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휘 강호에서 잠들다
무림인에게 있어, 슬픈 일은 무엇이 있을까요?
`크고 작은 부상`?
`가족과 친지의 죽음, 혹은 동료와 부하의 죽음`?
`일평생 이렇다할 숙적을 만나지 못하는 비애`?
`성장의 더딤과 한계점을 깨닫고 느끼는 비통함`?
이처럼 무림인이 느끼는 슬픔은, 이 밖에도 수많은 것들이 존재할테고, 무림인이라면 누구나, 이중 한두가지 정도는 `혼재`한채 짊어지고 있죠
저마다의 굴곡 있는 사연을 지닌채 말이죠
이는 `구휘`도 마찬가지 일겁니다. 그리고 그 `슬픔` 은
뼈를 깎는 수련을 통해 자신의 무공을 끝없이 정진하며, 평생을 몸담아둔, 무림을 은퇴하기로 결정하고, 실제로,
그 굳은 결심을 약 40년이나 유지하고 있었기에 아주 깊고 무겁겠죠
하지만 그 보다 더 슬픈건 이유가 무엇이든 그가 `무림`을 떠났다는 그 사실 하나 입니다.
왜냐하면 `그`는 어떤 누구보다 자신의 무공에 대한 `자부심`으로 넘치는 인물 이였으며.
당시 무림인들 에겐 `잔학한 `왕`이 였지만, 그 못지 않게 `협`과 `의`를 아는 이였기에
그런 그가 `무공`을 버리고, 수십년간이나 `은거`하며 살아간다는건,
참으로 슬픈일이죠
마치 최고점에서 은퇴해버린 록커를 바라보는 팬의 심정이 이와 같지 않을까요?
때문에 `구휘`가 택한 조용한 `은거`는 무언가의 계기를 통한, 자발적 선택이겠지만
이는
그간 `구휘`의 무림인으로써의 행적을 볼때
한 명의 무림인으로써는 비통하기 짝이 없는 모습 이라고 봅니다.
이건 옳지 않아요,아니 까놓고 말해서 이대로 은거하며 조용히 `생`을 마감한다면, 그건 더이상 `천잔왕`
`구휘`가 아니죠
저는
사람에겐 저마다의 `무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질적이고, 상황적인 면에서 차이가 있을뿐 태어날때의 독무와, 그리고 생을 마감할때의 `독무`는
각각의 개별적인 유니크함을 지닌다고 봤을때
`구휘`의 최후의 `독무`는 조용한 암자가 아닌
태어나고 자란 `무림` 에서 여야만 합니다.
그리고 그런 구휘의 `무대`에 대한 `시그널`은 이미 준비되어 있다고 보는게
작중 `혈비`는 구휘를 비롯한, 구무림 은거고수들을 늙은 `퇴물`로 취급하고 있으며
그저 망령이나 `허깨비`로 치부된채, 일개 `빌런`의 입방정에 덧업이 소비되고 있습니다.
그 뿐인가요? 어쩌면 이들은 알려지지 않았다 뿐이지 사상 최악의 적인 마교를 패퇴시키고, 그 전쟁을 종식시킨 `영웅`일지도 모르것만,
신무림에 이르러선, 이들은 대외적인 평가에서 조차
한시대의 `절대자로 군림한 `패왕 파천신군에 비하기는 커녕,
구무림 최강 내지 ``괴물 늙은이`로 불리는 암존에게 조차 미치죠 못하고 있어요
머 이런 대외적인 평가는 아무래도 좋습니다.
허나 이런 `대접`은 아니죠
적어도 혈비를 비롯한, 수많은 신무림인들은 이들에게 존중이나 감사를 표할 의무가 있지 않을까요?
그들이 없었다면, 자신들의 존재는 이미 `마교`라는 거대한 불길에 흔적조차 없이 사라졌을지도 모를진데?
그렇기에 `구휘`는 이들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작중 그려지는 모습을 볼때
비록 몸은 노쇠하고, 무림을 은퇴한 연유를 짐작해보면 그 이후 `무공`의 `무`자도 꺼내지 않았을 `생`을 살았을거라 보지만
그렇다고 해도 `구휘`는 구휘입니다.
그 사실은 변하지 않아요
무대는 이처럼 이미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제 구휘에게 필요한건 마지막
`혼불` 이지요
어쩌면 그 불꽃은 이미 미약해질 대로 미약해져, 처연하고 비참한 모습으로 그려질수도 있지요, 그만큼
세월은 야속하고, 그 자체로 한 시대가 저문다는
`상징`이 될수도 있으니깐요,
하지만 그러면 또 어떻습니까?
보다 중요한건
`구휘`는 자신의 무대에서 스스로의 의지로 떠날 응당한 자격을 지니고 있다는 겁니다.이 무림에서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