어머니는 그러셨다
천수경 끝자락이 강물에 젖는다고
흐르는 금빛을 따라 눈썹이 다 젖는다고
눈썹이 마르면서 숫제 말이 없으셨다
밥이면 잠 안자는 별빛들을 불러모아
은결든 아랫목 윗목 뜬숯불을 놓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