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충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 임영준
정체 모를 해충 한 마리가
고즈넉한 서원에 날아 들어
함부로 난행을 저지른다
오로지 수양에만 넋을 빼고
여념이 없는 순박한 서생들은
귀찮고 짜증스럽고 가끔은
부아가 치밀어 오르지만
워낙 태생이 점잖고 어질어
가볍게 미간만 찌푸릴 뿐이다
게다가 덕지덕지 처바르고
온갖 기교로 사술을 부리고
갖은 재랄을 다 떨고 있지만
알만 한 사람들은 다 안다
박멸하고 싶어도 번거로움을
지독히도 꺼리는 샌님들이라
약점을 파고드는 그까짓
해충 한 마리 하며 눈 딱 감고
흐물흐물 넘어가는 것이다
그 눈치 없고 추악한 해충이
알고 있기나 한지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