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3화까지만 업로드할게요.. 언제 렙업하남..
제법 큰 CCG의 와슈 마츠리 준특등 수사관의 집무실. 그곳에는 그 방의 주인인 와슈 마츠리 준특등과 임무에
실패하고 돌아온 쿠스리야 다이스케가 있었다.
"그래서 '체인'을 놓쳤다고 하는 건가, '쿠라마' 일등."
"와슈 준특등..실례됩니다만 그 이름으로는 부르지 말아주셨으면.."
"실례라는 걸 알면 말하지 마라. 지금 너와 같이 있는 것 자체가 내겐 아주 싫은 일이니까."
약간 헝클어진 올백 머리를 다시 넘기며 와슈 마츠리 준특등은 쿠스리야 다이스케 일등의 눈을 직시했다.
"그래도 10년간 소식이 없던 '사카즈키'의 정보를 얻어왔다는 건 나쁘지 않아."
"감사합니다."
"칭찬한 건 아니야. 그거야 '체인'을 빨리 잡았으면 녀석에게 불게 할 수 있었을테니까."
CCG에서 쿠스리야 다이스케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것은 이미 그에게 익숙했고, 그랬기에 혼자 떠안고서 일등 수사관
의 자리에 남겨진 것이었다.
반박할 수는 없었다. 결과적으로는 자신이 '쿠스리야 반'의 이등 수사관들을 죽게 하지 않기 위해서 혼자 '체인'을
도발했고, 혼자 싸우다가 방심한 탓에 놓친 것도 사실이기에.
"'체인'과 '사카즈키'의 접점을 반드시 찾아서 둘 다 제 손으로 잡겠습니다. 그러니까.."
"'체인' 건은 맡겨달라고? 한 번 놓쳤으면서?"
와슈 마츠리 준특등은 쿠스리야 다이스케의 말을 딱 잘라서 말했다. 그는 쓸데없는 일을 싫어하는 합리적인 사람이다.
"게다가 국장님과 아리마 특등의 지원이 있었다고는 해도 이미 일등은 수사관 살해의 전과가 있음에도 복귀한 거야."
"그건.."
쿠스리야 다이스케의 말문이 막혀버렸다. CCG 상층부와 자신간의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는 해도 그는 겨우
일주일 전에 현역 상등 수사관과 그 부하들을 죽인 전적이 있다.
게다가 여기서 그에게 반박을 해버리면 피해가 가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자신의 의지로 나온 것이라면 몰라도
지금은 타인의 지원에 의해서 복귀한 것이다.
'피해를 끼칠 수는 없어.'
"뭐..'사카즈키'의 얼굴을 본 것도 유일하게 일등뿐이지. 이번 사건, 해결할 수 있겠나. '쿠스리야 일등'."
"네."
짧은 대답과 함께 쿠스리야 다이스케는 집무실을 나왔다. 쿠스리야 다이스케는 구울 수사관이지만 순수한 구울이다.
어릴 때 양부모를 '사카즈키'라는 구울에게 잃고서부터 CCG에서 살아왔고, 몇 년이 지나 막 견습이 되었을 때
그는 '대식가'라는 여성 구울과 만나게 되었다.
'대식가'에게 쿠스리야 다이스케는 누가 봐도 인간으로 보였고, 쿠스리야 다이스케는 한 눈에 그녀가 구울임을 알아보았다.
'대식가'가 구울이며 평소 모습이 연기인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쿠스리야 다이스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당시부터 쿠스리야 다이스케의 CCG에 등록된 구울로서의 닉네임이 바로 '쿠라마'였다.
"쿠스리야 일등!"
"하루노..였지?"
하루노 아야. 이제 갓 이등 수사관이 된 여성 수사관으로, 윤기있는 검은 단발머리에 작은 키를 가지고 있는
현장에는 전혀 맞지 않는 십대 후반의 소녀였다. 그리고 급하게 결성된 '쿠스리야 반'에 소속되어있기도 했다.
"네, 하루노 아야입니다!"
"무슨 일이지? 다나카가 또 나에 대해서 험담을 하던가?"
"그, 그런 게 아니라..아니..안 한 건 아니지만.."
곤란해하는 부하를 보다가 쿠스리야 다이스케는 긴장이 풀려 살짝 웃음을 지었다.
"커피라도 마시면서 이야기하지 않을래?"
"네..네!"
쿠스리야 다이스케는 하루노 아야와 밖으로 나와 근처에 있던 작은 카페에 들어갔다. 하루노 아야가 주문한 것은
휘핑크림을 잔뜩 얹은 카라멜 마끼아또였고, 쿠스리야 다이스케가 주문한 것은 에스프레소였다.
"우와..그 쓴 걸 어떻게 마셔요?"
"그야 다른 사람이 맛있다고 하는 휘핑크림이나 초콜릿 같은 건 나한테는 맛이 없으니까."
"아..죄송해요."
"신경쓰지마. 그것보다 할 말이 있는 것 같은데."
"쿠스리야 일등은 왜 CCG에 협력하고 있는 거죠?"
"그게 궁금했던 거구나."
쿠스리야 다이스케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것은 분노와 그리움이 섞인, 특이한 눈동자였다.
"찾고 있는 구울이 두 명 있어서 말이야. 그리고 일단은 내가 보호하고 있는 아이들도 있어서."
"아이들이요?"
"다섯 명이고 전원 구울이야. 아이들에게는 죄가 없으니까."
"생각보다 재미있는 분이시네요."
그 말을 듣자 쿠스리야 다이스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쿠스리야 일등?"
"아, 미안해..예전에도 그런 말을 했던 여성이 있었거든. 너무나도 상냥하고, 잔혹했던.."
상냥한 얼굴로 다가와 입가에 잔뜩 피를 뭍히고 사라졌던 '대식가'를 떠올리며 쿠스리야 다이스케는 살짝 미소지었다.
"처음 보는 것 같아요."
"뭐가?"
"쿠스리야 일등의 웃는 모습이요."
평소의 그는 10년 전의 복수 외에는 거의 생각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웃는 일이 없다. 그것은 기억을 바탕으로
스스로에게 걸어둔 제약이며, '사카즈키'의 얼굴을 잊지 않기 위해 일부러 만든 트라우마였다.
"그런 것까지 일일이 관찰할 시간 있으면 사건 조사나 더 하라고."
"사건에 대해서도 몇 가지 조사한 게 있어요. '체인'의 정보에 관한 건데요..고등학생이라는 것 같아요."
"그건 대충은 알고 있었어. 그래서 내일 내가 가장 높은 확률로 '체인'이 있을 학교에 잠입하기로 했다."
"네? 쿠스리야 일등이 직접 잠복을요?"
"그래도 수사관이라는 녀석이 수사 이야기할 때는 목소리 좀 낮추지.."
"아, 죄송합니다."
이야기하다가 다 식어버린 에스프레소를 마시기 조금 주저하는듯 하다가 쿠스리야 다이스케는 잔을 내렸다.
"'쿠스리야 반'에서 '체인'에게 얼굴이 들키지 않은 건 나뿐이야. 너희가 해줄 일은 따로 있어."
"따로 있다고요?"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는 그대로 다나카와 아야세에게 전해."
다음날, 평소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난 쿠스리야 다이스케는 가죽으로 된 가방을 침대에 올려두고 지퍼를 가볍게
밀었다. 그가 계속 입게 될 고등학교 교복이다. 자신의 하얀 머리도 눈에 띄지 않게 염색해두었다.
'설마 이 나이 먹고서 고등학교에 잠복하게 될 줄이야.'
평소의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는 해골이 잔뜩 그려진 파자마를 벗고 샤워한 후에 교복을 입어본다. 고등학교를
이미 나온데다 전학도 자주 다녔기에 쿠스리야 다이스케는 임무에 자신은 있다. 마지막으로 검정 넥타이를
정리한 후에 짐으로 가득한 좁은 거실을 통과한다.
쿠스리야 다이스케는 평소에는 CCG 내의 기숙사 시설에서 살고 있지만 임무를 위해 자취할 작은 방을 얻은 것이다.
아침 식사는 하지 않는다. 애초에 커피 외엔 아무것도 없는 방이었다.
천천히 현관문을 열고 나서니 작은 아파트 2층에서 보이는 일상의 풍경이 그를 안심시켰다.
"그럼..가볼까."
등교길에 골목길 골목길 사이로 풍겨오는 피냄새를 맡으면서 쿠스리야 다이스케는 인상을 찌푸린다. 인육을 먹는
건 생각해본 적 없지만 피냄새에서 풍겨오는 달콤한 냄새가 오히려 그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었다.
"아아..이러면 안 되겠지. 일단은 전학생이니까 좋은 얼굴로 가자."
양손을 펴고 가볍게 뺨을 두 대 친 뒤에 예쁘게 포장하듯 자연스러운 미소로 그는 교실에 들어갔다. 학교를 다닐 때
항상 그가 했던 '연기'이기도 했다.
"오늘부터 같이 수업을 듣게 되었습니다. 쿠스리야 다이스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