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생에는 내가 사카즈키를 가져갈 것이다.
내 숱한 솜노트에 나눔고딕 폰트로 적히곤 했던 나만의 S야.
파도의 끝자락 같이 거칠었던 너의 어깨에 장미 덩굴처럼 파고들던 나의 붉은 포옹을 기억하고 있어?
네가 가는 길마다 꽃잎으로 수놓을 수만 있다면 나는 온갖 화원의 꽃 도둑이 될 수도 있었고,
너를 나의 꿈결로 바래다줄 수만 있다면 다음 생까지도 난 너를 내 등에 업힐 수 있었어.
새벽에 가만스레 읊조리던 '사카즈키 납치감금 하고싶다'의 끝엔 항상 너와 내가
영영코 끊을 수 없는 적색의 밧줄로 감기는 세계가 존재하곤 했지.
S야, 너의 구릿빛 피부에 잠을 자던 수염을 사랑했고, 가슴팍에 피어난 분홍빛의 장미꽃을 사랑했고,
네가 최신 연재분에 나오기만을 기다리던 그 시절을 사랑했고, 본부 창밖에서 불어오던 바다 향기를 사랑했고,
너의 웃음, 너의 눈매, 너의 콧날과 목선을 사랑했어.
다음 생에는 내가 너를 가져갈게, 나만의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