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대
저는 논산훈련소를 나온후 상무대 화학학교로 후반기 교육을 받게 되었습니다.
상무대는 뭐랄까요? 산 비탈에 포탈라궁(역주: 중국에 있는 다라이라마의 궁전)처럼 죽 이어져 지어져 있기 때문에, 여름에도 바람이 심하고 밤엔 특히 기분이 안 좋은 곳입니다.
보통 교육생은 밤에 근무를 서게 됩니다. 근무서는 곳은 3곳이 있었는데 MOPP 교육장으로 가는 소초는 산 밑에 있는데다가 제일 외져서 오싹한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곳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문득 "탕!" 하는 큰 소리가 들렸습니다.
마치 총소리 같았는데 거기에서 총소리 날 일이 없잖습니까. 그래서 누가 철모나 장구를 떨어트려 소리가 났나보다라고 생각했습니다만, 밑에 내려가서보니 먼저 근무를 서고있던 동기들이 후임과 교대하고 있었습니다.
전 웃으며 [야 어떤 어리버리가 철모 떨어트린거냐?] 라고 묻자 전 근무조는 오히려 이상한 듯이 쳐다보며 [뭔 소리야?] 라고 대꾸하는 겁니다.
저와 같이 근무를 서는 동기가 놀라면서 [저 소리 못들었어?] 라고 묻자 아무것도 못들었다는 겁니다. 100m정도 밖에 떨어져있지 않았는데 메아리가 생길정도로 큰 소리를 말이죠.
대체 누군가 낸 소리였을까요? 그날 근무시간동안 저희는 서로 떨면서 근무시간이 빨리 끝나기만을 빌었습니다.
나중에 상무대가 광주에 있었을당시 그곳에서 군생활을 마친 외삼촌에게 그 이야기를 하자 [광주귀신이 옮아갔나보다]라고 말하는 겁니다. 5.18때 상무대의 기간병들도 계엄군으로 투입되었고 많은 희생자를 냈었다죠.
전 귀신은 믿지 않습니다. 지금도 그게 어떤 바보가 물건을 떨어트린소리기만을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