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식(乞食) - 도연명
飢來驅我去 (기내구아거) 배고픔에 서둘러 말 몰아 가다
不知竟何之 (부지경하지) 마침내는 어디로 갈 곳이 없어
行行至斯里 (행행지사리) 가다가다 이 곳 마을에 이르러
叩門拙言辭 (고문졸언사) 문 두드리고 구차한 말을 하니
主人解余意 (주인해여의) 주인이 나의 뜻과 처지를 알고
遺贈副虛期 (유증부허기) 맞아주니 헛걸음은 아니었구나
談話終日夕 (담화종일석) 오가는 얘기에 하루 저녁 가고
觴至輒傾巵 (상지첩경치) 잔을 돌리니 연거푸 잔이 비네
情欣新知歡 (정흔신지환) 어느덧 정들어 새 기쁨을 알고
言詠遂賦詩 (언영수부시) 기쁨을 말로 읊으니 시가 되네
感子漂母惠 (감자표모혜) 내게 베푼 은혜 고맙기만 하고
媿我韓才非 (괴아한재비) 나의 재주 없음 마냥 부끄러워
銜戢知何謝 (함집지하사) 몸둘 데 없는 은혜 어찌 보답할지
冥報以相貽 (명보이상이) 죽어서라도 다시 만나 보답하리라