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랑 사카즈키(장문)
넌 기억의 천재니까 기억할 수도 있겠지
네가 그때 왜 울었는지, 눈물을 책상 위에 뚝뚝 흘리며
막 태어난 것처럼 너는 울잖아
분노에 떨면서 겁에 질려서, 해적을 잡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 네가 해적을 잡을 줄 안다는 것이,
이상하게 생각되는 날이면, 세상은 자주
따스하고 아름다운 사투리 같고, 그래서 우리는 자주 웃는데.
그날 너는 우는 것을 선택하였지. 너와 싸우던 대장은
부대 밖으로 나가버리고, 나는 방 안을 서성거리며
내가 네 배우자였으면 하고 바랐지
뒤에서 안아도 놀라지 않게,
내 두 팔이 너를 안심시키지 못할 것을 다 알면서도
화분에는 네가 만든 분재들이 솟아 있고
바닥엔 네가 다듬어낸 나뭇가지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는
좁은 방 안에서,
너의 스승이 만든 노래들을 속으로 불러 보면서
세상엔 노래란 게 왜 있는 걸까?
너한테 불러 줄 수도 없는데.
네가 만든 분재들은 창문 밖에 달라붙어서
풍경처럼 보이려고 애쓰고 있고
거친 나뭇가지들은 땔감으로 쓰기 위해 자른 것들, 우리 방을 산으로, 너의 손목을 아프게 만들었던 것들
그 나뭇가지들은 모두 탔을까? 나는 몰라,
네 뒤를 서서 알짱거리면
나는 너의 서러운,
서러운 뒤통수가 된 것 같았고,
그러니까 나는 몰라
네가 깔깔대며 크게 웃을 때
나 역시 몸 전체를
세게 흔들 뿐
너랑 내가 웃고 있는
까닭은 몰라
먹을 수 있는 걸 다 먹고 싶은 너
칠무해가 도움도 안 되는 날강도 집단 같아 도무지 신용이 안 가는 너는, 본부 옥상에 올라가 큰 소리로 외쳤지
네가 만약 신이라면
참지 않고 다 엎어버리겠다고
입술을 쑥 내밀고
노래를 부르는
사카즈키야
너와 나는 여섯 종류로
인간들을 분류했지
선한 사람, 악한 사람
대단한 발견을 한 것 같아
막 박수치면서,
네가 나를
선한 사람에
끼워 주기를 바랐지만
막상 네가 나더러 선한 사람이라고 했을 때. 나는 다른 게 되고 싶었어. 이를테면
너를 자랑으로 생각하는 사람
나로 인해서,
너는 누군가의 자랑이 되고
어느 날 네가 또 슬피 울 때, 네가 기억하기를
네가 나의 자랑이란 걸
기억력이 좋은 네가 기억하기를
바라면서 나는 얼쩡거렸지
원본:김승일-나의 자랑 이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