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죽도, 난 그댈 좋아한다 - 박얼서
하숙집 마당 한켠에서
고독한 겨울을 나는 수도자 협죽도
난 그댈 기억한다
누구에게나 황금기는 있는 법
잘 나가던 여름 날
분홍빛 세월에 빠져있던 시절
그댈 처음 만난 이후
쌓기 시작한 공든 탑이
환호성 치는
순간이 있었다
계절의 신작로를 이어 달려
식객들 두리번두리번 바뀌는 동안
보드기 품 속 같은 수려함에서
아름다움을 경계시키는 신념까지
아무도 그댈 몰랐었구나
그래도 넌 그날을
소중히 간직해 두었느냐
그해 신년 초
신춘문예의 불꽃
푸르른 월계관 번쩍 든 기억들
꼬옥 끌어안은 채
벼랑 끝 혹한을 말없이 견뎌내는
난 그댈 똑똑히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