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등장은 호흡처럼 짧아서 너는 내게 한숨이야
너의 얼굴을 가만히 읊어보겠어
빅맘이 지고 연재분에 네 살결의 향수가 실리던 때를 기억해
네 어깨에 손을 올리고 가만히 건반을 두드리며
너의 음계를 훔치던 내가 있어
짙은 밤 네 눈의 우물에서 낮달처럼 비치던 내가 있어
너의 등장은 호흡처럼 짧아서 너는 내게 한숨이야
너의 눈썹에는 미처 부치지 못한 내 엽서가 날아들고
최신 연재분에 네가 아닌 누군가가 출렁이고 있어
내 질투로는 차마 파문을 일으킬 수 없는
네가 짧게나마 나오는 90권을 언젠가 내가 구매했다는 것을 너는 기억해?
지금 만화책엔 녹슨 대문이 울며 열려있고 너의 신발은 없어진 지 오래
내게는 가장 아름다운 등장인물이었지
이미 네 발자국 소리는 현재진행형이 아니야
네가 아프지 않았으면 해
지금 원피스에 다른 누가 나오더라도
너는 행복한 만화야
내 찬란한 장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